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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ㅠㅠ" "살아가는 것이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습니다ㅠㅠ" 안산에 사는 친구의 부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짤막한 댓글이다. 친구도 그 부인도 안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다. 단원고 참사가 알려진 순간부터, 나는 종종 그 친구와 부인을 떠올렸다. 특히 그 부인은 페이스북에 자주 글도 올리고 가르치는 학생들의 이야기와 사진도 종종 올렸었다. 참사 이후, 아무런 글도 사진도 볼 수가 없었다. 두 사람 다, 하염없이 울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며칠 동안 눈과 마음은 진도로, 팽목항으로, 그 차디찬 원망의 바다로 가 있었다. 제발, 제발...! 머리는 '이미 틀렸다'라고 말하고 있었지만 가슴은 '제발 한 아이라도 더'라는 염원을 버리지 못했다. 주책없이, 뉴스를 보다가, 읽다가 찔끔찔끔 눈물이 났다. 저 생떼 같은 아.. 더보기
허핑턴 포스트 유감 경향신문에 이런 글이 실린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됐다. 경향신문 기사의 링크. 그래서 기사의 단초를 제공한 진중권 씨의 트위터 (@unheim)를 찾아봤다. 과연 이런 트윗이 보인다.그래서 이런 댓글 아닌 댓글을 달게 됐다. 존경하는 선배이자 페친인 성우제 선배의 허핑턴 포스트 글을 보다가 댓글을 달기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이리로 옮깁니다. (성우제 선배의 페북 포스팅은 이 글 맨 아래 붙여놓았다.) "허핑턴포스트의 원고료 미지급 문제는 본사에서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부터 자발적인 블로거들의 글을 모아 쓰던 버릇이 그대로 온존하면서, 원고료 안 주는 게 당연시 된 거죠. 그런데 이 신문 사주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신문이 커지고 인기가 올라가면서 시장 가치가 높아지자 이 신문을 AO.. 더보기
모창 가수들의 경연이 ‘위대한 성전’이라고? 과공비례(過恭非禮),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난다는 뜻이다. 한국의 TV 프로그램들을 보면서,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이른바 ‘페친’(페이스북 친구)들의 인삿말이나 칭찬, 댓글들을 보면서 그 사자성어를 수없이 떠올린다. 주부님, 고객님처럼 아무데나 ‘님’을 붙여대는 존대 과잉병이나, 이 방이 따뜻하십니다, 이 쪽이 시원하십니다 따위의 비문 남발병은 더 이상 잘못이나 실수가 아니라 마치 당연한 일상적 표현으로 굳어진 것처럼 보인다. 요즘 즐겨 보는 예능 프로그램 중에 ‘히든 싱어’라는 것이 있다. 유명 가수를 모창하는 사람들을 데려다 경쟁을 시키는 프로그램인데, 방청객들의 연출된, 좀 과장된 ‘리액션’과, 결과 발표를 질질 미루는 전현무의 유치하고 짜증스러운 진행 방식이 가끔 거슬리긴 하지만 그 나름.. 더보기
이별 없는 시대 친구들에게, 한국에서 돌아온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았는데 기억은 이미 한 달이나 두 달쯤 지난 것처럼 아득하고 희미하다.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의 열을 견디지 못하고 녹아내리며 뜨거운 김을 아지랑이처럼 피워올리던 아스팔트처럼, 내 두뇌의 일부도 예년보다 유난히 더 무더웠다는 8월의 폭염 속에서 기억 장애를 일으켰는지도... 한 달이나 휴가를? 그게 가능하냐? 한 달이나 휴가를 올 수 있다면 네가 그 회사에 필요 없다는 얘기 아니냐? 등등 온갖 덕담이나 악담 속에서, 정말로 한 달을 한국에서 - 그리고 나흘은 일본에서 - 보냈는데, 한없이 길 것만 같았던 시간은 마법사의 손 아래서 퐁~! 하고 연기를 불러일으키며 사라진 비둘기처럼 어느새 훅 지나가 버리고 말았다. 포항으로 전주로 서천으로 청주로 서울로,.. 더보기
나는 책을 정가로 살 수 있을까? 내가 근무하는 직장 근처에 '오드리 서점' (Audrey's Bookstore)이 있다 (위 사진). 요즘 보기 드문 이른바 '독립 서점'이다. 캐나다의 경우 인디고-챕터스 (Indigo-Chapters) 프랜차이즈가 서점계를 독점하고 있어서, 독립 서점이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도시마다 독립 서점들이 한두 개씩 있기는 하지만 인디고-챕터스의 위세에 눌려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문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하긴 인디고-챕터스마저 아마존닷컴 (캐나다는 아마존.ca)의 무차별 온라인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각설하고, 오드리 서점은 에드먼튼뿐 아니라 알버타 주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의 독립 서점이다. 1975년에 생겼으니 40년이 다 돼 간다. 에드먼튼은 물론 알버타를 연고로 한.. 더보기
