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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正名...이라고? 한국경제연구원 산하 사회통합센터라는 데에서 이런 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 열거된 '종전 명칭'과, 그것을 대체할 용어로 제세된 '변경 제안'을 보면서, 착잡했다. 무엇인가가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느낌을 떨치기 어려웠다. 위선, 왜곡, 은폐, 가증 따위의 말들이, 마치 비누방울처럼 머릿속에서 보글보글 피어 올랐다. 요즘 직장에서 동료들과 자주 하는 은유법 'Put the cart before the horse'라는 말도 상기되었다. 말 앞에 수레를 놓으면 수레가 가나. 그러니 앞뒤 순서를 틀리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경제연구원이라는 데가 재벌, 아니, 이들 표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의 산하 단체라는 점을 떠올리면 이 제안이 처음부터 떠안을 수밖에 없는 한계는 명백하다. 이.. 더보기
ㅈ통닭, ㅂ만두, ㄲ푸드 한겨레 기사 - 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 를 읽다가 머리 뚜껑이 열리는 줄 알았다. 그래도 주제에 '단독'이란다. 특종이라는 얘긴데, 과연 그게 가당키나 한 주장인지... 'ㅈ통닭 외에도 38년간 수원시 팔달로에서 만두를 팔아온 ㅂ만두와 칼국수집으로 유명한 ㄲ푸드 등 ‘동네 상점’들도 나란히 입점한다.' 도대체, 여기에서 이 가게들의 이름을 익명 처리한 이유가 뭐냐? 나는 그것이 알고 싶다. 대체 이런 수준의 보도밖에 못하면서 언론이라고 할 수 있나? 더더군다나, 이 기사에서 졸가리는 이 동네 가게인 ㅈ통닭이라는 데가 대기업 치킨 프랜차이즈를 누르고 낙찰 받았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회사의 이름은 기사의 핵심이 된다. 그런데 ㅈ 이라고? 이건 비유하자면,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유명 배우 ㅂ씨가.. 더보기
지금 아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1월 첫 주가 정신없이 간다. 휴일 중간에 낀 평일을 휴가로 잡아 열흘 넘게 쉬는 바람에 한없이 한가하고 게으른 2주를 보낸 탓이다. 몸은 그 부담없고 느린 일상에 아직도 젖어 있는데, 현실의 상황은 한시라도 빨리 평상시의 업무 상태로 복귀하라고 심신을 몰아부친다. 아침 출근길에 만나는 자전거 출근자의 숫자가 작년 - 이라지만 실제로는 불과 며칠 전인 12월 - 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지난 며칠간 비를 뿌리지 않은 밴쿠버의 날씨와, 동지를 지나면서 낮의 길이가 길어지기 시작한 절기 변화가 한몫 했으리라 짐작하지만,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연초’라는 데 있을 터이다. 연초만 되면 헬스클럽이나 피트니스 센터, 커뮤니티 센터 등이 평소보다 두세 배 더 많은 인파로 북적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새해에는.. 더보기
다시 2015년, 아니 다시 새해 다시 2015년, 이라는 말은 물론 말이 안 된다. '다시 새해'라고 해야 맞겠지. 하지만 여기에서 숫자는 2014든 2015든, 혹은 심지어 2020이든 별다른 의미가 없는 것 같다. 전에 본 듯한 느낌, 기시감이 워낙 강한 탓에 - 아마 그럴 것이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말을 누군가에게 건네기도 전에, 그런 말은 누군가로부터 듣기도 전에, 벌써 피곤하다.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다. 말은 '새해'로되, 구태의연한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역사는 반복된다, 라는 말/주장을 믿지 않았다.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가 어디 있는가, 라고 속으로 혀를 찼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그 말/주장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 생각은, 불행하게도, 혹은 안타깝게도, 시간이 갈수록 더 강렬해진다. 특히.. 더보기
이런 반성문 아침에 게으르게 눈을 뜨고 페이스북의 포스팅을 훑다가 잠이 확 달아나는 글을 접했다. 대한항공 조현민 전무라는 자의 소위 '반성문'이다. 조현민은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항공에 적어도 수천 억 규모의 (부정적) 광고 효과를 몰고온 조현아의 여동생이란다. 이 유치 찬란한 SBS의 아부성 자막도 참고 보기 어렵다. '쿨~하게 인정'이라고? 이게 대체 무슨 '정면 돌파'냐? "제 능력을 증명할 때까지 지켜봐 주세요!"라고? 아니 회사가 무슨 네 연습장이냐? 그래서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능력을 쌓고 증명해가며 대리 달고 과장 차장 부장 승진해서 전무 되는 것 아닌가? ▶다음은 조현민 전무의 '반성문' 전문.우리 마케팅이나 제 밑에 있는 직원들에게 항상 제일 미안한 마음은, 아직도 미흡하고 부족한 조현민을 보여.. 더보기
