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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Big Sur D-1: 마라톤 엑스포, 몬터레이 해변

시사이드(Seaside)의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에 여장을 풀었다. 인구 3만여 명의 시사이드는 그보다 더 유명한 몬터레이와 인접한 소도시다. 그래서 마라톤 엑스포가 열리는 몬터레이 컨퍼런스 센터도 지척이었다. 차로 5분이면 닿을 수 있는 거리였다. 



빅서 마라톤 코스의 대표적 상징물 중 하나인 빅스비(Bixby) 다리가 찍힌 포스터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성준이가 내 번호표를 들고 있다. 정작 마라톤을 뛸 때 사진을 찍을 형편은 못될 것 같아 미리 기분을 냈다. 물론 실제로 카메라를 들고, 경치 좋은 골목마다 서서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다고 들었다. 



엑스포장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마라톤 코스가 워낙 아름답기로 유명해서 너도 나도 '죽기 전에 해야 할' 운운의 그 '버켓 리스트'에 빅서 마라톤이 들어간다고도 하는데, 정말 그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다. 작년에 마라톤 대회에 등록할 때도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려 불과 59분 만에 매진되는 기록까지 나왔다. 그래도 바닷가로 난 왕복 2차선 도로의 한 차선을 막고 진행하는 대회여서 사람을 한정 없이 받을 수는 없고, 4천 명 정도가 한계라고 들었다. 거기에 마라톤 릴레이, 5K, 10.6마일러, 9마일러, 21마일러 등이 함께 진행되는 모양이었다.  



미국 가면 6월 생일선물 턱으로 영화/애니메이션 '클론워즈'에 나오는 '레고 제다이 인터셉터'를 사주마는 약속 - 치명적인 실수! - 를 하는 바람에 성준이는 미국 오기 몇 주 전부터 레고 노래를 불렀었다. 불행하게도 몬터레이와 시사이드는 동네가 작아 변변한 장난감 가게가 없었다.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다시 내려온 길을 수십 km쯤 올라가 꽤나 헤맨 뒤 - 얼마나 성질이 나던지... 나에게, 그리고 성준이에게... - 겨우 찾았다, 장난감 가게. 차를 세우기가 무섭게 가게로 돌진하는 성준이. 



그리고 마침내 손에 넣은 장난감 제다이 인터셉터. 호텔에 돌아와, 거의 혼잣힘으로 모델을 다 짜맞췄다. 그건 퍽 대견한 일이었다. 생일선물은 이것으로 끝. 생일 당일에는 아무런 선물도 없다고 몇 번이나 확인을 했고, 본인도 잘 이해한다고 몇 번이나 다짐을 했지만 글쎄...



호텔로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기 전에 잠깐 호텔 주변을 달렸다. 마라톤에 대비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에다 1박2일간 기차 안에만 앉아 있었던 탓에 목요일과 금요일 이틀 동안 달리기를 건너 뛴 마당이어서 몸도 마음도 불편하던 참이었다. 마침 호텔 주변에 호수와 트레일, 몬터레이 해변으로 가는 길이 나 있어서 달리기 환경으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정도였다. 



그런 트레일 중 하나. 수피가 유독 밝은 저 나무들의 이름이 궁금했다. 



시사이드 시의 상징 동물은 시호스 (해마)였다. 제법 귀엽고 깜찍했다. 



호텔 근처에서 몬터레이 해변으로 이르는 모래언덕 (Dune) 트레일. 완만한 경사에 완만한 커브가 퍽 친근하면서도 아름다웠다. 자전거를 타거나 산보하기에 그만일 듯했다. 



그 모래언덕 트레일을 따라 언덕을 넘어가면 이런 풍경이 펼쳐진다. 오른쪽은 1번 고속도로, 왼쪽은 망망대해 태평양이다. 미국에서 유독 더 자주 보이는 국기. 미국민만큼 자기 나라 국기를 자랑스러워 하고 애용하는 민족도 달리 없을 듯싶다. 



언덕을 넘어 바다 쪽으로 다가가자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바닷바람이 대단했다. 



밴쿠버에서 보는 바다와 달리, 몬터레이에서 만난 바다는 훨씬 더 바다 같았다. 더 무서웠다. 바다의 빛깔, 파도의 기세, 파도와 함께 몰아치는 바람의 세기 등이 더 위압적이었다. 아래는 내일 뛸 마라톤 코스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