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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준

미친 비용 청구서 나: 당신들 비용 청구서가 잘못된 것 같아서 전화 한다. 미국 앰뷸런스 서비스: 무슨 문제냐? 나: 청구 내역 중에서 'ALS1 Emergency'라는 항목이 있고, 그게 2,100달러로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당신네 앰뷸런스의 응급 서비스를 받지 않았다. 당신들이 도착하기 전에, 마침 공항에서 비행편을 기다리던 사람들 중에 의사가 둘 있었고, 그 사람들이 응급 처치를 하고 우리를 도와줬다. 앰뷸런스는 그 뒤에 와서 내 아이를 싣고 근처 응급실로 옮겨주었을 뿐이다. 앰뷸런스: 그런 건 상관없다. 그 비용은 앰뷸런스가 출동할 때마다 부과되는 기본 비용이다. 나: 2천달러가 기본 비용이라고?? 앰뷸런스: 그렇다. 오늘 아침에 통화한 내용이다. 할 말이 없다. 정말 미친 것 .. 더보기
동준이의 발작 호텔에서 새벽 4시55분에 눈을 뜬 지 16시간 만에 집에 닿았다. 예정된 8시 밴쿠버행 직항을 놓치고, 오후 3시 비행기로 캘거리를 거쳐, 어렵게 어렵게 집으로 돌아왔다. 아니 '놓친' 것이 아니었다. 탈 수가 없었다. 탑승을 10분쯤 앞둔 7시20분께, 동준이가 발작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동준이가 컥컥, 기이한 소리를 냈다. 늘상 이상한 소리를 내는 터라 심상하게 생각하고 흘낏 옆을 돌아봤다. 그게 아니었다. 눈이 돌아가고 입은 차마 잡히지 않는 숨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커커컥... "동준아, 동준아!!" 몸을 잡고 흔들었으나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몸이 경련하며 옆으로 넘어갔다. 입에서 침이 흘러나왔다. 동준이가 죽어간다, 얘가 왜 이럴까, 어떡해야 하지? 온갖 두려움, 충격, 당혹감이 .. 더보기
시사인에 실린 엄마의 동준이 이야기 “동준아 ‘아~’해봐. 아~”“……..”“엄마 입 보고 따라 해봐. 아~~”“……..”“이렇게.. 아~~, 아~~”“………….아….” “…… 아빠! 동준아빠! 우리 동준이가 말을 했어!” 아이가 소리를 따라내기 시작한 건 만 네살이 지나서부터였다. 우리 가족이 캐나다로 이민한지 1년반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때다. 10년이 지난 지금, 내 무릎에 앉아 처음 ‘아~’ 소리를 따라했던 그 아이는 6척 장신의 고등학생이 되었다. 하지만 동준이의 언어능력은 여전히 유아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내 아이는 흔히 ‘자폐증’이라고 알려진 오티즘(Autism)이라는 전반적 발달장애를 갖고 있다. 돌이 지나고부터 동준이는 아주 작은 소리로 “맘마” “엄마” “딸기” 라는 말을 했지만, 그걸 들어본 적은 도합 열 번도 채 .. 더보기
마음은 아직 2013년에...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새해.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2013년 언저리에서 서성거린다. 날짜는 이미 해를 바꿨지만 기억은 여전히 며칠 전에, 12월 하순의 한가했던 연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그 12월 한 때의 기억. 그 기억의 비늘들. 이웃 블로거 벙이벙이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고 마음이 끌려 구입한 'Robot Tea Infuser.' 겉볼안 아닌 안볼겉이었다. 모양은 이쁘지만 실용성은 별로... 차를 울궈내는 기능보다 성준이의 로봇 장난감으로 더 적극 활용되는 듯. 아무려나, 따뜻한 물에 몸 담근 저 로봇이 문득 부럽다 ㅎ. 성준이의 쑥국새 머리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마자 벽난로 곁으로 달려간 두 녀석. 성준인 산타께 부탁했던 'Switch and Go Dinos'.. 더보기
雪国 밴쿠버 밤사이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3 cm 안팎? 밴쿠버의 기준으로 보면 폭설이었다.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근처 정거장으로 나가 7시 버스를 기다렸다. 예정보다 5분쯤 늦게 온 버스는, 그러나 정거장 직전에서 210번이라고 적힌 신호등을 끄더니 그야말로 유유히, 그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버스 안에 승객이 많았지만 더 이상 못태울 정도로 만원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비탈진 도로 - 명색이 '마운틴 하이웨이'다 -에 눈이 쌓여서 정차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눈은 이미 다 녹은 상태여서 미끄럽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대체 왜? "노쓰 밴쿠버 버스들이 저렇다니까요?" (Typical North Vancouver, eh?) 나처럼 그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가 냉소적인.. 더보기
