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NEWS+

‘그때 그대로’ 정격음악 거장 로저 노링턴 겁없는 아마추어-대가 경지이른 프로 지휘자 | NEWS+ 1997년 9월18일치 베토벤의 교향곡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제5번에 도전하는 지휘자는,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두 부류다. 하나는 아직 뭘 모르는, 따라서 겁없는 아마추어 지휘자이고, 다른 하나는 대가(大家)의 경지에 있는 이른바 프로 지휘자이다. 아마추어와 대가 사이에 놓인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대체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5번을 뒤로 미루어 놓는다. 37분 안팎의 짧은 교향곡 안에 담긴 그 엄청난 에너지, 숨막히는 긴장감, 장대한 드라마, 그리고 완벽한 구성을 제대로 감당해낼 수 없는 까닭이다. 『도전은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일단 하나의 영역이 정해지면 나는 다른 어떤 이도 끼여들 수 없는 완벽함을 보여줄 각오가 돼 있다.. 더보기
귀를 옅게 하는 ‘짜깁기 음반’ 활개 김상현기자의 클래식 산책 | NEWS+ 1997년 9월11일치 참을 수 없는 「짜깁기」의 가벼움. 이즈음 음반 매장의 진열대가 보여주는 풍경을 요약한다면 이런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귀에 익은, 혹은 눈에 익은 곡들이 이 음반 저 음반 에 겹치기 출연하는 현상은 실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예컨대 엘가의 「사랑의 인사」,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중 「아침」,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 곡 제21번 일명 「엘비라 마디간」 중 2악장, 비발디의 「사계」 따위는 하도 닳고닳아서 아무런 생각없이 듣는 배경음악과 구별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언제 청소차의 상징 음악으로 전락한 「엘리제를 위하여」의 운명이 될지 모를 판이다. 짜깁기, 혹은 편집 앨범은 대략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 더보기
위대한 ‘탱고의 아버지’ 피아졸라 탱고, 매음굴 댄스클럽서 콘서트로 부활시켜 | NEWS+ 1997년 9월4일치 보통 사람들에게 탱고는 영화의 멜로드라마에서 접하는 통속 음악 정도로 여겨진다. 영화 「트루 라이즈」의 한 장면이나, 「여인의 향기」에서 낯선 여인과 멋들어지게 춤추던 알 파치노 를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재즈에 대해 케니 G의 음악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불완전한 것이다. 재즈가 그러한 것처럼 탱고 또한 불명예스러운 뿌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매음굴에서, 두 남자 뚜쟁이의 춤에 맞춰 연주되었던 음악이 탱고의 뿌리이기 때문이 다.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92). 재즈에 듀크 엘링턴이 있었다면, 탱고에는 피아졸라가 있었다. 그는 탱고를 매음굴이나 댄.. 더보기
神音 켜는 ‘비올 거장’호르디 사발 김상현기자의 클래식 산책 | NEWS+ 1997년 8월28일치 세상의 모든 아침. (Tous les matins du monde, 1991) 92년 개봉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때아닌 바로크음악 열풍을 몰고 왔던 바로 그 영화(감독 알랭 코르노). 호르디 사발(Jordi Savall, 56)을 얘기하자면 어쩔 수 없이 이 영화를 끌어 와야 한다. 그만큼 영화와 영화음악이 유명했기 때문이지만, 바꿔 말하면 사발의 대중적 인지도가 그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본(혹은 들은) 사람은 알 것이다. 비올라 다 감바의 은자(隱者) 생트 콜롱브가, 또 그의 제자 마랭 마레가 얼마나 기막히게 「베이스 비올」을 연주하는지 말이다. 그 중에서도 콜롱브가 죽은 아내를 그리며 연주하는 「눈물」(Les Pleurs.. 더보기
메이저 음반사에 딸린 ‘버금상표들’ ... 독특한 색깔로 승부 주요 음반사들, ‘서브레이블' 붐...깊고 독특한 음색들 | NEWS+ 1997년 8월14일치 레이블을 알면 명반이 보인다. 명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음반의 성격이 보인다. 바로크 음악을 통해 현실 도피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하르모니아문디 프랑스」(HMF)나 「도이치하르모니아문디」(DHM) 딱지를 눈여겨보는게 좋다. 「아르히브」「기멜」「르와조리르」「오비디스」등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한편 실험적인 현대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논서치」나 「포인트뮤직」, 「카탈리스트」 등의 레이블에 주목할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클래식 음반 시장의 주류(主流)는 5개 거대 음반사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도이체그라모폰(DG) 필립스 데카를 한데 아우른 폴리그램 EMI 소니 워너뮤직 BMG 등이 그들이다. 흔히 「메이.. 더보기
