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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재미난 거리 이름

동네 근처를 뛰면서 거리 이름을 눈여겨볼 때가 있다. 지역마다 거리 이름을 정한 기준이 다른 것 같다. 내가 사는 동네는 흔히 '린 밸리' (Lynn Valley) 지역으로 통칭되는데, 그 때문인지 거리 이름마다 뒤에 '린'을 달았다. AlderLynn, AylesLynn (이건 읽기도 어렵다. 에일즈린인가?), ArborLynn, BelleLynn, BriarLynn, CrestLynn, Floralynn, GreyLynn, LauraLynn, MerryLynn, WestLynn, Viewlynn...



그런가 하면 유명 문필가들이 이름을 빌린 곳도 있었다. 린 밸리 윗쪽으로 올라가 프롬 산 (Fromme Mt.) 근처 골목을 지나가는데 셰익스피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워낙 긴 이름이니 눈에 띄지 않기도 어렵겠지만 거창하게 셰익스피어라? 노쓰밴과 셰익스피어 간에 대체 무슨 상관 관계가 있을까? 어쨌든 그 이름이 달린 골목으로 올라갔다. 



블록을 하나 지나니 셰익스피어 & 초서 (Chaucer)다. 그러면 다음은 실낙원을 쓴 밀튼 차례인가? 아니나다를까 과연 밀튼이다. 조금 더 가니 드라이든도 나온다. 얼마나 많은 문필가 이름을 끌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별로 나쁜 아이디어는 아니다 싶으면서도, 어째 트럭들이 유독 많이 주차된 동네의 분위기와는 잘 어울리지 않았다. 주변에 무슨 극장이라도 있고 도서관이라도 있다면 모르겠으나...



전에 살던 새알밭 (St. Albert)의 골목 이름은 모두 각 지역을 통칭하는 단어의 첫 알파벳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가령 내가 살던 '디어리지'(Deer Ridge) 지역의 모든 골목 이름은 알파벳 'D'로 시작했다. 노쓰리지 (North Ridge) 지역의 골목은 다 'N'으로 시작되는 이름이었고... 


에드먼튼 시의 골목 이름은 그야말로 멋대가리 하나 없는 숫자들로 작명되었는데, 이름의 운치는 없을지언정 길을 찾기는 더없이 쉽다는 장점도 있었다. 노쓰밴의 주요 거리도 그처럼 숫자들로 표현된다. 우리 집 근처의 골목은 14번가, 그 위는 15번가, 도서관과 쇼핑몰이 있는 지역 근처는 29번가...


골목과 거리 이름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동네마다, 또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각양각색이고, 특이한 이름을 달든, 그저 단순무식하게 숫자로 정하든 저마다 장단점이 있다. 어느 쪽이 더 좋은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새알밭에 살 때는 에드먼튼의 숫자 거리 이름에 비해 새알밭의 거리 이름이 나름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그에 비해 에드먼튼의 거리는 잘 기억난다. 내 직장이 있는 곳은 108번 도로....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