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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캐스트 구글 크롬캐스트 비디오 TV를 안 본 지 몇 년이 지났다. 에드먼튼 시절부터니까 한 5년쯤 됐나? 그런데 딱히 아쉬움을 느낀 적이 없다. 넷플릭스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 웬만한 뉴스와 정보는 TV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차고 넘치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부분적인 이유일텐데,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컴퓨터나 태블릿의 콘텐트를 고스란히 TV의 대형 화면으로 중계해주는 구글의 크롬캐스트이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찾아보거나 들을 수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13인치나 15인치밖에 안 되는 랩탑 컴퓨터의 화면에만 의존했다면 'TV의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을 터이다. 삼만 원 정도밖에 안 하는 구글의 크롬캐스트는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지.. 더보기
사이먼 래틀 - 베를린 필의 베토벤 사이클 '약동하는 베토벤'. 사이먼 래틀 경과 BPO의 베토벤 사이클을 들으며 받은 첫 인상을 두 마디로 표현하면 그렇다. 속도를 다소 높이고 울림은 약간 줄이고 기름기와 어깨의 힘은 뺀, 그러나 팽팽한 긴장감과 에너지는 풍만한, 굉장한 베토벤 사이클이다. '어, 이건 좀 다른데?' 베토벤 교향곡 5번의 첫 몇 소절이 나오자마자 든 느낌이다.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빈 필의 5번이 떠올랐다. 제시부의 긴장감과 템포가 그 연주 못지 않았다. 오케스트라의 편성 규모만 다소 줄어든 느낌이랄까? 베토벤 당대의 연주 형식과 규모, 속도를 따르면서도 현대적 세련미를 잘 섞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이하 BPO)의 온라인 서비스인 디지털 콘서트 홀 (Digital Concert Hall)을 통해 사이먼.. 더보기
얀손스-BRSO의 쇼스타코비치 5번 카네기홀 실황 유튜브는 하루가 다르게 눈과 귀의 보물창고가 돼 간다. 특히 음악에 관한 한, 이미 녹음되거나 녹화된 것치고 없는 게 없는 것 같다. 음질이나 화질이 미흡한 경우가 여전히 너무 많고, 정말 되지도 않은 아마추어의 엉터리 영상물이 이물질처럼 섞인 경우도 적지 않지만, 그래도 양과 질 양쪽에서, 유튜브만큼 방대한 규모의 영상물을 보유한 온라인 매체는 아직 달리 없는 것 같다. 금요일 저녁, 일주일 중 마음이 가장 편안해서 정말 나비처럼 어디든 훨훨 날아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어제 저녁, 우연히 또 하나의 보물을 만났다. 마리스 얀손스와 바이에른(바바리아) 방송 교향악단 (BRSO)이 연주하는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제5번. 워낙 대중적이어서 음반도 그만큼 차고 넘치지만 그 중에서도 얀손스의.. 더보기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을 보고 듣는 재미 토요일 아침 10시, 독일 베를린의 필하모니 홀에서 연주된 베를린 필하모닉의 말러 2번 '부활'을 '라이브'로 감상했습니다. 정말 좋았습니다. 제 성화에 아내도 옆에 앉아서 중반 이후를 함께 봤습니다. 말러의 음악을 다 좋아하지만, 그 중에서도 2번을 특히 더 사랑합니다. '다 좋아한다'라고 말하긴 아직 자격 미달이긴 합니다. 8번 '천인 교향곡'과 '대지의 노래'는 아직 그 진가를 제대로 느낀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죠. 멀지 않아 그 음악들에도 깊이 들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만... 베를린 필의 상임 지휘자인 사이먼 래틀의 말러 연주를 다 감상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2번은 래틀의 장기라고 할 수 있죠. 그가 지휘자의 길로 들어서게 된 계기도 어렸을 때 2번 연주를 보고 깊이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 더보기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의 말년 지휘 모습.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의 도입부, '오 운명이여!'에서 캡처한 이미지. 라파엘 프뤼벡 데 부르고스 (Rafael Frühbeck de Burgos, 1933-2014). 작년 6월에 타계했다. 너무 늦게 안 셈이다. 음반을 퍽이나 열심히 모으던 90년대 어느 때쯤, EMI 음반에서 그 이름을 만났지만 별다른 인상은 받지 못했다. 카라얀, 번스타인, 아바도, 하이팅크, 래틀 같은 더 유명하고 상업적으로도 더 널리 홍보된 지휘자들에 가린 탓도 있을 것이다. 며칠전, 우연히 카를 오르프의 '카르미나 부라나' 실황을 보고 싶어 유튜브를 검색하다 그를 다시 만났다. 아니, 이름만 들었다고 안다고 할 수는 없을테니, 처음 만났다고 해도 되겠다. 덴마크 라디오.. 더보기