지금의 남한은 결코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 잠시 죽기보다는 영원히 사는 길을 택하겠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독재에 항거해 형극의 길을 걸으면서 했던 말이다. 그러나 말이 쉽다.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 자신의 삶 속으로 온전히 체현한 사람은 거의 없다는 점이 그러한 사실을 잘 보여준다. 권불십년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말은 틀렸다. 박근혜를 보고, 김기춘을 보라. 아마도 그래서, 수많은 (의사[擬似]) 지식인, 사이비 정치인, 쓰레기 기자들이, 속으로는 분명히 잘못되었음을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위해, 당장의 안위를 위해, 당대의 권력에 빌붙기 위해 불의와 타협할 것이다. 아니, 타협 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일삼아 나서서 불의를 저지르고, 인종지말자적 횡포를 자행하는 것일 테다. '국민과 함께하는 정의의 파수꾼'이란다. '헌법을 수호하고 .. 더보기
未生? 未社! 한국에서 기자로 일하던 시절 만났던, 참 좋은 분을 우연히 다시 (인터넷으로) 만났다. 한국에서 기업을 열심히 일구고 계신 그 분께 보낸 메일의 일부를 따왔다. 2001년에 한국을 떠났으니 한국을 잊을 만도 하다, 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막상 살아보니 그게 안됩니다. 수구초심이라는 말이 그래서 있는가 봅니다. 국적은 오래 전에 캐나다로 바뀌었지만 마음은, 가슴은 늘 한국 쪽을 향합니다. 죽을 때까지 그렇겠죠. 그러다 보니 한국 소식에 관심도 가고, 그래서 한국 뉴스를 자주 챙겨 봅니다. 그러다 보니, 이러다 내가 속병 나지, 싶을 정도로 화가 나고 답답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삼아, 그곳 소식에 눈길을 주지 않으려 애씁니다. 며칠 전부터 아내와 재미있게 본 게 '미생'이라는 드라마입니다. 현실을 .. 더보기
역겨운 축구, 아니 인간들 '드라큘라' 루이즈 수아레즈의 개 같은 사건이 연일 월드컵 뉴스의 앞머리를 장식한다. 이태리가 이기든 우루과이가 이기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여기는 구경꾼의 눈에는 저런 짐승스런 작태가 '논란'이 되고 '논쟁'이 되고, 정의니 불의니, 심지어 음모 이론까지 동원되는 것이, 입맛이 쓴 수준을 넘어 그저 역겹다고밖에 말하지 못하겠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조지 오웰이 예언했던 1984년의 세상보다 더 많은 비디오 카메라들로 뒤덮인 세상이다. 더더군다나 수십억 명이 불을 켜고 지켜보는 월드컵 경기는 최첨단 비디오 장비들로 숱한 각도에서 찍히고, 초슬로우 모션으로 재생되고 또 재생된다. 수아레즈가 이태리의 수비수 어깨를 개처럼 깨물었다는 '사실'은, 그저 느린 장면을 한 번 보는 것만으로도, 그 재생 장면이 .. 더보기
한국 축구의 전통은 계속된다, 쭈욱~! 인정할 건 인정하자. 어제(화) 한국-러시아 월드컵 경기를 시청했다. 보다 보다 그렇게 재미없고 느려터진 경기는 본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홍명보 감독의 치밀한 지공 전술이라고 봐주려고 애를 써도 재미없는 경기인 것은 분명했다. 게다가, 대체 한국팀의 찬스다운 찬스가 몇 번이나 있었나? 바로 그 전에 본 브라질-멕시코 전의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 절륜한 테크닉에 눈이 익은 탓일까? 1:1로 비기긴 했지만 그 속내는 완전히 행운이라는 생각. 누가 골을 넣었는가보다 러시아의 골키퍼가 안됐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국 축구가 아직도 저 수준이고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한국 축구의 전통이 뭐냐고? 바로 문전 처리 미숙. 손흥민이 정말 드물게 얻은 기회에서 말도 안되는 시쳇말로 '똥볼'을 날리자 중.. 더보기
아큐들의 나라 쓴 글을 다 날렸다. 다시 쓰고 싶지 않다. 6.4 지방 선거 결과를 보고 한 페친이 한국이 '아큐들의 나라' 같다고 개탄했다. 솔직히 그보다 더 깊이 공감할 수가 없었다. 박원순, 조희연 등을 'silver lining'으로 볼 수도 있겠지. 하지만 한국은, 특히 박정희의 '성은'을 받은, 혹은 받았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지역민들은 세월호 같은 사고가 몇 번이 더 나더라도 끝끝내 '박근혜를 지키자'고 할 것임을, 이번에 새삼 확인했다. '완승·완패 주지 않은 현명한 民心 제대로 읽으라'는 좃선일보의 위대한 조언에 따라, 이제는 정말 한국 정치판에, 사회판에 눈길을 주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한다. 덧붙임 (6월5일, 목): 너 잘 났다라는 비아냥이 들리는 듯하다. 그래도 할 수 없다. 누가 뭐래도,..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