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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Winter Redux

수요일은 봄이었다. 눈부신 햇살, 버스가 지나가며 일으키는 먼지, 서서히 물을 머금어 가는 나뭇가지... 아 이제 봄이 왔구나!

그러더니 목요일, 겨울이 돌아왔다. 잔뜩 찌푸린 하늘이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한 기세더니 오후 2시쯤부터 눈발이 날렸다. 눈발은 점점 더 촘촘해져서 폭설로 변했다. 얼마 안 있어 온 도로가 눈에 뒤덮였고, 퇴근할 무렵에는 교통 사고 때문에 통근 버스가 우회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눈은 계속 내렸다. 어둑어둑 밤이 돼도 그칠 줄 몰랐다. 물기 머금은 눈은 묵지근해서 넉가래로도 잘 밀리지 않았다. 토론토에서 눈 치우던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진저리가 처졌다.

다음 날. 눈발이 그친 듯하더니 오후에 다시 돌아왔다. 폭설은 아니었지만 펄펄 날리는 눈발의 기세는 여전히 만만치 않았다. 이제 온 세상은 오롯이 겨울이었다. 다음 주, 기온이 올라가면 금새 녹아버리겠지만 적어도 눈이 세상을 덮고 있는 동안에는, 흑백의 계절, 겨울이다. 

커다란 느릅나무들이 멋진 풍경을 연출하는 트레일.

눈꽃 만발한 언덕.

그간 내린 눈의 양을 가늠케 해주는 어린 가문비나무.

한 폭의 수묵화 같은 풍경을 보여주는 느릅나무들. 멀리 보이는 북사스카체완강과 하이레벨 다리.

눈 덮인 벤치.

겨울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문비 나무들.

눈이 빚어내는 나무 예술.

돌아온 흑백의 계절. 검은 나무 줄기, 그를 덮은 순백의 눈.

앨버타 주의회사당.

눈 덮인 소나무. 그리고 앨버타 주의회사당의 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