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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등대 공원, 달리기, 그리고 월드컵 월요일 아침이다. 몇 분 뒤면 월드컵 그룹별 리그 중 아마도 가장 흥미진진한 대결 중 하나로 평가될 독일 대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다. 브라질 시간대가 이곳과 4시간밖에 차이 나지 않아서 경기 보는 데 불편함이 별로 없다. 이번 주말 동안에도 여러 경기를 관전했다. 대개는 하이라이트로 봤고, 영국 대 이태리, 아르헨티나 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경기는 제대로 봤다. 전자는 수준 높은 일진일퇴의 공방전으로 월드컵다운 면모를 보여준 데 반해, 후자는 기대에 못미쳤다. 메시의 극적인 결승골을 제외하면 실망스러웠다. 도리어 보스니아의 절제 있는 플레이가 아르헨티나보다 더 나아보일 정도였다. 따로 케이블TV를 신청하지 않고도 월드컵 경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캐나다의 월드컵 주관 방송사인 CBC가 인터넷 스트리밍으.. 더보기
발가락 모자 살다 보니 이런 것도 해본다. 아니, '살다 보니'가 아니라 '뛰다 보니'인가? 왼쪽 엄지 발톱 밑에 까만 멍이 들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노쓰밴쿠버로 이사 오고 나서, 주로 언덕을 자주 오르 내리면서, 특히 내려갈 때 발가락 끝이 신발과 자주 접촉하면서 멍이 생기지 않았을까? 어쨌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시간이 지나면 멍도 지워지겠지. 그런데 웬걸, 어제 우연히 엄지 발톱이 빠지기 직전인 걸 알았다. 거의 95% 쯤이 떨어져 있었다. 아직 새 발톱이 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삼아 떼어내면 뛰는 것은 물론 그냥 걷기에도 불편할 것 같았다. 그래서 임시변통 삼아 테이프로 발가락을 감았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 근처 스포츠용품점 ('Running Room'이라고 달리기 전용 매장이다)을 찾.. 더보기
MEC 하프 마라톤 6월8일(일) 아침 하프 마라톤을 뛰었다. 마운틴 이큅먼트 코압 (MEC)이 주최하는 달리기 경주 시리즈 중 네 번째. 보통 달리기 등록비가 싸게는 50달러에서 비싸게는 200달러까지 하는 통례와 달리 'MEC 러닝 시리즈'는 등록비가 15달러밖에 안한다. 그것도 몇 개를 한꺼번에 패키지로 등록하면 10달러로 할인까지 된다. 그렇다고 행사 진행이 부실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다. 행사 시작부터 끝까지 퍽 노련하고 효율적으로 운영된다. 밴쿠버의 MEC 러닝 시리즈 중 네 번쨰. 이번 경주 종목은 5K, 10K, 그리고 하프 마라톤이다. 대회는 밴쿠버, 노쓰 밴쿠버, 리치몬드 세 곳에서 번갈아 열린다. 이번 대회 개최지는 리치몬드. 위 'Welcome' 표지판 뒤에는 MEC 러닝 시리즈의 일정이 나와 있다. 7.. 더보기
올가의 기적 – 90대의 육상 스타가 장수와 행복한 삶에 관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 『What Makes Olga Run? The Mystery of the 90-Something Track Star, and What She Can Teach Us About Living Longer, Happier Lives』(올가의 기적 – 90대 육상 스타의 수수께끼, 그리고 올가가 장수와 행복한 삶에 관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것들) 지은이: 브루스 그리어슨 (Bruce Grierson)출간일: 2014년 1월14일출판사: 랜덤하우스 캐나다분량: 256 페이지 (하드커버) ‘What makes Olga run?’이라는 제목을 나는 ‘올가의 기적’이라고 의역했다. ‘무엇이 올가를 달리게 하는가?’라는 직역보다 더 강렬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올가의 실화 자체가 ‘기적’이라고밖에는 달리 표현할 말이 .. 더보기
Big Sur D-day: 빅서 마라톤 마라톤을 마친 직후 가족과 함께. 아직 메달도 걸기 전이다. 골인 지점에서 듣는 '동준 아빠아~!'라는 아내의 외침은 세상에서 가장 반갑고 힘이 되는 응원가이다. 마라톤 마라톤 엑스포에서 받아온 버스표에 4시15분~30분 사이에 인근 호텔로 나와 버스를 타야 한다고 해서 의아해 했다. 아무리 마라톤 출발 시간이 다소 이른 아침 6시45분이지만 두 시간씩이나 미리 나갈 필요가 있을까, 마라톤 출발지가 멀지 않은데? 그래도 아내와 아이들을 깨워 승용차로 가고 싶지 않았고 (승용차 접근은 불허한다는 말도 나와 있었다), 버스로 편하게 태워준다는데 좀 일찍 나가면 어떠랴 싶었다. 이런, 그게 아니었다. 버스가 마라톤 출발지까지 가는 데 거의 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시사이드/몬터레이의 위치를 착각한 탓이었다. .. 더보기
