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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납작 스탠리, 모벰버, 그리고 새 섹셔널 소파

사소하지만 잊지 말고 기록해 두었으면 싶은 것들이, 마치 햇빛에 반짝이는 사금파리처럼 주변에 널려 있다. 여기에 담은 것들도 그런 사례들이다. 행복이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할 때, 마치 전구에 불이 켜지듯 반짝 빛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준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숙제는 '납작 스탠리' (Flat Stanley)와 무얼 하며 놀았는지 사진과 함께 짤막한 일기를 써서 제출하는 일이다. 종이에 얼굴과 몸을 그려 오린 캐릭터이니 납작할 수밖에 없는 이 친구는 흥미롭게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란다. 그러니 그에게 캐나다살이를 체험시켜주는 셈인데, 위 사진은 성준이가 레고 영웅 공장 (Lego Hero Factory)의 캐릭터 중 하나인 퍼노 젯 머신 (Furno Jet Machine)을 납작 스탠리와 함께 조립했다는 증거다.



위 사진은 납작 스탠리를 빅 브라더 - 말 그대로 '빅'이다 특히 성준이와 견주어서 - 동준에게 소개하는 장면이다. 동준이는 카메라만 들어 보이면 찌이즈! 하며 고개를 쳐든다. 



올해 처음으로 참가해 보는 '모벰버' 캠페인. 모벰버 (Movember)는 콧수염을 뜻하는 Moustache (미국식 Mustache와 약간 다른 호주식 표기법)와 11월 (November)의 합성어로, 전립선암과 같은 남성들의 건강 관련 질병에 대한 인식을 높여 미리 예방하자는 캠페인이다. 이 운동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11월 한 달 동안 콧수염을 깎지 않는데, 난생 처음 일주일 이상 콧수염을 길러보니 기분이 이상하다. 게다가 워낙 몸에 털이 적어 콧수염이라고 내세우기도 민망한 수준의 밀도이다. 그래도 한 달 동안은 길러봐야지. 웹사이트에 등록하면서 50달러를 기부했다.



토요일, 서리의 처가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아이키아 (IKEA)에 들러 폼 메트리스를 하나 더 구입했다. 침대 프레임에 비해 침대가 너무 낮다 판단에서였다. 이번에 조립하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압축 포장된 비닐만 뜯으면 끝. 메트리스를 하나 더 얹으니 제법 모양이 났다. 동준이를 불러 인증샷.



토요일만 되면 성준이가 더없이 행복해 한다. 노쓰밴에 와서 사귀게 된 라이언을 집으로 초대해 노는 날이기 때문이다. 라이언도 한국 아이지만 둘은 영어로 얘기한다. 부모가 노쓰밴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느라 집에 머물지 않기 때문에 늘 우리집이 만남의 장소다. 성준이는 자기보다 한 살 많은 라이언한테 푹 빠져서, 심지어 자기가 그린 만화 'Chickzilla Battle"을 라이언에게 '헌정'했다. 하! 그나저나 '칙질라'라는 기막힌 작명에 감탄했다. 다음에 성준이의 그 '걸작'을 소개하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