어려서 외국어 배워야 모국어처럼 말한다 이 연구 결과가 - 이 기사 자체가 아니라 - 널리 퍼지면서, 한국의 조기교육, 특히 조기 영어 교육 열풍이 더욱 달아오른 것으로 기억한다. 이 기사를 다시 읽는 기분이 묘하다. 美서 연구“뇌 언어저장소 나이따라 달라…7,8세때 효과만점” | NEWS+ 1997년 7월31일치 국내의 영어 조기교육 열풍을 정당화할 수 있을 법한 연구 결과가 최근 나왔다. 그에 따르면 7~8세 이전에 제2외국어를 배울 때와 그 이후 어른이 되어 배울 때, 그 내용을 저장 (기억)하는 뇌의 위치가 다르다. 따라서 제2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할 수 있으려 면 어릴 때부터 배워야 한다. 미국 뉴욕에 있는 메모리얼 슬로운-케터링 암센터의 연구진은 활동중인 뇌의 이미지를 잡아내는 첨단 기술을 이용해 이같은 사실을 밝 혀냈다. .. 더보기
우주 탐사의 새로운 중흥기는 오는가 결론부터 말한다면, 중흥기는 오지 않았다. 중흥기는커녕, 이후 쇠퇴 일로였다. 2007년경부터 시작된 경제 침체가 여기에 도움이 되지 못했음은 물론이다. 지금 당장 먹고 살기조차 팍팍한 마당에 무슨 우주선이고 우주 탐사란 말이냐는 정치적, 현실적 언사는 강력한 설득력을 발휘했다. 설령 설득력이 없었다고 해도, 투자할 돈이 없었다. 여북하면 10년 넘게 진행돼 온 우주정거장 계획에서조차 미국과 유럽이 손을 뗐겠는가? 이 때만 해도 공산정권의 붕괴로 경제조차 붕괴 위기에 직면했던 러시아가, 지금은 도리어 우주 탐사의 마지막 희망을 안고 있다. 우주정거장 계획에서 발을 빼지 않은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정말 언젠가는, 다시 우주 탐사의 문이 다시 열릴 것이라고 본다. 다만 그 언젠가가 언제냐가 .. 더보기
사이버미술관 접속해보면“애걔” 오진경교수팀, 전세계 265곳 분석 - 루브르 등 대부분 홈페이지 자료­정보 부실 (1997년 7월17일치) 『프랑스까지 가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루브르박물관의 방대한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퍽 낯익은 얘기다. 온갖 언론 매체가 인터넷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 써먹은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 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두 가지 잘못이 있다. 하나는 루브르박물관을 찾아가 미술품을 감상하는 「직접경험」과 인터넷을 통한 「간접경험」을 동일시했다는 점이고, 또 하나는 루브르박물관의 인터 넷 홈페이지가 실제 박물관만큼 풍부한 자료와 정보를 갖추고 있다고 착각한 점이다. 이러한 사실은 지난 6월 말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열린 인터넷회의 「아이네트 97」에서 밝혀졌다. 이화여대 오진경 교수(미술사학)는 「인터넷을 통한 현.. 더보기
“인터넷 주권찾자”아시아기업들 뭉쳤다 한­일 등 10여업체 인터넷협회 본격 가동 | 美중심 운영에 맞불 | 1997년 7월10일 종주국(宗主國)은 힘이 세다. 온갖 태권도 대회를 싹쓸이하는 한국은 태권도의 종주국이다. 인터넷의 종주국은 미국이다. 좀더 범위를 넓힌다면 영어를 상용하는 미국과 유럽의 선진국들이 다. 정보사회의 전령처럼 칭송받아온 인터넷이지만 거기에는 비영어권 국가들이 삼투하기 힘든 문화적 뿌리가 엄연히 도사리고 있다. 인터넷 사용 인구나 그것을 이용한 비즈니스, 인터넷에 대 한 여러 규칙이나 표준들은 지금까지 종주국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불공정한 게임이었다. 앞으로는 그것이 바뀔 것 같다. 종주국의 텃세에 시달려 온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지난 6월24~27일 말레이시아 콸.. 더보기
영화에서 만난 ‘차이코프스키 선율’ 김상현 기자의 클래식 산책 | 「NEWS+」1997년 7월 10일자(No.91) 사회의 인습과 규범을 거부하고 사랑에 몸을 던진 여인. 그러나 그 사랑으로 인해 파멸의 운명을 맞는 여인.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가 올해도 영화로 만들어졌다. 소피 마르소와 숀 빈이 각 각 안나와 브론스키를 연기했으며, 베토벤 영화 「불멸의 연인」으로 친숙한 버나드 로즈(감 독)와 게오르그 솔티경(음악감독)이 다시 손을 잡았다. 그 때문인지 「안나 카레니나」의 장 면 위로 자꾸만 「불멸의 연인」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그러한 겹침은 주로 음악 때문인데, 두 영화는 무엇보다 한 작품을 일관된 주제 선율로 삼 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불멸의 연인」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2악장이, 「안나 카 레니나」에서는 차..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