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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일용할 양식

"아침에 가방에 도시락 넣을 때마다 일하러 가는 건지, 먹으러 가는 건지 잘 모르겠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해서, 아내에게 하곤 하는 농담이다. 농담이지만 진담이기도 하다. 오늘 바리바리 싸온 것만 해도, 물 두 통, 미숫가루 한 통, 스포츠 음료 한 통 (뛰는 날만), 과일 (오늘은 사과), 요거트 (그리스 요거트를 먹어보니 참 좋다 ^^), 그리고 점심 (대개 갖은 야채를 섞은 샐러드)... 내게는 정말 한 상이다.

오후에 퇴근할 때 들리는 배낭이 한결 더 가뿐하다. 당연하지 다 뱃속에 들어갔으니... 문득 이솝 우화가 떠오르는 순간이다. 먼 길을 떠나면서 주인이 노예인 이솝에게 어떤 짐을 들겠느냐고 했을 때, 그는 가장 무거운 음식 짐을 들겠노라고 대답했다는... 처음에는 다른 노예들의 비아냥을 샀지만 나중에 돌아올 때는... 
 

그나저나 오늘 점심 때는 제대로 뛸 수 있으려나 살짝 걱정도 된다. 슬슬 눈발도 날리고... 무엇보다 지난 일요일, 뛰다가 오지게 넘어져서 자칫하면 어깨뼈가 부러질 뻔했다. 아침부터 내린 눈 밑에 깔린 얼음을 미처 못본 것. 여러 번 삐끗하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오른쪽 어깨와 주변이 아직도 욱신거린다. 파스를 붙였더니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 아내한테는 조심하지 않는다고 혼나고... 눈은 내렸지만 날씨는 별로 춥지 않아서 좀 무리해 나간 것인데... 평소 같으면 긴 거리 - 이번 일요일엔 25km - 를 뛴 탓에 다리가 욱신거려야 하는데, 그것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 것 같다. 어깨 쪽이 하도 쑤시고 결려서...

어쨌든 잠자리가 퍽이나 불편했다. 늘 모로 누워서 자는데 오른쪽으로 돌아 누을 수가 없었다. 에고고...!

올 겨울은 유난스럽다. 지난 겨울에도 이 말을 한 것 같기는 하다. 지난 겨울이 지나치게 오랫동안 추웠다는 점에서 유난스러웠다면, 올 겨울은 맹추위와 맹난동이 갈짓자로 너무 자주 왔다갔다 한다는 점에서 유난스럽다. 그러다 보니 산간 지방은 사상 유례없는 산사태 위험을 예고하고 있고, 동네의 트레일이며 보도는 지나치게 불규칙한 노면 상태를 제공한다. 어디는 뽀송뽀송 말랐고, 어디는 눈에 덮였고, 어디는 얼음으로 코팅되어 있고... 

어제는 가족의 날 (Family Day)이었다. 그 덕택에 월요일을 쉬었다. 집에서 빈둥빈둥 놀았다. 오늘은 월요일 같은 화요일. 이제 나흘만 지나고 나면 다시 주말이다. 무에 중뿔난 게 기다리는 것도 아닌데, 주말만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주말을 보내고 나면 너무나 빨리 지나가 버린 주말을 슬퍼하며 또다른 주말을 고대하고... 내 인생은 주말 인생이고 나는 주말 인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