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SD

2016년의 첫 일출 새해가 시작된 지 열흘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일출을 볼 수 있었다. 해야 매일 뜨고 지는 것이지만 제대로 보기는, 2016년 새해 들어서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일요일 아침, 블랙베리의 '해돋이' 알람을 듣고 깼다 (알람 사운드의 이름이 'sunrise'다). 6시30분. 이제 서서히 낮이 길어진다고 하지만 여전히 밖은 어둡다. 넥서스 7을 열어 날씨를 보니 체감온도가 영하 1도란다. 에드먼튼 시절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처음 얼마 동안은 쌀쌀하다. 오늘은 따로 속도를 높이거나 가외의 노력을 더하지 않고 편하게 뛰는 일정이다. 늘 하프마라톤을 겨우 넘기는 수준으로만, 멀지만 썩 멀지는 않은 거리를 뛰어 온 터여서, 오늘은 2, 3 킬로미터쯤 더 멀리 뛰기로 했다. 일요일의 먼 거리 달리.. 더보기
돌아오니 밴쿠버는 어느덧 가을! 알람을 꺼놓고 잤다. 눈을 뜨니 커튼이 부옇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시계를 보니 막 8시가 지난 시각이다. 피로가 많이 가신 느낌이다. 역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게 좋아! 아내와, '오늘 밤만' - 대체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 엄마 아빠랑 자겠다며 우리 방에 들어온 성준이는 아직 꿈나라다.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린다. 8시30분. 뛸까? 오늘도 쉬고 내일 뛸까? 그러면 이틀을 쉬게 되는 셈인데... 자전거 통근을 핑계로 하루 건너씩 달리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고... 뛸까? 말까? 오늘 두 시간 넘게 장거리를 뛰고 오면 페더러의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놓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음속에서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 주섬주섬 옷 갈아 입고, 벨트용 미니 물병 두 개.. 더보기
움직이는 속도가 더딜수록 길에 대한 느낌도 더 각별하고, 제각기 다른 길의 매력도 더욱 절실히 감지하게 되는 것 같다. 차로 달릴 때보다는 자전거로 달릴 때, 자전거를 탈 때보다는 뛸 때... 일요일인 오늘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날인데, 지난 몇 주 동안 15-16 마일을 넘어선 적이 없다. 피로하고 버겁다는 느낌을 떨치기 어렵다. 아마 자전거 타기의 여파가 아닐까 추측만 할 뿐이다. 오늘은 달리는 코스를, 여느 때보다 유독 더 즉흥적으로 결정했다. 왼쪽, 오른쪽, 유턴... 그렇게 만난 길들만 모아 봤다. 집에서 나와 린 계곡 트레일을 타고 내려와 - 그 사진은 그간 많이 찍어서 따로 담지 않았다 - 바다와 가까운 차도로 방향을 잡았다. 여기는 'Cotton Road'라는 데다. 최근 길을 정비해 자.. 더보기
사람이 많으면 피곤해! 정말 봄이다. 맑은 날이 이어지고, 낮 기온은 10도를 넘어선다. 햇살은 예전보다 더 눈부시고, 조금씩 더 따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 일광 시간 절약제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큰 처형이 잠시 밴쿠버에 들르셨다. 방문의 주목적은 질환이 깊어진 부친을 뵙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실내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을 맞아 써리 남쪽에 있는 관광 타운 화이트 락 (White Rock)을 찾았다. 몇년 전, 아직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에, 역시 관광객 기분으로 들른 적이 있지만, 우리도 동네에 그리 낯익지는 않았다. 와본 지 오래됐다는 점은, 차를 너무 멀리 대놓고 바닷가 번화가까지 걸어가겠다는 계획에서 잘 드러났다. 'Buena Vista Avenue'라는 이름만 보고, 경치가 좋다는 .. 더보기