필립 조르당 - 파리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의 베토벤 교향곡 사이클 음악을 듣기만 하는 게 아니라 '보고' 싶기도 할 때, 종종 찾아가 보는 사이트가 프랑스의 'ARTE'라는 사이트이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감상할 수 있지만, 십중팔구 고르게 되는 것은 클래식음악 콘서트이다. 거기에서 최근 만난 음악가(들)가 필립 조르당 (Philippe Jordan)과 파리국립오페라오케스트라이다.내가 좋아하는 베토벤 - 누군들 그와 그의 음악을 싫어할 수 있으랴! - 의 교향곡들을 연주하고 있지 않은가. 먼저 본 것은 제2번과 제7번이다 (이 링크가 얼마나 오랫동안 유효할지 의문이다. 2015년 2월까지 볼 수 있다고 돼 있는데, 그 이후에는 운이 좋으면 유튜브를 검색해서 다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갓 올라온 1번과 3번을 감상했다. 베토벤 사이클을 커플링하는 방식은 대체.. 더보기
말러의 새로움, 말러의 진정성 두 개의 인상적인 말러 연주를 들었다. 하나는 지난 10월2일,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 ("LA필")의 2014/15년 시즌 오프닝에서 연주된 5번이고, 다른 하나는 뉴욕 필하모닉("뉴욕필")이 2011년 9/11 10주년을 추모해 연주한 2번 '부활'이다. 이미지 출처: LA타임스 구스타보 두다멜 - LA필의 말러 5번미국의 공영 라디오인 NPR은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는 이들에게 필수 채널이다 (NPR 클래식 음악 채널). 새로 나온 클래식 음반이나 주목할 만한 공연을 소개하기만 하는 게 아니라, 때로는 음반 전체, 혹은 공연 전체를 한시적이나마 일반에게 공개한다. 두다멜-LA필의 시즌 오프닝 공연도, NPR을 통해 실황으로 들을 수 있었다. 고맙다 NPR! LA필은 사실 도시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 더보기
마크 마텔 - 프레디 머큐리의 재래? 불멸의 록 그룹 중 하나인 퀸(Queen)이 '퀸 익스트라바간자'(Queen Extravaganza, 이하 QE)로, 비록 잠시지만, 다시 태어났다. 퀸을 여전히 그리워하는 팬들에게 퀸의 옛 노래들을, 가능한 한 그 때 그 느낌 그대로 재현한 공연으로 다가간다는 취지다. 취지에서 알 수 있다시피, 이 '잠시'는, 일반의 반응이 뜨거울 경우 얼마든지 길게 연장될 수도 있을 것이다. QE는 그를 위해 보컬과 베이시스트를 포함해 여덟 명의 연주자를 인터넷, 특히 유튜브를 통해 오디션으로 뽑았다. 두 그룹을 만들어 QE 공연에 내세우자는 것. 퀸의 원조 멤버인 브라이언 메이와 로저 테일러는 일종의 프로듀서 노릇을 맡은 것 같다. 하지만 퀸,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의문의 여지 없이 '프레디 머큐리'다... 더보기
미샤 마이스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 힘차고 빠른 ‘21세기식 바흐’ “만약 내게 음악이 종교라면 이 여섯 개의 모음곡은 성경과도 같습니다.” ‘이 여섯 개의 모음곡’은 뭘까? 두말할 것도 없이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다. 그렇다면 이것은 누구의 말일까? 선뜻 대답하기 어려울 것이다. 아마도 대다수 첼리스트들이, 적어도 한두 번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 첼리스트들에게 주는 압도적 매력(아니, ‘마력’이라고 해야 더 적합한 표현이 될 것이다)은 그만큼 크다. 위의 인용은 미샤 마이스키의 것이다. 요요 마와 함께 가장 탁월한 현역 첼리스트로 꼽히는 그에게도 바흐의 모음곡은 영원한 숙제다. 다시 그의 말이다. “이 곡은 마치 수평선과도 같습니다. 가까이할수록 음악은 멀리 가버리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계속 진행되는 과정이라고 알고 나.. 더보기
폴 매카트니의 앨범 <워킹 클래시컬>, <런 데블 런> [Music|‘워킹 클래시컬’ ‘런 데블 런’] 폴 매카트니는 살아있다 | 주간동아 2000년 1월6일치 “당신이 이 노래를 듣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소 ….” 폴 매카트니(57)의 세 번째 클래식 작품집 ‘워킹 클래시컬’(Working Classical·EMI)은 죽은 아내 린다에게 바치는 헌화가이다. 1998년 4월20일 린다 매카트니는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세상을 떠났다. 1995년 12월 린다가 유방암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이후 그녀의 병세가 나아지는 듯했지만 끝내 비극적으로 끝나고 말았다. 린다와 매카트니는 비틀스가 공식적으로 해산하기 직전에 만났다. 이스트만 코닥사 회장의 딸이며 사진작가인 린다 이스트만은 매카트니의 모습을 사진에 담다가 그의 마음까지 담아버렸고, 결혼 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