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러닝|사이클링

비온 뒤의 산책 - LSCR

두어 달 만에 왔다. 느낌으로는 그보다 더 오랜만인 것 같다. 여름이 끝나고 밤이 길어지면서 아침에 뜀뛰기가 어려워지면서 노쓰밴에서 뛰는 일도 줄었다. 평일에는 점심 시간을 이용해 스탠리 공원을 돌았고, 주말에는 함께 뛰는 직장 동료를 배려해 주로 카필라노 계곡 부근이나 앰블사이드 공원 부근을 뛰었다. 그나마도 10월의 빅토리아 마라톤 이후 2주를 쉬느라, 정작 집 뒤에 가까이 있는 '하부 시모어 보전 지역' (Lower Seymour Conservation Reserve, LSCR)은 퍽 오랫동안 다시 찾아가지 않았다.



지난 2, 3주 동안 비가 징하게도 내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내렸다. 더욱이 이번 주 월요일과 수요일에는 장맛비가 각각 90mm, 70mm씩 쏟아져, 노쓰밴 일부 지역의 집들이 침수되고, 학교 한 곳도 임시 휴교되었다. 우리집보다 더 고지대인데도 그런 피해가 났다. 지대 자체는 높지만 편평한 지역이 넓고, 배수 속도가 빗물이 괴는 속도보다 느린 탓에 그런 사단이 났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그 비가 목요일인 오늘 낮, 잠깐 그쳤다. 마침 재택 근무 중이어서 아내에게 시모어 지역으로 바람이나 쐬러 나가자고 했다. 나는 달리고, 그 동안 아내는 산보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위 사진은 그 시모어 보전 지역 초입에 있는 표지판이다. 시모어 댐까지 11km, 그 바로 전에 오래된 노목들이 자라는 'Old Growth Trail'이 있다.



초입에서 한 2km쯤 올라가니 트레일 한 가운데 이런 표지가 섰다. 지난 몇 주간 비가 워낙 많이 내려서, 또 계속 내리는 중이어서 일반의 출입을 막은 것인데, 그렇다고 누가 일삼아 서서 못가게 막는 것도 아니고, 나도 등산할 계획이 아니라 그저 포장 도로를 따라 몇 km 뛰어 올라가다 돌아올 심산이어서 저 표지판을 무시했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가, 트레일과 그 주변의 광대한 풍경이 감동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여름에는 바짝 말랐던 크고 작은 계곡마다 이렇게 물이 흘렀다. 물 흐르는 소리가 시원했다. 비가 잦으니 이끼도 푸르고 모든 식물이 싱싱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