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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콜로라도의 학살극', 그리고 '총의 천국' 미국의 비극 콜로라도 주의 총기 난사 사고를 둘러싼 미국 언론과 정치권의 반응은 '본말전도'와 위선의 극치를 보여준다. 누구도 '본'인 총 얘기는 안하고 '말'인 기도, 위로, 애도 등 허망한 얘기로 진실을 가린다. NRA의 로비력 탓? 미국인의 맹목적 무지 탓? 총기 사고가 날 때마다 미국의 언론 보도는 판박이식 행보를 되풀이한다. 일단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서로 껴안은 사람들의 모습이나, 그 며칠 뒤 촛불 들고 기도 하는 모습. 그리고 기사는 범인이 얼마나 비정상적이었거나 어떤 정신병적 징후를 가졌는지, 평소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외따로 떨어져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았다는 식의, 몰아가기 식 보도. 거의 언제나 표나게 결여된 대목은 총 그 자체에 관한 지적, 총기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 월마트에서도 살 수 .. 더보기
슬픈 한글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경제연구소가 쓴 보고서 한 편을 일별했다. 'CEO가 휴가 때 읽을 책 - 경제 경영 7選, 인문 교양 7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였다. 어떤 책들을 추천했나 싶어 들어가 보았다. 다음과 같은 표 목록이 나왔다.말로는 경제 경영과 인문 교양을 나눴다지만 거개의 성격은 경제 경영 쪽으로 치우쳤음을 부인하기 어려워 보였는데, 나는 책들의 내용보다 먼저 제목들에서 충격과 불쾌감을 맛보았다. 더 체인지, 디맨드, 멀티플라이어, 바로잉, 러쉬!, 시빌라이제이션...에라잇! 도대체 이게 무슨 흉칙한 제목들이란 말인가?! 시빌라이제이션이라고? 영어 제목을 고스란히 뽑아오면서도 정작 지은이의 이름을 제대로 표기하지 못한 - 니얼이 뭐냐 니얼이...나이얼이지! - 대목에서는 이거 혹시 의도적인 블랙코미.. 더보기
생각 생각 생각 좀 하고 말해라, 제발! 페이스북에서 이런 포스팅을 봤다.그래서 클릭을 했더니 이런 기사 (아닌 기사)가 떴다. 코미디다.여기에서 사진을 노태우나 전두환, 아니 그 이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진으로 바꾸고, 성만 노, 전, 혹은 박으로 바꾸면 고스란히 이야기가 된다. 기후 변화 운운은 박통 시절에 없었을테니, 그냥 전력 부족, 전력난 정도로 편집하면 될 것 같다. 요는, 1970년대식 촌스러움과 유치함이 기사 곳곳에 묻어난다는 뜻이고, 무엇보다 맨 앞 페이스북의 촌평에서 보듯이 사람들로 하여금 "아, 솔선수범하는 우리 대통령, 훌륭하고나"라고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라, "웃기고 있네. 얘들 지금 장난하냐? 개콘 소재도 못되겠다"라고 비아냥거리게 만든다는 점이다. 다시 개콘식 표현을 빌려 온다면 '초등학생 마.. 더보기
일용할 양식 "아침에 가방에 도시락 넣을 때마다 일하러 가는 건지, 먹으러 가는 건지 잘 모르겠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해서, 아내에게 하곤 하는 농담이다. 농담이지만 진담이기도 하다. 오늘 바리바리 싸온 것만 해도, 물 두 통, 미숫가루 한 통, 스포츠 음료 한 통 (뛰는 날만), 과일 (오늘은 사과), 요거트 (그리스 요거트를 먹어보니 참 좋다 ^^), 그리고 점심 (대개 갖은 야채를 섞은 샐러드)... 내게는 정말 한 상이다. 오후에 퇴근할 때 들리는 배낭이 한결 더 가뿐하다. 당연하지 다 뱃속에 들어갔으니... 문득 이솝 우화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먼 길을 떠나면서 주인이 노예인 이솝에게 어떤 짐을 들겠느냐고 했을 때, 그는 가장 무거운 음식 짐을 들겠노라고 대답했다는... 처음에는 다른 노예들의.. 더보기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 유감 이와 비슷한 얘기는 여러 번 한 것 같다. 그 중 하나는 여기 최근의 황당하면서도 서글픈 한 사례. 그러나 이것은 외래어 표기의 문제라기보다 외국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의 문제, 혹은 그에 적합한 한국어로 옮겨보려는 노력의 결핍의 문제. 그냥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제목으로 내세우면 어디가 덧난다는 말인가?!: 한국의 외래어 표기법은 확 바뀌어야 한다 지금 당장!... '마이 파더'라는 영화 포스터를 보고 새삼 든 생각이다. My father? My Pother? 현행 외래어 표기법 이전이라면아마도 '마이 화더'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하다가 개선이 아닌 개악, 그것도 끔직한 몰골로 바뀌어 버렸나? 옛날 제법인기를 끌었던 청량음료 환타. 지금 표기법대로라면 판타다. 판타지라고? Pantasy?.. 더보기