Big Sur D-1: 마라톤 엑스포, 몬터레이 해변 시사이드(Seaside)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에 여장을 풀었다. 인구 3만여 명의 시사이드는 그보다 더 유명한 몬터레이와 인접한 소도시다. 그래서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는 몬터레이 컨퍼런스 센터도 지척이었다.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빅서 마라톤 코스의 대표적 상징물 중 하나인 빅스비(Bixby) 다리가 찍힌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성준이가 내 번호표를 들고 있다. 정작 마라톤을 뛸 때 사진을 찍을 형편은 못될 것 같아 미리 기분을 냈다. 물론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경치 좋은 골목마다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엑스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라톤 코스가 워낙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너도 나도 '죽기 전에 해야 할' 운운의 그 '버켓 리스트'에 빅서 마라톤이 들어간.. 더보기
Big Sur D-2: 기차 여행 캘리포니아 빅서 (Big Sur) 마라톤은 4월27일 일요일. 빅서가 멀지 않은 몬터레이 - 실제 주소지는 시사이드 -에 호텔을 잡았다. 가는 길은 1박2일의 기차 여행. 씨애틀과 LA 간을 운행하는 암트랙(Amtrak) 스타라이트의 4인용 침대 칸을 용케 예약했다. 3년전 샌프란시스코에 놀러 갈 때 즐겁게 이용해본 경험 (당시 글은 여기) 때문에 다시 예약한 것. 하지만 그새 두 아이가 큰 탓인지, 아니면 우리 구미가 더 까다로워진 것인지, 예전만큼 낭만적이라거나 편안하다는 느낌을 갖지 못했다. 물론 그래도 좋았지만... 일기 삼아 여기에 적어둔다. 방 거울에 비친 얼굴 보고 아내와 둘이 장난을 친 것인데, 성준이가 저도 끼워달라고 해서 다시 찍었다. 성준이는 엄마 아빠가 하는 일엔 꼭 저도 끼어들어 .. 더보기
스탠리 공원 10K 경주 봄맞이 10 km 경주에 참가했다. 데보니안 항구 공원 (Devonian Harbour Park)을 출발해 스탠리 공원을 한 바퀴 돌아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코스. 나로서는 '봄맞이'라는 의미 말고도, 다다음 주 (4월27일) 열리는 캘리포니아 주의 '빅 서 (Big Sur) 마라톤'에 앞선 일종의 '스피드 워크' 훈련의 성격도 띠고 있었다. 이건 '전'이 아니라 '후'다. 혼자 경주에 나갔다 돌아와, 10시10분쯤, 아직 잠옷 바람인 두 아이들과 사진을 찍었다. 말 그대로 '기념' 사진이다. 하도 자주 레이스를 해서 그런가, 가족도 그냥 그런가 보다, 정도다. 동준와 성준이의 몸집 차이가 거인국과 소인국의 차이만큼이나 유별나다. 데보니안 항구 공원에 설치된 "MEC Race Series" 접수대. 5 k.. 더보기
Loop 이렇게 뛰어보고 싶었다. 실제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트레일과 도로 상태는 뛸 만한지, 앞으로도 종종 이용해 볼 만한지... 거리야 구글 맵으로 찍어보면 대략 얼마인지 나오지만 (약 27 km), 실제 트레일 상태는 어떤지 퍽 궁금했다 (Curiosity killed the cat?) 오늘 시도해 보기로 했다. 집 뒤로 난 시모어 계곡의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서 노쓰밴쿠버와 밴쿠버를 연결한 'Second Narrows Bridge'를 건너 밴쿠버로 간 뒤, 가능한 한 바닷가 곁으로 난 인도를 따라 다운타운까지 가서 스탠리 공원을 가로질러 'Lions Gate Bridge'를 타고 다시 웨스트/노쓰 밴쿠버로 올라간 뒤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마음 속으로 구상했다. 집(맨 오른쪽 위 출발 지점)에서 직장까지 .. 더보기
봄맞이 장거리 달리기 4월27일로 예정된 빅서 마라톤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올해 마라톤 등록이 마감되는 데 채 한 시간도 안 걸렸을 정도로 인기 폭발인 캘리포니아 주의 그 빅서(Big Sur) 마라톤이다. 작년, 아직 에드먼튼에 있을 때,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접속해 등록하는 바지런을 떤 덕택에 나도 어찌어찌 이름을 넣을 수 있었다.빅서 마라톤은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코스가 워낙 아름다워서, 평소 달리기에 그리 열성이 많지 않은 사람들조차 '죽기 전에 한 번 뛰어보자'는 일종의 '버켓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열정이 식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심신이 피곤해진 것인지, 달리기에 대한 열성이 표나게 줄어든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장거리는 고사하고 5, 6마일 단거리조차 빼먹은 채 주말을 고스란히 흘려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