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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Music / 안스네스 내한 피아노 연주회 | 순도 100%의 '개성파 연주' | 주간동아 1999년 12월16일치 “노르웨이에서 왔다”고 하지 않고 “베르겐에서 왔다”고 할 만큼 문화적 자긍심이 드높은 소도시 베르겐. 대작곡가 그리그의 고향답게 레코드숍의 음반 비중도 유독 ‘그리그적(的)’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것은 현역 연주가 코너. 바로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29)라는 이름이 금방 도드라지는 곳이다. 안스네스의 고향은 베르겐이 아니라 카모이라는, 역시 인구 4만 정도의 소도시지만 그의 인기는 노르웨이 전체를 관통한다. 사실 그는 노르웨이가 배출한 최고의 현역 피아니스트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은 명연주자다. 그 스스로는 낭만주의 작곡가들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어떤 연주든 순도 높은 정수를 잘 드러.. 더보기
영원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카라얀, '유령'되어 돌아오다 | 죽은지 10년 넘었지만 '그 명성 그대로' | NEWS+ 1999년 8워29일치 매년 여름이면 갖가지 유령들이 ‘납량’(納凉)의 사명을 띠고 화려하게 복귀한다. TV와 라디오, 영화, 잡지, 단행본 등 온갖 매체에서 유령들이 보여주는 활약은 자못 눈부시다. 올 여름에는 음반계가 여기에 가세했다. 꼭 여름 한 철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꽉 막힌 클래식음반 시장에 돌파구를 마련할 요량으로 유령들을 다시 불러낸 것만은 사실이다. 그 중 가장 인기있는 유령은 역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이다. 그의 인기는 식지도 않는지, 타계한 지 10년이 넘었어도 여전히 클래식 음반계의 제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살아있는 어떤 음악가들도 이미 죽어버린 카라얀을 당하지 못한다. 음반계가.. 더보기
남자가 웬 메조 소프라노? '카운터 테너' 메라·숄·아사와 인기…여성같은 아름다운 목소리로 팬 사로잡아 | NEWS+ 1999년 7월 하얗게 눈쌓인 언덕. 간밤에 내린 폭설로 사슴이 제 걸음을 못걷고 자꾸만 쓰러진다. 한 남자가 사슴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고 쓰다듬으며 기운을 북돋운다. 한 휴대폰 회사의 광고내용이다. 하얗고 차가운 눈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그 광고의 분위기는 더없이 따뜻한데, 무엇보다 배경음악의 남다른 매력을 그 이유로 꼽지 않을 수 없다. 높고 길게, 그리고 무엇보다 신비롭게 흐르는 그 음악은 '헨델'의 오페라 '세르세'(Serse) 중에 나오는 '나무그늘 아래서'(Ombra mai fu)라는 노래다. 세르세왕이 풍요로운 그늘을 드리운 뜰의 나무를 보며 "너만큼 정답고 달콤한 그늘을 드리운 나무는 없도다"라고 .. 더보기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 굿바이 마에스트로! 클래식 음악계의 큰 별 하나가 졌다. 므스티슬라브 로스트로포비치. 향년 80세. 20세기를 대표하는 첼리스트로, 그리고 생애 후반기에는 빼어난 지휘자로 활동했다. 쇼스타코비치, 프로코피에프 등과 절친한 사이였고, 그들의 대표작 중 하나인 첼로 협주곡이 로스트로비치에게 바쳐졌다. 그의 첼로 소리는 유달리 깊고 따뜻하고 부드럽고 뚜렷하다. '웅숭깊다'라고 하면 맞을까? 그의 소리는 다른 누구와도 다르다. 그러면서도 그 선율은 한없이 가볍고 유연하다. 그가 당대의 명피아니스트 루돌프 제르킨과 협연한 브람스의 첼로 협주곡을 듣노라면 가슴이 꽉 차는 느낌이다. 다른 명 첼리스트-피아니스트 들의 연주를 들어도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말년, 그는 지휘에 더 열성을 쏟았다. 얼마전, 그가 런던 .. 더보기
MTT-SFO의 말러 7번 SFS는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의 줄임말, MTT는 1995년부터 그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마이클 틸슨 토마스'의 줄임말이다. 둘의 관계가 10년 넘게 지속된 데다 그 결과물 또한 상품(上品)이다 보니, SFS/MTT는 마치 한 단어처럼 여겨질 때가 많다. 이들의 최근 말러 연주 (심포니 7번)가 지난 2월11일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에서 상 두 개를 가져갔다. '최우수 클래식 앨범' 부문과 '최우수 오케스트라 연주' 부문의 상이다. 미국에서 주는 상, 미국의 오케스트라가 받은 게 무슨 대수랴 싶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의 수상에는 다소 눈물겨운 바가 있다. 이들의 음반이 그 잘난 EMI나 데카, 도이체 그라모폰 같은 거대 음반사의 도움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 돈 많은 음반사들, 오케스트.. 더보기
