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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납작 스탠리, 모벰버, 그리고 새 섹셔널 소파 사소하지만 잊지 말고 기록해 두었으면 싶은 것들이, 마치 햇빛에 반짝이는 사금파리처럼 주변에 널려 있다. 여기에 담은 것들도 그런 사례들이다. 행복이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할 때, 마치 전구에 불이 켜지듯 반짝 빛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준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숙제는 '납작 스탠리' (Flat Stanley)와 무얼 하며 놀았는지 사진과 함께 짤막한 일기를 써서 제출하는 일이다. 종이에 얼굴과 몸을 그려 오린 캐릭터이니 납작할 수밖에 없는 이 친구는 흥미롭게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란다. 그러니 그에게 캐나다살이를 체험시켜주는 셈인데, 위 사진은 성준이가 레고 영웅 공장 (Lego Hero Factory)의 캐릭터 중 하나인 퍼노 젯 머신 (Furno Jet Machine)을.. 더보기
Just do it! 일요일 아침 여섯 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도 뚝 떨어져 긴팔 재킷에 타이즈를 입었어도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밑에 서서,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로 쉼없이 그어지는 사선의 빗줄기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아 뛰지 말까? 몇 시간 뒤면 비가 갠다는 일기 예보인데 그 때까지 기다릴까? 몸도 찌뿌둥하고 컨디션도 별로인데 그냥 쉬어버릴까? 창밖으로 보이는 비나 눈은 실제보다 더 세차 보이고 더 을씨년스러워 보인다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오늘 아침만은 예외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문제였다. 그 바람을 안고 언덕을 천천히 뛰어 올라가는데, 불과 몇 분 안돼서 가슴 께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재킷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아, 다른 방향으로 먼저 갈 걸 그랬나? 하지만 갈 때든 올.. 더보기
비온 뒤의 산책 - LSCR 두어 달 만에 왔다. 느낌으로는 그보다 더 오랜만인 것 같다. 여름이 끝나고 밤이 길어지면서 아침에 뜀뛰기가 어려워지면서 노쓰밴에서 뛰는 일도 줄었다. 평일에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스탠리 공원을 돌았고, 주말에는 함께 뛰는 직장 동료를 배려해 주로 카필라노 계곡 부근이나 앰블사이드 공원 부근을 뛰었다. 그나마도 10월의 빅토리아 마라톤 이후 2주를 쉬느라, 정작 집 뒤에 가까이 있는 '하부 시모어 보전 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 LSCR)은 퍽 오랫동안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지난 2, 3주 동안 비가 징하게도 내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렸다. 더욱이 이번 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장맛비가 각각 90mm, 70mm씩 쏟아져, 노쓰밴 일부 지역의 집들이 침수되.. 더보기
25가 250, 아니 그 이상이 되도록 침대 머리맡에 놓인 책들. 쉬엄쉬엄, 자기 전에 조금씩, 내키는 대로 읽어가는 책들. 'Older Faster Stronger'는 개인적 관심사에다, 국내에도 번역 추천할 만한가 싶어 읽는 책이다. 달리기에 빠지고 나서 좋아하게 된 영어 단어들이 몇 개 있다. Endurance, Mental Strength, Perseverance, Recovery 그런 단어들이다. 나이키의 모토 'Just do it'이 모든 달림이들 - 혹은 운동을 하거나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얼마나 훌륭한 조언인가도 새삼 절감하게 됐다. Rain or shine, just do it! 쉬고 있다. 마라톤을 뛰고 나면 적어도 열흘, 더 바람직하게는 2주 정도를 푹 쉬어야 한다고, 마라톤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마라톤이.. 더보기
MEC 15K 트레일 레이스 MEC 러닝 시리즈 여섯 번째. 종목은 5K, 10K, 15K. 장소는 코퀴틀람 (Coquitlam)의 먼디(Mundy) 공원. 코퀴틀람은 흔히 '밴쿠버'로 통칭되는 지역에서 특히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도시로 알려져 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5% 이상이 한국계란다. 코퀴틀람의 인구가 13만쯤 되니까, 6천명쯤 된다는 뜻이겠다. 먼디 공원은 178헥타르에 이르는 큰 녹지대로, 코퀴틀람에서는 가장 큰 공원이었다. 노쓰밴에서 코퀴틀람까지는 제법 멀어서 공원까지는 차로 갔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풀밭이 촉촉했고 거미줄에도 이렇게 이슬이 가득 맺혔다. 일주일 간격으로 14k 코호 레이스와 10k 밴쿠버 이스트사이드 레이스를 잇달아 달린 후유증인지 왼쪽 다리 무릎 뒤가 아팠다. 양쪽 다리가 동시에 뻐근.. 더보기
