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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国 밴쿠버 밤사이 눈이 내렸다. 적설량은 3 cm 안팎? 밴쿠버의 기준으로 보면 폭설이었다. 평소보다 늦잠을 자고 근처 정거장으로 나가 7시 버스를 기다렸다. 예정보다 5분쯤 늦게 온 버스는, 그러나 정거장 직전에서 210번이라고 적힌 신호등을 끄더니 그야말로 유유히, 그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을 무시하고 지나가 버리는 게 아닌가! 버스 안에 승객이 많았지만 더 이상 못태울 정도로 만원은 결코 아니었다. 그렇다고 비탈진 도로 - 명색이 '마운틴 하이웨이'다 -에 눈이 쌓여서 정차하기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눈은 이미 다 녹은 상태여서 미끄럽지도 위험해 보이지도 않았다. 대체 왜? "노쓰 밴쿠버 버스들이 저렇다니까요?" (Typical North Vancouver, eh?) 나처럼 그 버스를 기다리던 남자가 냉소적인.. 더보기
그림으로 정리해 본 주말 금요일 저녁. 가깝게 지내는 이웃, 그리고 한 직장에 다니는 한국인 후배 가족과 저녁을 함께했다. 위 사진은 그 후배 가족의 아이 클레어(지윤). 이제 15개월. 성준이가 클레어를 무척 예뻐해준다. 이것저것 보여주고 차 태워주고 신났다. 토요일 낮. 동준이와 성준이를 오티즘센터의 놀이 프로그램에 맡기고 아내와 둘이서 영화를 보러 에드먼튼의 초거대 실내 쇼핑 센터인 '웨스트 에드먼튼 몰'(WEM)에 왔다 ('세계 최대'라는 기록은 깨졌지만 '캐나다 최대'라는 기록은 여전히 유효하다). 시간이 빠듯했던 데다 몰 주차장이 차들로 인산인해 아닌 차산차해여서 차 댈 곳 찾느라 헤맨 탓에 영화 앞부분 4, 5분을 놓쳤다. 우리가 본 영화는 캐나다 소설가 얀 마텔(Yann Martel)의 2002년 만 부커상 수상작.. 더보기
Winter Redux 수요일은 봄이었다. 눈부신 햇살, 버스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먼지, 서서히 물을 머금어 가는 나뭇가지... 아 이제 봄이 왔구나! 그러더니 목요일, 겨울이 돌아왔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기세더니 오후 2시쯤부터 눈발이 날렸다. 눈발은 점점 더 촘촘해져서 폭설로 변했다. 얼마 안 있어 온 도로가 눈에 뒤덮였고, 퇴근할 무렵에는 교통 사고 때문에 통근 버스가 우회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눈은 계속 내렸다. 어둑어둑 밤이 돼도 그칠 줄 몰랐다. 물기 머금은 눈은 묵지근해서 넉가래로도 잘 밀리지 않았다. 토론토에서 눈 치우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진저리가 처졌다. 다음 날. 눈발이 그친 듯하더니 오후에 다시 돌아왔다. 폭설은 아니었지만 펄펄 날리는 눈발의 기세는 여전히 만만치 .. 더보기
주말의 폭설 금요일 밤부터 눈이 내렸다. 일찍부터 대설 주의보가 나온 상황이라 예상하기는 했지만 쉼없이 내리는 눈을 보는 마음은 별로 편치 못했다. 눈은 토요일 하루 종일 그치지 않았고, 일요일 아침에도 여전히 잔설을 뿌리고 있었다. 토요일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눈을 치웠는데도 밤새 내린 눈 때문에 치운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올 겨우내 내린 적설량 합계 (10cm 남짓)보다, 주말 사흘간 내린 눈의 양(15cm 이상)이 더 많다고 했다. 아침 먹기 전에 치우겠다고 했더니 아내는 아침을 먹고 다 함께 나가서 눈을 치우잔다. 그래서 오랜만에, 다 함께 눈을 치웠다. 물론 성준이는 늘 그렇듯이 너스레와 희소리에만 강했고, 정작 눈 치우는 데는 관심도 없었다. 눈 치운 자리 위로 자전거를 타기 바빴다. 오히려 동준이가 .. 더보기
성 패트릭 데이의 눈(雪) 토요일 (3월17일) 아침 게으르게 일어나 보니 밖에 눈이 소복하게 쌓였다. 대충 가늠하기로 5~10cm 수준. 제법 많은 눈이다. 하지만 바람이 잠잠했던지 그 눈들은 얌전하게 내려앉아 실로 '소복하다'라는 표현에 맞게 아름다운 아침 풍경을 연출했다. 문득 오늘이 '성 패트릭 데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성 패트릭 데이에 대한 농담들을 주고받은 기억도 났다. 짐짓 아이리쉬 풍의 음식이 있는지 웨이터에게 물었고, 맥주도 기니스(Guinness)로 마셨다. 내일 (그러니까 오늘) 토론토 다운타운에서 벌어질 성 패트릭 데이 퍼레이드에 갈까 말까에 대한 설왕설래도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때 아닌 -토론토 사정으로 본다면 꼭 '때 아닌'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 눈이 내렸.. 더보기
눈의 공포 - 열흘 째 내리는 이 눈은 대체 언제나 그칠까? 눈이 내린다. 내리고 내리고 또 내린다. 지난 1월7일 금요일, 한국 방문을 마치고 캐나다로 돌아온 날부터 지금까지, 눈은 그치는가 하면 떨어지고, 자는가 하면 또 날리고, 이제 됐나 싶으면 또 시작한다. 풀풀 날리는 눈발은 종종 과자 부스러기 같다. 때로는, 좀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비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눈은 신의 비듬? 눈을 치웠다. 치우고 치우고 또 치웠다. 그렇게 치운 눈이 집 차고로 통하는 도로 (드라이브웨이) 양얖으로 쌓이고 또 쌓여 어느새 내 어깨 높이에 이르렀다. 공원과 집을 구분 지은 담장은 이제 거의 눈에 파묻혔다. 집이 막다른 골목 ('컬드삭', 혹은 이곳 교포 발음으로 '굴데삭'이라고 한다. Cul-de-sac ^^)에 있어서 시 당국의 눈 치우는 순위에서도 뒤로 밀린다. 그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