피아니스트 백혜선 EMI 데뷔음반 낼 실력파 피아니스트 | 베토벤 제5번 「황제」 1악장 호연…3월 국내 6~7개 도시 순회연주 | NEWS+ 1998년 2월12일치 피아니스트 백혜선(33)은 올해 가장 주목해야 할 음악가로 기록될 것 같다. 그녀는 1월16~17일 열린 신년음악회에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제5번 「황제」 1악장을 호연하며 바쁜 연주 일정을 시작 했다. 3월에 국내 6~7개 도시를 순회 연주할 예정이며 8월에는 한국 출신의 세계적 연주자들과 함 께 [아름다운 사람들] 공연에 참가한다. 9월에는 KBS교향악단과의 협연 일정이 잡혀 있으며, 4~9월 뉴멕시코 보스톤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연주 계획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그녀를 주목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2월중 나올 EMI 「데뷔」 음반 때문이다. 그녀는.. 더보기
‘정열의 첼리스트’ 자클린 뒤 프레 [김상현 기자의 클래식 산책]42세로 삶 마감…평생 음악적 정열로 불태워 | NEWS+ 1997년 10월23일치.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1987년 10월19일 한 위대한 음악가가 세상을 떠났다. 자클린 뒤 프레. 42세라는, 결코 길지 않은 삶을 마감한 이 여류 첼리스트는 그 중에서도 14년을 병마와 싸우는 데 탕진해야 했다. 그녀가 첼로를 연주한 기간은 겨우 10년 남짓. 그러나 뒤 프레는 『그토록 헌신적인 남편을 만난 것과 음악적 재능을 일 찍 계발하여 아프기 전에 연주하고 싶던 곡을 모두 녹음할 수 있었던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는 스스로의 말처럼 그 짧은 기간을 온전히 음 악적 정열로 불살랐다. 예술-문화 전문 케이블TV인 A&C코오롱은 뒤 프레의 10주기를 맞아 생전의 연주 장면과 인 터뷰.. 더보기
메조소프라노 ‘중성소리’에 넋 잃고 [김상현 기자의 클래식 산책]카사로바의 신예답지않는 완숙함 돋보여 | NEWS+ 1997년 10월9일치 모차르트의 걸작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은 결혼을 앞둔 하녀를 범하려다 실패하는 백작에 대한 이야기다. 여기에 등장하는 「케루비노」는 13세의 미소년으로 백작부인을 비롯한 여러 여인과 사랑을 나누면서 오페라에 흥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런데 케루비노를 연기하는 사람은 남자가 아니라 남장 여인이다. 이른바 「바지역(役)」(Trouser Role)이다. 바지역을 맡는 성악가의 목소리는 성인 남성의 목소리(하이테너)보다는 높되 여성의 목소리(소프라노)보다는 낮아 야 한다. 대체로 메조 소프라노에 해당하는 목소리다. 요즘 들어 메조 소프라노, 혹은 바지역에 어울리는 목소리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남자 성악.. 더보기
록을 예술로 승화한 ‘바이올린의 神’ [김상현기자의 클래식 산책]방황 끝 5년만에 컴백 | NEWS+ 1997년 10월2일치 돌아온 탕자(蕩子). 바이올리니스트 나이젤 케네디(40)의 5년만의 귀환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은 어떨까? 캐주얼한 옷차림, 면도하지 않아 까칠한 턱수염, 부러 꾸민 듯한 런던 빈민가풍의 액센트, 히피족을 연상케하는 행동거지 등 그의 전체적 인 패션은, 잘 다듬어져서 오히려 위선이 느껴지는 클래식 음악계의 「에티켓」에 대한 잘 계산된 카운터블로처럼 여겨졌다. 지난 7월 케네디는 영국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과 버밍엄의 심포니홀에서 화려한 귀환 공연을 펼쳤다. 『내 음악적 경력의 정점에 다다른 지금이야말로 클래식음악계를 떠날 때』라며 팝과 록의 품으로 망명한지 5년만이었다. 그는 자신의 우상인 지미 헨드릭스를 연주했고, .. 더보기
‘그때 그대로’ 정격음악 거장 로저 노링턴 겁없는 아마추어-대가 경지이른 프로 지휘자 | NEWS+ 1997년 9월18일치 베토벤의 교향곡들이 다 그렇지만 특히 제5번에 도전하는 지휘자는,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두 부류다. 하나는 아직 뭘 모르는, 따라서 겁없는 아마추어 지휘자이고, 다른 하나는 대가(大家)의 경지에 있는 이른바 프로 지휘자이다. 아마추어와 대가 사이에 놓인 대부분의 지휘자들은 대체로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설 때까지 5번을 뒤로 미루어 놓는다. 37분 안팎의 짧은 교향곡 안에 담긴 그 엄청난 에너지, 숨막히는 긴장감, 장대한 드라마, 그리고 완벽한 구성을 제대로 감당해낼 수 없는 까닭이다. 『도전은 진정 내가 좋아하는 것이다. 일단 하나의 영역이 정해지면 나는 다른 어떤 이도 끼여들 수 없는 완벽함을 보여줄 각오가 돼 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