자전거 전용 도로 답사 + 장거리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로 들어서는 초입. 표지판이 방향을 잘 말해준다. 여기에서 1.5 km 쯤 가면 다리가 끝나고 스탠리 공원이 시작된다. 나가기 싫을 때가 있다. 아니, 많다. 오늘 아침처럼 밖에 비가 내릴 때는 더욱 나가기가 주저된다. 싫다. 그냥 하루 건너뛸까? 그런 생각이 든다. 특히 일요일 아침인 경우에는 더욱 더. 그럴 때 생각의 꼬리를 좇으면 안 된다. 생각이 길어질수록 이불을 걷어내고 나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게 더 길어지면 지는 게임이 된다. 해법은 ‘생각을 말자’이다. Just do it. 그냥 아무 생각 없이 - 이리저리 치밀어오르는 생각이나 나가지 않을 변명을 의도적으로 밀어내고 - 옷 갈아 입고, 나가야 한다. 타이트 입고, 재킷 걸치고, 게토레이 한 통을 두 개의 물통에 .. 더보기
납작 스탠리, 모벰버, 그리고 새 섹셔널 소파 사소하지만 잊지 말고 기록해 두었으면 싶은 것들이, 마치 햇빛에 반짝이는 사금파리처럼 주변에 널려 있다. 여기에 담은 것들도 그런 사례들이다. 행복이란 그런 사소한 것들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할 때, 마치 전구에 불이 켜지듯 반짝 빛나는 그 순간이 아닐까 생각한다. 성준이가 학교에서 가져온 숙제는 '납작 스탠리' (Flat Stanley)와 무얼 하며 놀았는지 사진과 함께 짤막한 일기를 써서 제출하는 일이다. 종이에 얼굴과 몸을 그려 오린 캐릭터이니 납작할 수밖에 없는 이 친구는 흥미롭게도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란다. 그러니 그에게 캐나다살이를 체험시켜주는 셈인데, 위 사진은 성준이가 레고 영웅 공장 (Lego Hero Factory)의 캐릭터 중 하나인 퍼노 젯 머신 (Furno Jet Machine)을.. 더보기
누군가와 '함께' 달리기 일요일 아침, 직장 동료 J, D와 함께 스탠리 공원을 뛰었다. 그 친구들은 나처럼 마라톤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고, 주 4, 5일씩 자주 달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10km 정도만 함께 돌기로 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함께 페이스를 맞춰 달린 적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고,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그런 대로 달리기에 관심들이 있어서 고맙게도 'O.K.'였다. 하지만 막상 함께 뛰어보니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른 페이스와 기초 체력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페이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마일당 10분 정도의 느린 페이스를 유지했다. 아침 7시에 잉글리시 베이에서.. 더보기
Loop 이렇게 뛰어보고 싶었다. 실제 거리는 얼마나 되는지, 트레일과 도로 상태는 뛸 만한지, 앞으로도 종종 이용해 볼 만한지... 거리야 구글 맵으로 찍어보면 대략 얼마인지 나오지만 (약 27 km), 실제 트레일 상태는 어떤지 퍽 궁금했다 (Curiosity killed the cat?) 오늘 시도해 보기로 했다. 집 뒤로 난 시모어 계곡의 트레일을 따라 내려가서 노쓰밴쿠버와 밴쿠버를 연결한 'Second Narrows Bridge'를 건너 밴쿠버로 간 뒤, 가능한 한 바닷가 곁으로 난 인도를 따라 다운타운까지 가서 스탠리 공원을 가로질러 'Lions Gate Bridge'를 타고 다시 웨스트/노쓰 밴쿠버로 올라간 뒤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마음 속으로 구상했다. 집(맨 오른쪽 위 출발 지점)에서 직장까지 .. 더보기
봄맞이 장거리 달리기 4월27일로 예정된 빅서 마라톤까지 한 달 남짓 남았다. 올해 마라톤 등록이 마감되는 데 채 한 시간도 안 걸렸을 정도로 인기 폭발인 캘리포니아 주의 그 빅서(Big Sur) 마라톤이다. 작년, 아직 에드먼튼에 있을 때, 등록이 시작되자마자 접속해 등록하는 바지런을 떤 덕택에 나도 어찌어찌 이름을 넣을 수 있었다.빅서 마라톤은 바닷가를 따라 달리는 코스가 워낙 아름다워서, 평소 달리기에 그리 열성이 많지 않은 사람들조차 '죽기 전에 한 번 뛰어보자'는 일종의 '버켓 리스트'에 올려놓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어느새 열정이 식은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심신이 피곤해진 것인지, 달리기에 대한 열성이 표나게 줄어든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장거리는 고사하고 5, 6마일 단거리조차 빼먹은 채 주말을 고스란히 흘려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