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에 이런 글이 실린 것을 페이스북을 통해 알게 됐다. 경향신문 기사의 링크.


그래서 기사의 단초를 제공한 진중권 씨의 트위터 (@unheim)를 찾아봤다. 과연 이런 트윗이 보인다.

그래서 이런 댓글 아닌 댓글을 달게 됐다. 


존경하는 선배이자 페친인 성우제 선배의 허핑턴 포스트 글을 보다가 댓글을 달기 시작했는데 너무 길어져서 이리로 옮깁니다. (성우제 선배의 페북 포스팅은 이 글 맨 아래 붙여놓았다.)


"허핑턴포스트의 원고료 미지급 문제는 본사에서부터 문제가 많았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부터 자발적인 블로거들의 글을 모아 쓰던 버릇이 그대로 온존하면서, 원고료 안 주는 게 당연시 된 거죠. 


그런데 이 신문 사주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신문이 커지고 인기가 올라가면서 시장 가치가 높아지자 이 신문을 AOL에 팔면서 수천만 달러를 벌게 되죠. 그러면서 그 때까지 공짜로 글을 써온 블로거, 필자들이 돈 내놔라, 했던 건데, 이 아줌마는 물론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너희가 좋아서, 자발적으로 공짜 기고한 거 아니냐, 너희도 허핑턴 포스트 덕택에 필명 알렸으니 된 거 아니냐는 식으로 넘어갔습니다. 


한겨레신문이라고 해서 무슨 중뿔나게 대단한 정론지거나 퀄리티 페이퍼라고 보지는 않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다른 한국 신문보다 덜 후지다고 여겨지는 신문에서 저런 찌라시 쓰레기 신문과 제휴를 하다니 참 웃깁니다. 


사람들이 자주 실수하는 것중 하나가 보는/읽는 사람이 많으면 영향력 있는 것이고 좋은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인데, 이 허핑턴포스트야말로 딱 그런 경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물론 좋은 글도 있고, 좋은 칼럼도 있습니다. 아리아나 허핑턴이 골수 리버럴이어서 (건전하게) 비판적인 기사도 자주 실립니다 (폭스 뉴스처럼 비판 아닌 비판을 위해 엄연한 사실마저 왜곡하지는 않는다는 뜻).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허핑턴 포스트를 '온라인 세계의 뉴욕타임스' 식으로 생각하면 그보다 더 큰 오산도 달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신문 아닌 신문은 인터넷 이용자를 가능한 한 더 많이 끌어모으기 위해서, 가능한 한 자극적이고 눈에 띄는, 말 그대로 '낚시성' 제목과 사진을 앞에 내세우죠. 그것도 두세 건을 번갈아 내보여, 그 중 더 많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제목을 노출시킵니다. 


허핑턴 포스트는 퓰리처상을 받은 첫 온라인 신문으로 기록될 만큼 좋은 점도 많고 온라인 저널리즘의 한 방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릅니다. 하지만 악습은 악습이고, 노동 착취는 노동 착취입니다. 그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남의 손으로 코를 풀겠다는 저 고약한 심보는 결코 좋게 보려야 봐줄 수가 없는 대목입니다. 성선배 말씀마따나, 그러면 저 허핑턴 포스트 한국판의 에디터들도 공짜로 자원봉사하는 것인지 진심으로 확인해 보고 싶군요. 


참 유감스럽고, 짜증스럽고, 경멸스럽습니다. 왜 육체 노동에 대해서는 다만 몇천 몇만 원이라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데 동의하면서도, 정신 노동/ 지식 노동에 대해서는 공짜여도 무방하다, 라거나, 이 매체의 영향력 덕택에 이름을 알리게 됐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니냐는 식의 황당무계한 논리가 먹힐 수 있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Posted by North Shore 새알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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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ird Stage 2014.03.22 07:34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긴가민가하면서 검색을 해봤더니, 최근에 모 방송인 -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 이 이 허핑턴포스트코리아의 에디터로 간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이렇게 잘못된 방식으로 운영을 한 것이 드러나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 North Shore 새알밭 2014.03.25 09:4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한국판 허핑턴 포스트는, 어떤 그럴듯한 주장을 펴든 헉! 경악! 충격! 이럴수가! 등으로 도배된 현행 사이비 웹사이트들의 변종에 지나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로 만들어진, 허핑턴포스트보다 훨씬 더 유의미하고 성숙한 '오마이뉴스'가 이미 있는데, 한국의 언론은 그런 사실을 짐짓 무시하더군요. 언론들끼리는 짐짓 모르쇠로 일관하면서 어느 신문이나 잡지인지 뻔히 아는 상황에서도 '모 신문' '모 시사주간지'로 표기해대는 못된 악습을 고려하면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말입니다.

  2. bluegoby 2014.03.31 19:2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전 처음에는 허핑턴 포스트가 그런 찌라시 신문을 표방하는 건 줄 알았어요;; Huff라는 단어 어감이 그래서요. 그런데 사장 이름이 허핑턴이군요. 그런데 어리석은 방식이네요.. 공짜로 글 청탁을 하면 공짜로라도 글을 싣고 싶은 사람만 기고를 할 테고 당연히 글 수준이 떨어질 텐데.

    • North Shore 새알밭 2014.04.01 15:4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역시 고비님 다우신 추측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에서 그런 방식이 크게 성공했으니 자신감도 그만큼 붙었겠죠. 이 아줌마만 수천만 달러를 벌면서 대재벌이 됐죠. 골수 리버럴인데, 이런 사람 때문에 미국 리버럴에 대한 이미지도 영 별롭니다.

      이곳에서도 공짜 글을 청탁하는 허핑턴 포스트를 두고 논란이 컸더랬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공짜 글이 정당하다고 주장하는 자들이 많았어요.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슬레이트(Slate)의 한 기자인데, 본인 자신이 공짜 글을 웹사이트들에 올려대는 것으로 글쓰기를 시작해서 잘 나가는 슬레이트에까지 오게 됐다, 라면서 글쓰기 시장을 정글에 비유하더군요. 영 틀렸다고만 하기는 어려웠지만 입맛이 참 썼습니다.

    • bluegoby 2014.04.02 17:1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은 그게 되는지도 모르겠네요. 글쓰기가 돈이 되니까.. 글쓰기 시장이라는 말도 있는 거 아니겠어요? 우리나라에서는 글 써서 밥 먹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될지요ㅠㅠ

    • North Shore 새알밭 2014.04.06 11:3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미국이나 캐나다나 글 써서 먹기 힘든 것은 다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여간만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오르지 못하면 투 잡, 쓰리 잡은 당연한 것 같고요. 오죽하면 작가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일자리/아르바이트 자리는 무엇일까, 라는 설문까지 나왔을까요!

      어떤 작가는 우편배달부가 좋을 거라고 대답했더군요. 많이 걸을테니 운동도 되고, 무엇보다 걸으면서 글 쓰기 구상을 자유롭게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죠. 하지만 실상 가장 흔한 부업은 주로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서빙을 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