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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

오늘 저녁 6시30분부터 두 시간여 동안 동준이의 중학교 졸업식이 열렸다. 행사가 열린 곳은 새알밭 가톨릭 교구 라콤 성당. 동준이가 사람 많은 곳을 싫어하는 데다 자꾸 큰 소리를 내기 때문에 졸업식 전에 열리는 미사를 피해 7시 조금 넘어 성당에 들어갔다. 동준이의 보조 교사들이 미리 자리를 잡아놓아서 빈 의자를 찾기는 어렵지 않았다. 


성당 미사와 여느 졸업식 절차가 적당히 섞인 행사는 다소 지루하기도 했지만 중학교를 졸업하는 200명 가까운 빈센트 J. 멀로니 (Vincent J. Maloney, 줄여서 VJM이라고 부른다) 중학교의 남녀 학생들은 시종 상기된 표정으로 친구들끼리 딴짓도 하고 장난도 치면서 낄낄댔다. 싱그럽고 파릇파릇한 젊음이었다. 몸집은 이미 성인이었지만 아직 앳된 얼굴인 중학교 3학년생들 (이곳 단위로는 9학년생들)은 아이도 아닌 것이, 어른도 아닌 것이, 실로 어정쩡하면서도 찬란하게 폭발할 것 같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듯했다. 보기 좋았다. 


저 아이들처럼 동준이도 많은 친구들과 함께 찧고 까불면서, 들뜬 마음으로 내일을 기다리는 평범한 중학생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잠깐 상상해 보았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 동준이는 계속 차로 돌아가고 싶다거나 ("Get in the car"), 케이크를 먹고 싶다며 '께이끄'만 연발했다 (졸업식 뒤에 지하 연회장에서 커피와 케이크를 비롯한 다과를 제공한다는 말을 들은 터였다). 그럼에도 나는 한 시간 반 동안 의자에 얌전히 앉아 버티는 것만도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오는 9월이면 동준이는 고등학교로 진학한다. 물론 일반 학생들과 섞일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고등학교 수준에서 지원하는 ILP (Independent Living Program)에 나가게 되겠지만, 그래도 낯선 학교에서 낯선 학생들을 만나는 일이 쉽지는 않을 터이다 (ILP는 말 그대로 혼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생활 기술을 가르치는 데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 동준아, 졸업 축하한다. 늘 밝고 건강하게, 잘 자라거라.


졸업식이 열린 라콤 성당에 들어가기 전. 


라콤 성당에서 내려다본 새알밭 다운타운 풍경.


9학년 송별식 - 졸업식 행사 전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