'그린 팀버' 도시 숲 아내와 아이들을 꼭 걷게 해주고 싶었다. 처가에서 두 블록쯤 떨어진 곳에 자리잡은 '그린 팀버 도시근교림' (Green Timbers Urban Forest)의 트레일. 총 183 헥타르 (약 450 에이커)에 이르는 커다란 숲이 도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숲 주위로만 걸어도 5 km쯤 된다. 나는 달리기를 주로 이 숲에서 했다. 해가 아직 떠 있을 때는 숲속 트레일들을 이리저리 돌았고, 어두울 때는 그 주변 인도로, 불빛이 있는 곳만 따라서 뛰곤 했다. '온대우림'이라는 이름답게 워낙 비가 자주 내리는 지역이다 보니 나무줄기는 하나같이 이끼를 덮고 있고, 고사리와 버섯이 지천이다. 부러진 나무는 저절로 썩어 비료가 되도록 내버려두었고, 그런 나무에도 이끼가 끼고 잎이 덮여 더더욱 '원시림' 같은 .. 더보기
가깝고도 먼 밴쿠버 여름의 짙은 녹음을 보여주는 노쓰사스카체완 강변과 그 너머 알버타 대학 캠퍼스. 못가겠노라 응답 준 게 지난 금요일이었는데, 며칠 지난 지금도 마음 한 구석은 헛헛하다. 아직도 혼자 가만히 앉아 있노라면, 그냥 갈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슬그머니 떠오르곤 한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고 날아간 화살인 것을... 지난 달, 밴쿠버에 있는 한 공기업의 프라이버시 매니저 자리에 지원했다. 노트북 영상과 병행한 전화 인터뷰를 거쳤고, 곧바로 신원 조회와 추천인 세 명의 이름과 연락처를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인터뷰를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그래서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나로서는 다소 의외였지만 마달 이유는 없었다. 처음 제공한 추천인들 중 두 명이 공교롭게 휴가를 떠나는 바람에 다른 추천인을 구하느라 .. 더보기
그림으로 본 성준이의 하루 성준이가 그린 하루의 '체크리스트'. 방학이 시작되어 한가로워진 데다, 오늘은 종일 비까지 세차게 쏟아져 꼼짝없이 집안에 갇혀 있다 보니 이런 그림을 그릴 생각을 한 모양이다. 엄마와 성준이의 설명으로 풀어본 그림의 내용은, √ 아침으로 밥과 케첩이 들어간 치즈 샌드위치를 먹었고 (그래서 케첩 부분만 빨갛다), √ 식사 뒤에는 로봇과 자동차 장난감, 공을 가지고 놀았으며, √ 점심으로는 국수('씬(thin) 누들'), 우동 ('우동 누들')과 더불어 성준이의 단골 메뉴 중 하나인 핫도그 (소세지가 그럴듯하게 표현됐다)를 먹었고, √ 다시 놀기. 성준이는 웨건 장난감과 작은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중이고, 엄마와 동준이는 손잡고 성준이를 보는 중이란다. √ 그리곤 아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중. 성준이는 거.. 더보기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 오늘 저녁 6시30분부터 두 시간여 동안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행사가 열린 곳은 새알밭 가톨릭 교구 라콤 성당. 동준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데다 자꾸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졸업식 전에 열리는 미사를 피해 7시 조금 넘어 성당에 들어갔다. 동준이의 보조 교사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아서 빈 의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성당 미사와 여느 졸업식 절차가 적당히 섞인 행사는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는 200명 가까운 빈센트 J. 멀로니 (Vincent J. Maloney, 줄여서 VJM이라고 부른다) 중학교의 남녀 학생들은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친구들끼리 딴짓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낄낄댔다.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젊음이었다. 몸집은 이미 성인이었지만 아직 앳된 얼굴인 중학교 3.. 더보기
Police Car, Big Red Car, Jack-O-Lantern...엄마는 바빠요! 각자 자기 모양에 맞는 호박등 들고 찰칵. 크기론 동준이 것이 최고. 얼빵하게 어리숙하게 생기기론 아빠 것이 단연... 닮기로는 성준이 것이 1등. 성준이가 킨더가르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유독 주문 사항이 많아졌다. 자동차를 만들어내라, 핼로윈이 가까우니 호박등(Jack-O-Lantern: 호박에 얼굴 모양으로 구멍을 뚫고 안에 촛불을 꽂은 등)을 만들자, 모자 쓴 고양이 (Cat in the Hat)를 그려달라... 완성된 김성준용 경찰차. 오른쪽의 POLICE라는 글자는 본인이 직접 쓴 것. 지난 주에 엄마가 특히 더 바빴던 것 같다. 수요일 밤에는 앨버타 대학의 운동 캠프에 동준이를 데려가야 했고, 목요일 밤에는 성준이를 호주 출신의 인기 스타들인 위글스 (The Wiggles) 공연에 성준이를 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