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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크롬캐스트

구글 크롬캐스트 비디오


TV를 안 본 지 몇 년이 지났다. 에드먼튼 시절부터니까 한 5년쯤 됐나? 그런데 딱히 아쉬움을 느낀 적이 없다. 넷플릭스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점, 웬만한 뉴스와 정보는 TV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으로 차고 넘치게 얻을 수 있다는 점 등이 부분적인 이유일텐데, 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컴퓨터나 태블릿의 콘텐트를 고스란히 TV의 대형 화면으로 중계해주는 구글의 크롬캐스트이다. 온라인으로 거의 모든 것을 찾아보거나 들을 수 있다고 해도, 기껏해야 13인치나 15인치밖에 안 되는 랩탑 컴퓨터의 화면에만 의존했다면 'TV의 큰 화면으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적지 않았을 터이다.



삼만 원 정도밖에 안 하는 구글의 크롬캐스트는 그런 아쉬움을 말끔히 지워버렸다. TVHDMI 단자에 꽂고, 구글 사이트에 들어가 크롬캐스트 소프트웨어를 깔기만 하면 끝. 반드시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를 써야만 한다는 단점은 있지만, 본래부터 그것을 써온 터라 단점이라고 지적하기도 어렵다. 유튜브나 비미오, 혹은 스포츠 사이트의 하이라이트 화면을 불러낸 뒤 크롬캐스트로 연결하기만 하면 TV로 고스란히 중계된다. 랩탑 화면과 TV 화면 사이에는 1~3초 정도의 지연 현상이 있는데, 소리는 TV와 동기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토록 싼 값에, 그토록 손쉽게, TV를 '스마트'하게 바꿀 수 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애플 TV 나 아마존의 '파이어TV' 같은 유사 기능의 제품도 있고, 개중에는 더 나은 기능을 자랑하는 것도 있겠지만 굳이 바꿀 필요를 못 느낀다. 지금 쓰는 제품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에... 이 포스팅을 위해 구글을 뒤져보니 내가 쓰는 크롬캐스트는 더 이상 만들지 않는다. 그보다 업데이트 된 제품이 나와 있다. 여전히 가격은 45 캐나다 달러. 그래도 지금 쓰는 제품이 고장날 때까지는 바꿀 필요가 없겠다. 


크롬캐스트 비디오에 별점을 매긴다면 다섯 개에 가까운 네 개 반이 적당하겠다. 가끔 에러가 나거나, 중계가 끊기는 현상 때문인데, 그게 충분히 성능이 좋지 못한 랩탑 때문인지, 아니면 크롬캐스트 자체의 기능적 한계 때문인지는 분명치 않다. ★★★★☆


구글 크롬캐스트 오디오


크롬캐스트 비디오를 쓰면서 늘 아쉬웠던 점은 음질이었다. TV와 연결된 소니의 사운드바와 우퍼로밖에 소리를 들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토론토 살 때 샀으니 10년도 훌쩍 넘은, 썩 괜찮은 음질의 오디오 시스템이 있었지만 TV와 연결할 수 있는 디지털 단자가 없었다. 그렇다고 아날로그-디지털 컨버터를 따로 장만할 엄두는 나지 않았다. 그래서 TV로 중계하는 콘텐트는 그게 영화든 한국의 가요 프로그램이든 클래식 콘서트든 여러모로 음질이 아쉬운 소니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 괜찮은 음질의 음악이 아쉬우면 따로 오디오 시스템을 작동시켜 CD를 재생하고...



왼쪽의 CD 플레이어와 앰프는 NAD 제품이고, 스피커는 토템 제품이다. 둘 다 캐나다 회사이고, 세계적으로 꽤 탄탄한 명성을 구축했다. 디지털 연결 단자조차 없는 구식이다. 10년도 더 전에 산 제품이니 그럴 만도 하다고 이해한다. 아래 왼쪽 그림이 소니의 사운드바와 우퍼인데, 15만원 정도의 싼값에 어울리지 않는 높은 수준의 음질을 구현한다고 칭찬 받았다. 2년 전에 구입했다. 지금은 단종되었다. 


따라서 TV와 기존의 (내 딴에는)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연결하는 게 내게는 다음 관심사였다. 값으로 보나 기능으로 보나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여겨진 제품은 소노스 커넥트였는데, 상대적으로 싸다는 그 제품의 값이 400달러였다. 서슴없이 '지르기에는' 다소 높은 값이었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질러볼까, 계속 망설여 왔다. 



그러다 우연히 크롬캐스트 오디오를 만났다. 값은 45캐나다 달러 (한화로 4만원 정도). 소노스 커넥트와 견주면 10분의 1밖에 안 되는 헐값에, 랩탑을 통해 들으며 아쉬워했던 고급 음질을, 그 동안 거의 활용하지 못했던 오디오 시스템으로 즐길 수 있게 됐다. 만세!


이 제품을 설치하고 이용하는 방식도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다. 전원 연결하고, 오디오 출력 단자와 앰프의 입력 단자를 연결하면 끝이다.


크롬캐스트 비디오와 오디오의 단점은, 동시 캐스팅이 안 된다는 점이다.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이용하기 때문인데, 내 경우 랩탑의 콘텐트를 비디오(TV)로 보낼지, 오디오 시스템으로 보낼지 택일을 해야 한다 (왼쪽 이미지 캡처 화면). 하지만 그건 TV와 고음질 오디오 시스템이 연결되지 못하고 별개로 운용될 수밖에 없는 나만의 독특한 상황 탓이므로, 굳이 단점이라고 보기는 어렵겠다. 


비디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디오 동기화도 늘 순조롭지만은 않다. 신호를 보내는 랩탑이나 컴퓨터의 성능이 떨어지거나, 다른 프로그램을 쓰느라 메모리가 부족해 지연 현상이 나타나면 음악도 툭툭 끊긴다. 내 경우, 델의 XPS 13 모델을 쓰는데, 메모리가 메인보드에 처음부터 임베드 된 상태여서 내가 따로 늘릴 수가 없다. 4GB로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요즘 들어 부쩍 버벅댄다. 그래서 음악을 순조롭게 잘 들으려면 다른 프로그램을 가급적 동시에 돌리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그게 크롬캐스트 오디오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놀라운 기술 혁신을 계속해서 성취해 나가는 구글이 놀랍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