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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20원짜리 새책

어제 아마존에 주문한 책과 운동화가 도착했다. 

이건 아마존에서 배송한 게 아니라 아마존에 일종의 가게를 낸 다른 책방 - 이 경우는 '베터월드북스'라는 곳 - 에서 온 것이다. 이 책은 작년에 나온 신간인데 책값이 20달러도 아니고 2달러도 아닌, 무려 0.02달러였다. 아마존의 할인 가격도 13.46달러인데 어떻게 20원일 수가 있을까? 그것도 새 책이? 혹시 6.5달러의 배송료에 책값이 포함되어 있을까? 어쨌든 6.52달러에 책을 샀다. 이것도 이른바 글로벌 경제의 한 영향일텐데, 그래도 머리 속에서 논리적으로 값을 이해하려니 쉽지 않다. 


이건 아마존에 직접 주문한 사코니 (Saucony)의 미라지(Mirage)라는 신발이다. 주로 달리기 경주 때마다 신는 사코니의 킨바라(Kinvara)를 버릴 때가 되어, 그와 똑같이 발 앞꿈치와 뒷꿈치 간의 높이 차이 (이를 'Heel to toe offset' 혹은 'heel to toe drop'이라고 한다)가 4 mm이면서도 쿠션이 조금 더 들어간 미라지를 선택했다. 일반 달리기 신발의 높이 차이는 10~15 mm 정도로, 뒷굽의 쿠션이 표나게 더 많다. 하지만 내 취향에는 4 mm나 심지어 아무 차이가 없는 0 mm인 신발이 잘 맞았다. 


각설하고, 위 신발을 사는 데 들인 총 비용은 64.87 달러이다. 작년에 나온 버전 (Mirage 3)이라고 해도 신발 값과 배송료를 다 더해도 캐나다에서 사는 값의 절반도 안된다. 올해 나온 미라지 4의 값은 140달러다. 그러면 작년 것과 올해 제품 사이에 중뿔난 차이가 있느냐 하면 결코 그렇지 않다. 미미한 포장의 차이뿐이다. 신발 중에서도 달리기용 신발은 유난히, 그리고 불필요하게 비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정가에 사고 싶지도 않고 산 적도 없다. 1년만 기다리면 값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데 왜 굳이 신제품을 지금 두 배의 돈을 내고 산단 말인가? 


이건 오늘 새벽에 찍은 사진. 알고 보니 끈을 비롯한 신발의 연두색 부분이 형광색이었다. 그래서 어두 컴컴한 데서 마치 빛을 내는 것처럼 눈길을 끌었다. 아마 안전을 위하 것이겠지. 재미있어서 찍었다. 일종의 셀피(Selfie)다. 


신발 브랜드가 참 많다. 나이키, 아디다스, 아식스 같은 메이저 제조사를 비롯해서 스케처스, 브룩스, 뉴밸런스, 미즈노, 퓨마, 펄 이주미, 아스트라, 메릴, 콜럼비아, 노쓰페이스, 살로몬 등등. 하지만 내 발에 가장 잘 맞는 신발은 역시 사코니다. 신발을 길들이는 시간조차 필요없이, 그냥 신으면 발에 착 감기듯 편안하게 맞는다. 킨바라와 비라타(Virrata)에 이어 이 신발 미라지 3도 마치 오랫동안 신어온 것처럼 편안했다. 뛰다 보니 기분이 더 고양되어 예정했던 거리보다 3마일쯤 더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