누군가와 '함께' 달리기 일요일 아침, 직장 동료 J, D와 함께 스탠리 공원을 뛰었다. 그 친구들은 나처럼 마라톤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고, 주 4, 5일씩 자주 달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10km 정도만 함께 돌기로 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함께 페이스를 맞춰 달린 적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고,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그런 대로 달리기에 관심들이 있어서 고맙게도 'O.K.'였다. 하지만 막상 함께 뛰어보니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른 페이스와 기초 체력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페이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마일당 10분 정도의 느린 페이스를 유지했다. 아침 7시에 잉글리시 베이에서.. 더보기
코호 14K 경주 코호 14K 경주에 참가했다. 코호(coho)는 연어의 일종으로 '북태평양의 은연어' (Silver Salmon)를 가리킨단다. 코호 레이스는 매년 9월 첫 주 일요일(올해는 7일)에 웨스트 밴쿠버의 앰블사이드 공원에서 '코호 페스티벌' 행사의 하나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페스티벌의 취지는 특히 북해안 (north shore) 지역으로 몰려오는 연어들을 잘 보호하자는 것이다. 경주가 열리는 밴쿠버의 키칠라노 해변까지는 아내가 차로 태워줬다. 달리기는 오전 9시에 시작하는데 30분쯤 전에 도착했다. 키칠라노 해변에서 바라본 한 풍경. 행사용 오렌지 콘들이 서 있다. 키칠라노(Kitsilano) 지역은 밴쿠버에서도 학군이 좋고 주변 풍광과 시설이 좋아 많은 학부모들이 오고 싶어 하는 지역이다. 당연히 집값도.. 더보기
20원짜리 새책 어제 아마존에 주문한 책과 운동화가 도착했다. 이건 아마존에서 배송한 게 아니라 아마존에 일종의 가게를 낸 다른 책방 - 이 경우는 '베터월드북스'라는 곳 - 에서 온 것이다. 이 책은 작년에 나온 신간인데 책값이 20달러도 아니고 2달러도 아닌, 무려 0.02달러였다. 아마존의 할인 가격도 13.46달러인데 어떻게 20원일 수가 있을까? 그것도 새 책이? 혹시 6.5달러의 배송료에 책값이 포함되어 있을까? 어쨌든 6.52달러에 책을 샀다. 이것도 이른바 글로벌 경제의 한 영향일텐데, 그래도 머리 속에서 논리적으로 값을 이해하려니 쉽지 않다. 이건 아마존에 직접 주문한 사코니 (Saucony)의 미라지(Mirage)라는 신발이다. 주로 달리기 경주 때마다 신는 사코니의 킨바라(Kinvara)를 버릴 때가.. 더보기
MEC 러닝 시리즈 - 스탠리 공원 10K 경주 밴쿠버에도 무더위가 찾아왔다. 영상 30도가 넘어가는 고온의 주말. 오늘은 영상 32도 선까지 올라갈 거라는 보도다. 다행히 오늘의 10K 경주는 기온이 미처 올라가기 전인 아침 8시30분에 시작되었다. MEC 러닝 시리즈 중 다섯 번째로 스탠리 공원을 일주하는 코스. '휘슬러 에어' 수상 비행기가 물 위에 떠 있다. 경주가 시작되기 전 씨월(Seawall)을 따라 3K 정도를 천천히 뛰면서 몸을 푸는 중에 찍은 사진이다. 경주 출발점에 삼삼오오 모인 참가자들. 아침인데도 햇볕이 제법 따가웠다. 공원에서 자라는 스윗검(Sweetgum). 언뜻 보면 단풍잎 같지만 다른 나무다. 사전에는 '북미산 소합향의 일종'이라고 돼 있는데, '소합향'이 뭔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퍽 매력적인 나무다. 번호표와 기록용 .. 더보기
새벽 뜀뛰기 이번 주부터 달리기 시간을 바꾸었다. 점심 시간 대신 출근 전 아침 시간으로. 물론 해가 길어져서 가능한 대안이다. 새벽 4시30분쯤 되면 벌써 밖이 훤해지는 요즘이다. 거실을 안방으로 쓰다 보니 지붕 쪽으로 만들어 놓은 유리창(이른바 '스카이라이트')이 바깥 상황을 고스란히 반영한다. 유리창이 천장에 나 있으니 커튼을 칠 수도 없고, 억지로 시커먼 천으로 가리거나 코팅을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정도로 공력을 들일 마음까지는 없다. 그래서 알람을 맞춰 놓은 여섯 시도 되기 훨씬 전에 방안이 훤해 진다. 팔과 손을 적절히 배치하거나, 쿠션 따위를 이용해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막아 보지만 이미 잠은 반 넘어 깬 상태다. 그럴 바에는... 7시13분 버스를 타는지라 아침 먹고 준비할 시간 감안하면 늦어도 5시3..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