'나는 ....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는가?' 지난 화요일, 경영학과 리더십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이자 ‘구루’로 통하는 마셜 골드스미스 박사 (오른쪽)의 강연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고, 바꿀 수 없는 것에는 편해지기’(Changing What We Can Change, Making Peace with What We Cannot Change)를 들었다. 서른 권이 넘는 그의 저서 중에 정작 읽은 것은 단 하나도 없지만 그 동안 이러저러한 리더십 트레이닝이나 경영학 강의를 통해 그의 명성은 들어 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What Got You Here Won't Get You There: How Successful People Become Even More Successful’ (한국에는 ‘일 잘하는 당신이 성공을 못하는 2.. 더보기
나이 오늘 페이스북에 한 지인이 이런 글을 남겼다. 나: '와, 이승철보다 선배가 한 살이 더 많다고요??? 와...ㅋㅋ'선배: '이승철 동갑님께서 왜 그러셔...? ㅎㅎ' 이렇게 놀다가, 문득 잊고 지냈던, 한국의 '나이 집착증'에 대한 유감이 되살아났다. 캐나다에 와서 살면서 '너 몇 살이냐?'라는 질문을 받은 게 채 다섯 번도 안되는 것 같다. 한국에 안 살면 나이 따질 일이 없다. 나도 30대 중반에 이민을 와서, 캐나다 현지인들보다 열 살쯤 더 많은 나이에 '신입 사원'이 돼야 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늘 자신의 나이를 열 살쯤 줄여 생각했다. 생각하려고 애썼다. 누구도 네가 몇 살이냐 묻지 않고, 나이에 신경을 쓰지 않으니, 나는 그게 정말 좋았다. '나이는 그저 숫자일 뿐, 중요한 것은 본인의 .. 더보기
아스퍼거 증후군 소재의 청소년 소설 유감 아스퍼거 증후군을 가진 아이를 내세운 소설이 적지 않습니다. 개중에는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낸 수작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책들입니다. 저는 위 세 권 중 앞 두 권을 읽었고, 콜린 피셔는 빌려서 보려고 시도하다가 포기하고 그냥 돌려줬습니다. 제 아이가 오티즘이어서 더욱 오티즘과 관련된 소설들에는 관심이 가는데, 십중팔구 (제 경험만 놓고 보면 십중십, 100%) 실망이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오티즘 스펙트럼 - 오티즘의 증상이 워낙 다채롭고 폭넓기 때문에 Autism "Spectrum" Disorder라고 표현합니다 - 중에서 가장 위에 놓이는, 그래서 가장 정상에 가까운 증상입니다. 숫자에 엄청난 재능을 보인다든가, 음악에서 절대 음감을 나타내지만 다른 사람과의 의사 소통에는 서투른 주인공을 아.. 더보기
SMELL 요즘 내가 지인들과 만나는 창은 페이스북이다. 친하게 지냈던 벗들, 같은 일터에서 지지고 볶았던 동료와 선후배들, 그들을 통해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거쳐 알게 된 이른바 '페친'들 (페이스북 친구), 그리고 '좋아요'(Like)를 누르는 바람에 매일 접하게 되는 여러 언론매체 등등을 다 페이스북에서 만난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일면식조차 없으면서도 그 사람의 성정이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제법 잘 알았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는 별로라고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면모, 심지어 감동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나 자신의 섣부른 편견을 타박하게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연성(軟性)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도 페이스북의.. 더보기
'팩트'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비겁한 한국 언론 신입 기자 시절엔 이상하고 어색했다. '팩트'(fact)라는 말이 마치 밥 속에 들어간 작은 돌처럼 마음 속에서 버석거렸다. 왜 '사실'이라고 안하고 '팩트'라고 하지? 더 멋있게 들려서? 기자들만의 직업적 언어(jargon)인가? 그러면서도 한 해 두 해 가면서 '사실'이라는 말보다 '팩트'를 더 애용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하지만 기자들이 저 말을 애용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은 잘 안다. 기자는 오직 '팩트'를 전달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말이 쉽다. 실천은 어렵다. 세상이 엄혹하고 체제가 살벌한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보면 그런 사회 상황이나 엄혹한 현실을 핑계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