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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짙은 안개... 이 짙은 안개... 때문에 오늘 빅토리아에서 열리는 회사 단합대회에 못 가게 됐다. 첫 비행기로 빅토리아에 갔다가, 막비행기로 돌아오려던 계획도 무산되었다.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하루나 이틀을 빅토리아에서 자는 쪽을 선택해, 페리를 탔다. 그러나 나는 페리 터미널까지 가는 시간에다 페리를 기다리는 시간, 느리디 느린 페리로 가는 시간이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겠다는 생각에서 비행편을 예약한 것이었다. 페리 승선료가 싸다고 해도 호텔비까지 더하면 거기에서 거기다. 소요 시간과 개인 시간을 빼앗기는 것까지 고려하면 도리어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무슨 중뿔난 사안이 있는 것도 아니고, 피치 못할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밴쿠버가 아닌 빅토리아에서 회사의.. 더보기
사람이 많으면 피곤해! 정말 봄이다. 맑은 날이 이어지고, 낮 기온은 10도를 넘어선다. 햇살은 예전보다 더 눈부시고, 조금씩 더 따갑게 느껴진다. 게다가 이번 주말부터 일광 시간 절약제가 시작된다. 한국에서 큰 처형이 잠시 밴쿠버에 들르셨다. 방문의 주목적은 질환이 깊어진 부친을 뵙는 일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실내에만 머무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주말을 맞아 써리 남쪽에 있는 관광 타운 화이트 락 (White Rock)을 찾았다. 몇년 전, 아직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에, 역시 관광객 기분으로 들른 적이 있지만, 우리도 동네에 그리 낯익지는 않았다. 와본 지 오래됐다는 점은, 차를 너무 멀리 대놓고 바닷가 번화가까지 걸어가겠다는 계획에서 잘 드러났다. 'Buena Vista Avenue'라는 이름만 보고, 경치가 좋다는 .. 더보기
밴쿠버의 봄 봄 기운은 희미하게나마 2월 무렵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3월이 되면서 곳곳에서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레일 주변으로 새 잎이 움트거나, 꽃봉오리가 막 맺히거나, 연두빛 잎이 짙어지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알버타 주의 새알밭에 살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풍경, 4월이나 돼야 겨우 기대할 수 있을 법한 현상과 풍경이 밴쿠버에서는 한두 달 일찍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4월 말에 쓴 에드먼튼의 봄). 옆집의 정원수로 자라는 버드나무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슬보슬 보풀어 올랐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지난 일요일(3월23일)에 찍은 사진. 2주쯤 전, 스탠리 공원을 뛸 때 찍은 벚꽃 사진이다. 아침이어서 빛의 대비가 강했고 사진 찍는 기술이 미흡해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꽃이든 잎이든 활찍 .. 더보기
흙먼지여도 좋다...봄이다! 드디어 봄이 온 모양이다. 아니 봄이 왔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번 주 들어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잔설이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며칠 전까지도 찬기운 완연하던 바람에서, 이제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초에 첫눈이 내렸고, 겨울은 그렇게 예년보다 일찍 왔지만 좀체 떠날 줄을 몰랐다. 봄이 오려나, 하면 눈이 퍼붓거나 빙우를 뿌리거나, 싸늘한 바람이 몰아쳤다. 이제는 제발 봄이기를...! 오늘 점심때 근처 강변을 산보했다. 간간이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훈훈했다. 겨우내 눈 위로 뿌리고 또 뿌린 모래가, 이제는 바람과 함께 날리면서 먼지바람을 만들었다. 그래도 봄이다. 좋다. 커머스플레이스에서 도서관으로 통하는 소로다. 오른쪽 귀퉁이의, 운두 높은 중절모를 쓴 남자의 얼.. 더보기
