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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Just do it!

일요일 아침 여섯 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도 뚝 떨어져 긴팔 재킷에 타이즈를 입었어도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밑에 서서,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로 쉼없이 그어지는 사선의 빗줄기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아 뛰지 말까? 몇 시간 뒤면 비가 갠다는 일기 예보인데 그 때까지 기다릴까? 몸도 찌뿌둥하고 컨디션도 별로인데 그냥 쉬어버릴까? 


창밖으로 보이는 비나 눈은 실제보다 더 세차 보이고 더 을씨년스러워 보인다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오늘 아침만은 예외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문제였다. 그 바람을 안고 언덕을 천천히 뛰어 올라가는데, 불과 몇 분 안돼서 가슴 께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재킷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아, 다른 방향으로 먼저 갈 걸 그랬나? 하지만 갈 때든 올 때는 한 번은 바람을 안고 뛸 수밖에 없을테니,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데...



노쓰밴의 중심가인 론스데일 애비뉴 (Lonsdale Ave)와 키스 로드 (Keith Rd) 부근의 공원 한 켠에 선 곰 동상.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이 비로 더 많은 잎이 더 빨리 졌을 터이다.



노쓰밴 시청 광장. 아직 비가 내린다. 젖은 바닥이 비 덕택에 거울처럼 사물을 비춘다. 성능은 그저 그렇지만... 비가 내려서 그런가 거리에는 더욱 인적이 드문 듯했다.



노쓰밴 시청 옆에 시범적으로 설치된 자전거용 보호대. 이런 걸 이용하면 자전거가 비에 젖을 일도 없을테고, 도난 방지 효과도 더 뛰어나겠지만, 이런 설비에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을 정당화할 만해 보이지는 않았다. 일종의 전시용 행정이 아닌가 하는 생각.



자전거를 자주 타면서 어디에 자전거 도로가 있나, 얼마나 잘 조성되어 있나, 이 길이나 저 길은 자전거로 다니기에 안전할까, 따져보는 일이 버릇처럼 되어 버렸다. 노쓰밴 시청 근처의 자전거 도로는 유독 더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