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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옅게 하는 ‘짜깁기 음반’ 활개 김상현기자의 클래식 산책 | NEWS+ 1997년 9월11일치 참을 수 없는 「짜깁기」의 가벼움. 이즈음 음반 매장의 진열대가 보여주는 풍경을 요약한다면 이런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귀에 익은, 혹은 눈에 익은 곡들이 이 음반 저 음반 에 겹치기 출연하는 현상은 실로 우려할 만한 수준이다. 예컨대 엘가의 「사랑의 인사」,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중 「아침」, 푸치니의 「오 사랑하는 나의 아버지」, 모차르트의 피아노협주 곡 제21번 일명 「엘비라 마디간」 중 2악장, 비발디의 「사계」 따위는 하도 닳고닳아서 아무런 생각없이 듣는 배경음악과 구별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렸다. 언제 청소차의 상징 음악으로 전락한 「엘리제를 위하여」의 운명이 될지 모를 판이다. 짜깁기, 혹은 편집 앨범은 대략 다섯 종류로 구분된다.. 더보기
위대한 ‘탱고의 아버지’ 피아졸라 탱고, 매음굴 댄스클럽서 콘서트로 부활시켜 | NEWS+ 1997년 9월4일치 보통 사람들에게 탱고는 영화의 멜로드라마에서 접하는 통속 음악 정도로 여겨진다. 영화 「트루 라이즈」의 한 장면이나, 「여인의 향기」에서 낯선 여인과 멋들어지게 춤추던 알 파치노 를 떠올리게 된다는 얘기다. 그러나 그것은 재즈에 대해 케니 G의 음악을 떠올리는 것만큼이나 불완전한 것이다. 재즈가 그러한 것처럼 탱고 또한 불명예스러운 뿌리를 가지고 있다. 19세기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매음굴에서, 두 남자 뚜쟁이의 춤에 맞춰 연주되었던 음악이 탱고의 뿌리이기 때문이 다.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 1921~92). 재즈에 듀크 엘링턴이 있었다면, 탱고에는 피아졸라가 있었다. 그는 탱고를 매음굴이나 댄.. 더보기
神音 켜는 ‘비올 거장’호르디 사발 김상현기자의 클래식 산책 | NEWS+ 1997년 8월28일치 세상의 모든 아침. (Tous les matins du monde, 1991) 92년 개봉되면서 유럽은 물론 전세계에 때아닌 바로크음악 열풍을 몰고 왔던 바로 그 영화(감독 알랭 코르노). 호르디 사발(Jordi Savall, 56)을 얘기하자면 어쩔 수 없이 이 영화를 끌어 와야 한다. 그만큼 영화와 영화음악이 유명했기 때문이지만, 바꿔 말하면 사발의 대중적 인지도가 그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화를 본(혹은 들은) 사람은 알 것이다. 비올라 다 감바의 은자(隱者) 생트 콜롱브가, 또 그의 제자 마랭 마레가 얼마나 기막히게 「베이스 비올」을 연주하는지 말이다. 그 중에서도 콜롱브가 죽은 아내를 그리며 연주하는 「눈물」(Les Pleurs.. 더보기
메이저 음반사에 딸린 ‘버금상표들’ ... 독특한 색깔로 승부 주요 음반사들, ‘서브레이블' 붐...깊고 독특한 음색들 | NEWS+ 1997년 8월14일치 레이블을 알면 명반이 보인다. 명반까지는 아니더라도 음반의 성격이 보인다. 바로크 음악을 통해 현실 도피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하르모니아문디 프랑스」(HMF)나 「도이치하르모니아문디」(DHM) 딱지를 눈여겨보는게 좋다. 「아르히브」「기멜」「르와조리르」「오비디스」등도 빠뜨려서는 안된다. 한편 실험적인 현대음악에 관심이 있다면 「논서치」나 「포인트뮤직」, 「카탈리스트」 등의 레이블에 주목할 일이다. 세계 어느 나라든 마찬가지지만 클래식 음반 시장의 주류(主流)는 5개 거대 음반사의 손아귀에 놓여 있다. 도이체그라모폰(DG) 필립스 데카를 한데 아우른 폴리그램 EMI 소니 워너뮤직 BMG 등이 그들이다. 흔히 「메이.. 더보기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새삼 되묻다 -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결혼 계획' (The Marriage Plot) 제목: 결혼 계획 (The Marriage Plot) 지은이: 제프리 유제니디스 (Jeffrey Eugenides) 형식: 오디오 북 (Audible Audio) - 새알밭 전자도서관에서 빌려 들음. 내레이터: 데이비드 피투 (David Pittu) 분량: 15시간 35분 (책 내용 전체를 담은 것. 축약본이 아님). 출판사: 맥밀란 오디오 오디오북 출간일: 2011년 10월11일 언어: 영어 오디오 북 오디오 북은 거의 듣지 않았다. '건지 감자파이 겸 독서 클럽'(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을 우연히 오디오 북으로 듣고 좋은 인상을 받기는 했지만 역시 책이 더 좋았다. 활자가 더 좋았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차 안에서 책 읽는 게 무척 피곤.. 더보기