여기는 '아직 겨울' (Still Winter) 새알밭은 '아직 겨울'이다. 다른 곳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로 바꾸면 '봄'이다. 이곳의 사계는 흔히, '거의 겨울' (Almost Winter, 가을), '겨울'(Winter), '아직 겨울'(Still Winter), 그리고 '공사중' (Construction, 여름)으로 분류된다. 4월쯤 볕 나고 따스하다고 지난 달에 내가 한 것처럼 자발없이 "야, 봄이다!" 해서는 이런 꼴 당하기 십상이다. 이곳에 전해 오는 신화에 따르면, 매년 5월21일에 찾아오는 '빅토리아 데이' 때까지,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내복을 벗기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언제 눈보라 치고 얼음 다시 얼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날씨 철학은 '현재를 즐겨라', 혹은 '있을 때 잘해'다. 하늘.. 더보기
먼지, 그리고 흙탕물과 함께 오는 봄 오늘 갑자기 기온이 올라갔다. 그냥 올라간 수준이 아니라 '치솟은' 수준이다. 아침부터 영상이더니 점심 무렵에는 두자리 수를 넘어섰다. 나갈 때는 9도였는데, 돌아와 다시 확인하니 12도다. 늘 입던 재킷을 벗고 반팔로 나섰다. 그래도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지 않았다. 마치 도둑처럼, 그렇게 갑자기 봄이 찾아온 것 같았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누군가가 "이제 봄인가봐" 했더니 "너 지금 산통 깬 것 알지?" (You just jinxed it, you know)라고 농담 했다. 아직 3월 중순도 안된 마당에 영상이라고? 이곳 사람들은 반가워 하는 게 아니라 도리어 불안해 한다. 언제 어느 때 또 기온이 곤두박질 치고, 눈보라 쳐대려고? 하는 눈치다. 하지만 대개는 "있을 때 즐기자"라는 주의. 내일 눈보라가.. 더보기
아침 안개 | 야생 제비꽃 | 통나무집 | 스모키 | 겨울에서 봄으로 아침 안개 | 2005년 5월 28일 오전 10:40 와와에는 안개가 많이 낀다고 합니다. 특히 여름에 그렇다고 합니다. 슈피리어 호수의 영향이겠지요. 그러나 아직까지 그 소문난 '자욱한 안개'는 아직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오늘 만난 아침 안개가 퍽 아름다웠습니다. 아침 출근길에, 북서쪽으로 펼쳐진 숲 위로 굵은 선을 긋듯 얹혀 있는 안개를 보았습니다. 우회전을 해 사무실로 직행하는 대신, 가던 길을 몇백미터 더 진행해 관광안내 센터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17번 캐나다 횡단 고속도로 주위의 풍경이 사뭇 아름답기 때문이었습니다. 토론토에서 가족, 친구들과 지낸 시간의 즐거움으로부터 아직 헤어나지 못한 탓일 겁니다. 일주일도 안되는 며칠 간의 근무가 퍽이나 힘겨웠습니다. 오늘 오후에는 가깝게.. 더보기
와와의 봄 완연한 봄기운 | 2005년 4월 1일 오전 7:57 와와 호수가 녹고 있습니다. 온 호수의 표면이, 호수를 덮은 얼음의 표면이, 녹은 얼음물로 온통 번들번들했습니다. 수십 개에 이르던 얼음낚시용 오두막들도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노던 온타리오는 바야흐로 닥친 봄으로 인해 더욱 분주합니다. 유난히 호수가 많고, 따라서 꽁꽁 언 호수 위에 오두막을 짓고 낚시를 즐긴 이들이 그만큼 많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안전사고의 위험성도 그만큼 높기 때문입니다. 그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송이 자주 나옵니다. MNR의 담당자들은 얼음이 얼마나 안전한지, 혹은 위험한지 호수들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 두께와 안전성을 점검하느라 바쁩니다. 수세인트마리-서드버리 축선 아래에는 이미 지난 주에 '얼음 낚시 금지령'이 내렸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