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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래틀 - BPO의 말러 사이클: 교향곡 제5번 실황 4월7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디지털콘서트홀 실황. 이번에도 혹시? 하고, 높은 수요에 따른 네트워크 접속 장애를 각오했으나 놀랍게도 아무런 문제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흥미진진하게 즐겼다. 좋은 연주. 사진으로 그날의 감동을 다시 한번... 5번 도입부 자막. 역시나 구선생님 특기대로 장송 행진곡으로 문을 연다. 말러에 대한 래틀 경의 해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리버풀에서, 그것도 1960년대에 정기적으로 말러 연주회가 열렸었다는 충격적인 얘기를 전한다. 그리고 그것이 그의 지휘자 꿈을 부추겼다는 것도... 베를린필의 트럼펫 수석중 한 분인 가보르 타르코비 (Gábor Tarkövi) 씨가 그 유명한 트럼펫 서주를 장식한다. 빠라바바밤~ 믿거나 말거나, 이 때의 소릿결과 질감이, 전체.. 더보기
밴쿠버 심포니 - 신선하고 약동하는 에너지로 충만했던 베토벤의 밤 밴쿠버 심포니의 연주회를 처음 봤다. 신선한 충격. 이 정도로 민활하고 정력적이며 단정하고 균형 잡힌 합주력을 보여줄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특히 베토벤 교향곡 7번에서는 약동하는 에너지와 경쾌한 템포로 어젯밤 연주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후반에 들려준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도, 7번만큼 생명력 넘치는 소리를 들려주지는 못했지만 '수연'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자리였다. 핑커스 주커만의 협연도 명불허전. 베토벤의 다소 괴짜스러우면서도 거침없는 천재성이 잘 표현된 밤이었다. 들임말: 밴쿠버에 3박4일 일정으로 왔다가 우연히 날짜가 맞아 난생 처음 밴쿠버 심포니의 연주를 직접 볼 기회를 가졌다. 레퍼토리는 온통 베토벤 - 내가 서곡중 가장 좋아하는 에그몬트 서곡으로 시작해, 역시 베토벤 교향곡중 .. 더보기
침묵의 소리, 침묵의 감동 '침묵이 금'이라는 말의 적실성은, 거의 누구나 나이가 들면서 깨닫는다. 말 실수로 크고 작은 봉변을 치르거나 스스로 부끄러운 경험을 자꾸 되풀이하면서, '침묵'이 어떤 때늦은 변명이나 해명보다 더 유용하고 유효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하지만 침묵의 소리라? 침묵의 아름다움, 그것도 더할 수 없는 [極] 아름다움이라고? 나는 그 한 사례를 클래식 음악에서 가끔 확인한다. 오늘도 그런 순간을 잠깐 확인하는 행운을 누렸다. 사이먼 래틀 경과 베를린 필이 연주하는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제4번. 크리스틴 쉐퍼 (Christine Schäfer, 소프라노)가 4악장 천국의 삶을 아름답게, 조금 과장하면 '천상스럽게' 노래하고, 교향곡은 말러스럽지 않게, 조용히, 마치 잠들듯 마무리된다. 래틀 경은 마지막 여운을 .. 더보기
'부드러운 재즈' 가수 마이클 프랭크스와 빗속의 호랑이 들어가는 잡소리 지난 며칠간 음반을 정리하고 있다. 새 집으로 이사 온 지 2년이 다 돼가도록, 이삿짐을 풀면서 되나가나 꽂아둔 음반을 정리하지 않고 - 못하고? - 있었다. 이사를 워낙 자주 다닌 탓에 책 정리, CD 정리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현저히 식은 데다, 특히 CD의 경우 온라인으로 음악을 듣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져서 특별히 CD로 눈을 돌려야 할 일이 별로 없었던 탓도 있었다. 그러다 올리브 뮤직 서버 (Olive Music Server 03HD 리뷰도 썼다)를 사면서, '정말 안듣는, 안들을 것 같은 CD는 이참에 솎아내야겠다'라고 결심했다. 솎아내면서, 앗 이런 음반이 다 있었구나, 라기보다는 앗 이런 허접 음반이 여기까지 살아서 따라왔구나, 하고 놀라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개는 짜깁.. 더보기
내가 만난 최고의 헤드폰 야마하 RH10MS 헤드폰, 혹은 이어폰을 하나 이상 갖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요즘처럼 누구나 예외없이 아이폰, 아이팟, 갤럭시 등 손안에 쏙들어가는 스마트폰이나 MP3 플레이어를 가진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새로운 디지털 기기 (gadget)에 대한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 편이라 - 기자 때려친 지가 10년이 넘었는데도 그 병통은 유구하다 - 이어폰과 헤드폰도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편이다. 아이팟용 흰색 이어폰이 하나 있고, 아이가 주변 소음을 싫어해 그 소리를 없애준다는 소니의 싸구려 - 따라서 엉터리 -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귀 위에 올리는, 이른바 'on-ear' 헤드폰이다)이 하나, 센하이저의 on-ear 헤드폰이 또 하나, 그리고 말랑말랑한 고무로 마무리한 이어폰 (영어론 귀 .. 더보기
올리브 03HD 뮤직 서버 사용기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올리브 뮤직 서버 (Olive Music Server) 03HD가 어제 도착했다. 1천불 넘게 주고 산 것이니 사기 전에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도 많았다. 맥북 에어를 살까 하다가 이미 쓰고 있는 델 PC와 맥북 둘다 아직 정정하셔서, 바닥에 흘린 침 깨끗이 닦고 뮤직 서버로 선회했다. 뮤직 서버라는 게 별게 아니고 CD를 디지털 파일로 옮기는 (ripping) 기능, 디지털 파일을 다시 CD로 구워주는 (burning) 기능, 기왕에 아이팟이나 컴퓨터에 모아놓은 디지털 음악을 재생하거나 저장해두는 기능 등을 갖춘, 말 그대로 서버이다. 음악적 기능에 특화된 미우직 서버. 따라서 그 안에 하드디스크를 내장하고 있다. 그리고 네트워크 기능을 갖춘 것도 있고, (영국에서 파는 브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