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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밴쿠버의 봄

봄 기운은 희미하게나마 2월 무렵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3월이 되면서 곳곳에서 봄이 보이기 시작했다. 트레일 주변으로 새 잎이 움트거나, 꽃봉오리가 막 맺히거나, 연두빛 잎이 짙어지면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알버타 주의 새알밭에 살 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풍경, 4월이나 돼야 겨우 기대할 수 있을 법한 현상과 풍경이 밴쿠버에서는 한두 달 일찍부터 나타났다 (지난해 4월 말에 쓴 에드먼튼의 봄). 

옆집의 정원수로 자라는 버드나무에서 버들강아지가 보슬보슬 보풀어 올랐다. 어쩌면 이렇게 예쁠까! 지난 일요일(3월23일)에 찍은 사진.


2주쯤 전, 스탠리 공원을 뛸 때 찍은 벚꽃 사진이다. 아침이어서 빛의 대비가 강했고 사진 찍는 기술이 미흡해 꽃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 


꽃이든 잎이든 활찍 피었거나 다 자랐을 때보다 막 피기 시작할 때, 여린 연두빛으로 막 자라기 시작할 때 더 예쁘고 사랑스럽고 경이롭다. 아, 이렇게 또 새 생명이 움트는구나, 깨닫게 만든다.


밴쿠버의 잦은 비는 식물들에게 축복이다. 물론 건조한 기후를 선호하는 식물들에겐 예외겠지만...


위 두 사진은 아마도 하루나 이틀 상관으로 찍은 것인데, 그 사이에 꽃으로 자라는 빛깔의 변화가 완연하다. 


아마도 진달래과의 꽃일텐데, 역시 스탠리 공원에서 자란다. 어느 꽃은 더 성급하게, 혹은 더 부지런히 피었다가 지고, 다른 꽃은 더디게, 시나브로 피어난다.


무슨 꽃인지 모르겠지만 역시 스탠리 공원 근처, 'Lost Lagoon' 호수 곁에서 피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형상으로 자라고 필 수 있는지 신기하고 또 신기할 뿐이다. 


나팔처럼 생긴 꽃들이 소담스럽게 무리지어 피면서, 역시 봄을 알리고 있었다. 


집 근처 산보 길에 찍은 시모어 크릭 (Seymour Creek) 풍경이다. 줄기마다 이끼를 두른 나무들은 다습한 밴쿠버의 기후를 보여주는데, 그 빛깔이 한층 더 짙어지고 생기를 띠면서 봄을 전한다. 


지난 일요일에 본, 막 피어나기 시작한 개나리. 


이것은 나무 꽃이다. 적단풍(Red maple) 나무의 꽃인데, 비단 적단풍만이 아니라 모든 단풍나무의 봄 꽃이 다 이처럼 섬세하고 가녀린 풍모의 꽃을 피운다. 


보슬보슬한 털이 저렇듯 노랗고 부드러운 버들강아지로 자란다. 


지난 토요일, 시모어 산자락에서 만난 호랑가시나무 (holly). 산 아래는 비, 중턱 이후부터는 젖은 눈이 제법 세차게 내리던 날이었는데, 그럼에도 꽃과 나무들은 더욱 파릇파릇한 잎과 꽃을 틔워내고 있었다.


금세라도 팝! 하고 꽃을 피울 듯한 봉오리들이 빗방울을 달고 있다. 나는 이런 구도를 참 좋아한다.


퇴근길이면 만나는 버라드 (Burrard) 버스 정류장 근처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참 빨리도, 그리고 푸짐하게도 피는 벚꽃. 눈부시게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