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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SMELL

요즘 내가 지인들과 만나는 창은 페이스북이다. 친하게 지냈던 벗들, 같은 일터에서 지지고 볶았던 동료와 선후배들, 그들을 통해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거쳐 알게 된 이른바 '페친'들 (페이스북 친구), 그리고 '좋아요'(Like)를 누르는 바람에 매일 접하게 되는 여러 언론매체 등등을 다 페이스북에서 만난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일면식조차 없으면서도 그 사람의 성정이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제법 잘 알았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는 별로라고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면모, 심지어 감동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나 자신의 섣부른 편견을 타박하게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연성(軟性)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도 페이스북의 특성이다. 보거나 읽고 푸근한 감동을 맛볼 수 있는 그런 내용들. 문제는 눈먼 낙관과 감동만을 표나게 내세우다 보니 때때로 사실 아닌 허구들이 사실 - 진실은 차치하고 - 을 가려버린다는 점이다. 누구누구의 감동적인 말이었다고 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면 그의 말이 아닌 경우도 있고, 길잃은 강아지나 고양이 - 무조건 귀여워야 한다 - 를 안은 사람의 사진들이 갖은 변주로 나타나는데, 사진의 화질이 조악하고 출처가 없다. 악 귀엽다! 라고 함께 감동해주기에는 뭔가 뒤끝이 찜찜하다. 


그런가 하면 "1백만 개의 '좋아요' 버튼이 쌓이면 아빠가 강아지를 사준댔어요. '좋아요'를 눌러주세요"의 변주도 요즘 심심찮게 올라온다. 1백만 개는 1천만 개로 늘기도 하고, '강아지 사준다'는 얘기는 '고양이를 사준다'거나 다른 종류의 선물이나 약속으로 변주된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그래서 동정하지 않을 수 없는 외모의 버림받은 개나 고양이의 사진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공해다. 물론 그런 사진들만 올리는 페이지를 내 페친 중 누군가가 '좋아요'라고 버튼을 눌렀기 때문에 내 창에도 뜨는 것인데, 간단히 'hide'하면 사라지지만, 찜찜한 느낌은 꽤 오래 지속된다. 


예수도 페이스북의 단골 손님이다 (이를테면 저런 그림). 길거리 좌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발소형 그림', 어린 시절부터 하도 자주 보아왔고, 사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묘사임을 너무나 잘 아는 그 그림 속의 예수는 왕년의 로버트 테일러나, 멜 깁슨이 예수로 기용했던 짐 카비젤보다 더 완소남이지만, 그럴수록 속이 불편해지는 심사는 어쩔 수가 없다. 페이스북은 싸구려 전도질의 통로이기도 하구나... 그 그림과 함께 나타나는 당신은 예수 편이요, 악마 편이요?라는 글귀는 더욱 밥맛 없다. 이런 페이지를 '좋아요'라고 누른 페친조차 싫어진다. 피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Hide.



비단 페이스북만이 아니다. 온라인 세계가 현실 세계 찜쪄먹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그를 능가하는 규모로 폭증하면서 쓰레기 정보, 거짓 정보, 유사 정보, 의사 정보도 마찬가지로 폭증하고 있다. 뚜렷한 출처도 없는 내용이 '뉴스'라는 탈을 쓰고 사람들을 현혹한다. 정치꾼의 당파적 주장, 특정 기업의 제품 광고가 마치 권위 있는 조언이나 감명깊은 이야기인 것처럼 탈바꿈해 사람들을 기만한다. 사실과 허구 사이의 간극은 좁아지다 못해 때때로 겹치는 것 같다. 아니 사실이 허구가 되고 허구가 사실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열 명이 허구를 허구로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 해도, 백 명이 허구를 사실이라고 믿고 우겨대면 그게 사실의 힘을 얻기도 하는 세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이 정보의 뒤범벅 속에서 허우적대더라도 사실은 사실이고 허구는 허구다. 그 둘 사이를 제대로 구별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아니, 지혜 이전에, 과연 이것이 사실일까 허구는 아닐까 의심해보느 태도가 필요하다. 오늘 미국 공영방송인 PBS의 '미디어 쉬프트'라는 페이지에서 정말 귀한 정보를 얻었다. '속지 말자: SMELL 테스트로 온라인에서 사실과 허구를 구별하자'(Don't Be Fooled: Use the SMELL Test To Separate Fact from Fiction Online)라는 글에서다.


이 칼럼의 저자는 '냄새' (SMELL)를 잘 맡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말은 중의적이다. 진짠지 가짠지 그 냄새(눈치)를 잘 맡아야 하기도 하지만 'SMELL'로 대표되는 다음 다섯 가지 기준을 일종의 '거짓말 탐지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S는 소스(Source)의 S. 정보 출처가 어디인가? 

M은 동기(Motivation)의 M. 왜 그들은 이 이야기를 나에게 전할까?

E는 증거(Evidence)의 E. 일반화의 증거는 무엇인가?

L은 논리(Logic)의 L. 이 글의 결론은 논리적으로 합당한가?

L은 빠진 것(Left out)의 L. 이 정보에 대한 우리의 해석을 바꿀 수도 있는 무엇인가가 혹시 빠진 것은 아닌가?


소스, 동기, 그리고 증거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데는 또다른 두문자어 '파이'(PIE)를 활용하라고 미디어쉬프트는 조언한다. P는 근접성(Proximity), I는 독립성(Independence), E는 전문성(Expertise)을 의미한다. 오른쪽 표에서 그 해당 사항이 오른쪽 (high)으로 갈수록 출처/동기/증거의 신뢰도도 높아진다. 


정보는 차고 넘치는데 정작 쓸모 있고 믿을 만한 진짜배기 정보는 더욱 찾아보기 어렵다. 그야말로 정보의 역설 아닌가? 그리고 그런 역설은 이른바 '빅데이터'의 시대를 맞으면서 더욱 도드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더욱 시의적절한 '파이의 냄새 맡기' (PIE + SMELL)도 중요하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