지식 할인의 시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서점 체인은 두 곳이다. 챕터스, 그리고 인디고. 그런데 두 회사가 사실은 같은 회사다. 임자가 같다. 헤더 라이스만이라는 여자가 CEO인데, 나는 늘 그 여자가 못마땅하다. 남편 덕에 돈XX 한다라는 못된 생각도 종종 든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넘쳐나는 돈 갖고 다른 일대신 서점을 하기로 했다는 게 대견스러워 할 일이 아닌가? 글쎄다. '글쎄다'라고 말한 이유는 그 거대 서점 체인의 독점적 횡포로 말미암아 중소 서점은 설 자리가 없다는 현실 때문이다. 예컨대 토론토대 서점이 무슨 날고 뛰는 재주로 30%, 40%, 심지어 90%씩 할인해 가며 책을 팔아대는 이 괴물 체인을 당한다는 말인가? 이 사진은 스틸스 애비뉴 근처에 있는 제법 큰 매장의 챕터스 체인인데, '클리어런스.. 더보기
이러다 죄 받지... 냉장고가 퍼졌다. 집 살 때 함께 포함된 가전제품중 하나로, 쓴 지 10년쯤 된 월풀(Whirlpool) 제품이었다. 어제부터 냉기가 돌지 않아 설마 설마 했는데, 오늘 아침이 되자 그 사실이 명백해졌다. 냉장고 음식을 서둘러 지하의 냉동고와 김치냉장고로 옮기고, 사람을 불렀다. 그 사람, 한 시간쯤 뚝딱뚝딱 문제점을 찾아보더니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압축기(Compressor)가 나갔으니 그를 가느니 차라리 이 참에 새 냉장고를 사란다. 컴프레서 바꾸는 데 드는 비용이 4, 5백불이고, 그냥 쓸 만한 냉장고 사는 비용이 그 비슷하단다. 전자제품들에서 이런 현상이 자심하다. 부품 바꾸는 비용과 제품을 통째로 바꾸는 비용이 엇비슷한 이 기괴한 현상. 아무런 문제도 없고 작동도 잘하지만 2년 쓰다 계약을 .. 더보기
눈높이를 바꾸면... 지난해 10월까지, 약 3년간 살았던 타운하우스에는 손바닥만한 마당이 있었다. 거기에 깻잎을 심어 먹은 적이 있다. 그 때 쓴 글: "눈 높이나 보는 각도를 달리하면 또다른 세상이 보입니다. 평소에 생활하던 그 높이와 각도의 눈으로는 좀체 볼 수 없는 세상입니다. 어렸을 적, 고개를 가랑이 사이로 처박고 거꾸로 뒤돌아본 세상의 풍경, 그리고 그 풍경이 안겨주던 낯선 감각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집앞 손바닥만한 텃밭에서 깻잎이 자라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요만한 규모의 깻잎을 길러서 누구 코에 붙일까 싶지만, 막상 뜯어 먹어보면 그 양이 제법 됩니다. 서너 명 정도의 가족이라면 여름 한 철 맛나게 먹을 수 있을 만한 분량이 나옵니다. 손바닥만한 세상, 그러나 거기에도 '숲'이 자라고 있습니다." (2007.. 더보기
호박처럼 사랑스러운... 농부 스머프가 스머펫을 짝사랑하게 되었다. 문제는 자기 마음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 "스머펫, 너는 우리 밭에 있는 잘 자란 호박처럼 예뻐!" 결과는 물론 퇴짜. 농부 스머프로서는 최상의 찬사였는데... 실제 스머프 에피소드에서 그가 스머펫에 비유한 것이 호박이었는지 오이였는지, 또는 고추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그가 자기 밭에서 정성들여 가꾸는 채소 (또는 과일)을 동원해 스머펫에게 사랑을 고백했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왠지 모르지만 나는 호박을 볼 때마다 그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호박이 이렇게 예쁜데...' 하고 혼자 생각하곤 한다. 또 하나, 호박과 관련해 떠오르는 추억은 어린 시절 마을회관의 스피커로 흘러나오곤 했던 노래 한 자락. "사랑이 별거드냐 ('~더냐'라고 하.. 더보기
돈 긁는 비정한 손? 오늘 요크데일 쇼핑 센터에 잠깐 들를 일이 있었다. 이 쇼핑 센터는 아마도 캐나다 전체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앨버타주의 에드먼튼에 있는 쇼핑 몰이 최대라고 하는데 가본 적이 없으니 그냥 짐작만 할 뿐이다. 요크데일 쇼핑 센터는 그 규모뿐 아니라 파는 물건의 가짓수, 또 이른바 '명품'으로 일컫는 사치품을 다루는 가게의 종류와 숫자에서도 압도적이다. 주차장이 축구장 몇 개를 더한 것만큼 너른데도 차 댈 데를 찾기가 쉽지 않다. 크리스마스 같은 연휴 무렵에는 주차 공간 찾는 것은 고사하고 그 쇼핑 센터로 들어가기조차 쉽지 않다. 쇼핑 센터로 빠지는 길목의 고속도로가 미어터진다. 정말 '악' 소리 날 정도. 나는 아예 범접할 엄두조차 안낸다. 평일이라 비교적 한산(하다지만 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