신선한 충격과 감동: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프로그램: 말러 교향곡 제5번 중 4악장 '아다지에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제1번 ----- 인터미션 -----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3번 연주: 에드먼튼 심포니 지휘: 그레고리 베이다 (Gregory Vajda) 피아노 협연: 알렉산더 코산시아 (Alexander Korsantia) 지난 토요일 (1월28일) 에드먼튼의 윈스피어 센터에서 에드먼튼 심포니의 정기 공연을 관람했다. 에드먼튼으로 건너온 지 3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였다. 과거에도 몇 번 관람 기회가 있었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 대개는 아이들 때문에 - 함께 갈 기회는 없었다. 나는 이 공연을 유독 고대했는데, 거기에는 큰 착각도 작용했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을 연주한다고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표를 예매하려 프로그램.. 더보기
내한공연 앞둔 日 바이올리니스트 앤 아키코 마이어즈, 교코 ­다케자와 (NEWS+ 1997년 5월15일치) 『열정적인 완벽성, 저돌적인 기교, 우아한 연주!』(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불꽃 같은 강렬함이 두 악장의 격렬한 파도 속에서 살아 숨쉰다. 그녀는 아주 위험해 보이는, 곡 예와 같은 기교와 복잡한 리듬 구조를 완전히 터득했다』(디아파종) 앤 아키코 마이어즈(27)와 교코 다케자와(31)에 대한 언론의 평가다. 흔히 부풀리기 쉬운 것이 연 주평임을 고려하더라도 이 경우는 좀 지나친 것 같다. 비평보다 찬사에 더 가깝다. 매체의 지명도 에 기대어 보지만 의구심은 여전히 가시지 않는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연주가들이기에…. 마이어즈는 그 경력으로 볼 때 일본보다 미국에 더 큰 친화력이 있는 듯하다. 그녀는 미 캘리포 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태어났으며 연주가로서의 모든 경력도 미국에서 쌓았다. 그녀가 일본인 혈통.. 더보기
미국 마이클 틸슨 토머스 - '가장 미국적인 지휘자" (NEWS+ 1997년 4월24일치) MTT. 「가장 미국적인 지휘자」 마이클 틸슨 토머스(53)는 본명보다 「MTT」라는 약어로 더 널리 통용된다. 「레니」라는 애칭을 들었던 미국 태생의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을 연상시키는 어법이다. MTT가 레너드 번스타인을 연상시키는 것은 이름에 그치지 않는다. 그는 매우 개방적이며 때로는 파격적이기까지 하다는 면에서 번스타인과 기질이 비슷하다. 미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세계화하는데 들이는 정성도 번스타인 못지 않으며 자신을 「상품화」하는 스타기질 또한 대단하다. 최근 발매한 MTT의 음반 중 하나(빌라-로보스의 「브라질풍의 바흐」)는 연주곡목보다 앨범의 사진이 먼저 화제에 올랐다. 야자수 잎사귀를 배경으로 선글라스를 끼고, 오른손에 앵무새를 앉힌 모습이었다. 음반 홍보를 위해 찍은 또다른 사진은 그보.. 더보기
바이올린 완벽주의 연주 神의 음악을 듣는다 (NEWS+ 1997년 3월6일치) 정경화 ‘국제무대 데뷔 30주년’ 맞아 전국 순회공연 펼쳐 바이올린은 바이올린, 활은 그저 활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들이 그녀를 만나는 순간 마술이 되었다. 『자, 나는 이 부분을 이가 시리도록 춥게 연주할 거예요. 여러분은 그보다 좀더 넉넉하게, 보듬듯이 따라오면 돼요』 2월17일 1시경 정동문화예술회관.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49)가 13명의 실내악단원들과 함께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1악장을 연습하고 있었다. 그녀가 바이올린에 활을 갖다 댔다. 정말 「이가 시리도록」 추운 느낌이 전해왔다. 곧이어 이를 눅이듯 휘감겨오는 실내악단의 소리. 때로는 지휘자로, 때로는 대선배로, 또 때로는 협연자로 정씨는 연습을 이끌었다. 그녀의 입에서는 시종 미소가 감돌았다. 음악이, 혹은 연주가 그렇게 좋을 수 .. 더보기
클래식이 가슴 적시는 세밑 어때요 (NEWS+ 1996년 12월19일치) DG 폴리그램 등 기획상품 봇물 ... 신영옥의 ‘아베마리아’ 경건함 절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은 DG(도이 체 그라모폰)에 보물창고와 같다. 지휘계의 제왕으로 군림하다 89년 타계한 카라얀은 파고 또 파내도 마르지 않는 레퍼토리의 샘물이자 흥행성이 확실한 DG의 보증수표다. 세계 최대의 음반 레이블 중 하나 인 DG는 올 크리스마스를 겨냥해 또 하나의 「아다지오 카라얀」을 내놓 았다. 이번에는 그 앞에 「크리스마 스」 라는 단어가 하나 더 붙는다. 「크리스마스 아다지오 카라얀」이다. 얼굴을 찌푸리며 「또?」하고 반문하기 전에 수록곡의 면면을 한번 살펴볼 일이다. 주세페 토렐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 프란체스코 만프레디의 크리스 마스 협주곡, 피에트로 토카텔리의 크리스마스 협주곡, 아르칸젤로 코렐리의 크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