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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여기는 '아직 겨울' (Still Winter)

새알밭은 '아직 겨울'이다. 다른 곳에서 널리 통용되는 용어로 바꾸면 '봄'이다. 이곳의 사계는 흔히, '거의 겨울' (Almost Winter, 가을), '겨울'(Winter), '아직 겨울'(Still Winter), 그리고 '공사중' (Construction, 여름)으로 분류된다. 4월쯤 볕 나고 따스하다고 지난 달에 내가 한 것처럼 자발없이 "야, 봄이다!" 해서는 이런 꼴 당하기 십상이다. 


이곳에 전해 오는 신화에 따르면, 매년 5월21일에 찾아오는 '빅토리아 데이' 때까지, 어머니들은 아이들의 내복을 벗기지 않는다고 한다. 적어도 그 때까지는 언제 눈보라 치고 얼음 다시 얼지 모른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이곳에 오래 산 사람들의 날씨 철학은 '현재를 즐겨라', 혹은 '있을 때 잘해'다. 하늘 화창하고 해 나고 따뜻하면 따뜻한 대로, 눈보라 치고 얼음 얼면 또 어는 대로, 심상하게, 어차피 내가 끌탕 한다고 바뀔 것도 없는 즉, 오는 대로 받아들이자는 것. 


지난 토요일 날씨는 아래 몇 장 널어놓은 사진들에서 보는 것처럼 화화창창했다. 이곳 사람들의 과장된 표현을 따른다면 고저스(gorgeous)하고 글로리어스(glorious)하고 환타스틱(fantastic)한 날씨였다. 하지만 바로 하루 뒤, 일요일에는 비와 해가 태그 매치를 벌였다. 침 튀기듯 비 몇 방울 내리는가 하면 쨍 하고 해가 나왔고, 어 갰나 싶으면 다시 하늘에서 침 몇 방울이 퉤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듯한 기분. 그래서 새알밭의 지금은 '아직 겨울'이다.

레드 윌로우 트레일을 따라 걸었다. 저 멀리 작은 인도교가 보인다. 가운데로 흘러가는 저 평화롭고 장대한 - 농담! - 개울은 스터전 '강'이다.

새알밭 시청/도서관/아트센터다. 건물은 참 예쁘게 잘 지었는데, 공간 활용에 아쉬움이 많다. 잘라 말하면 쓸데없는 공간 낭비가 너무 많다.


캐나다 내셔널 (CN) 철도 아래로 흐르는 스터전 개울. 그 위로 2인용 카약이 지나간다.


한국에선 '네군도 단풍'이라 불리는 '마니토바 메이플'. 학명은 Acer negundo. 단풍 중 가장 후진 나무로 여겨진다. 그래도 막 잎을 열기 직전의 모양새는 제법 그럴듯하다.


가족 사진. 늘 어떻게든 잘난 척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김성준 군은 모자를 푹 눌러쓰며 사진 찍히기를 거부했다. 그 덕택에, 사진을 찍어준 후배는 졸지에 파파라치로 전락했다.


여기서도 김성준 군은 유명인사의 티를 제대로 냈다. 레드 윌로우 트레일 곁에 있는 자그마한 조각 공원.


제대로 배수가 안돼 물이 고여 있다. '아직 겨울'의 다음 계절인 '공사중'(여름)으로 넘어갈 때쯤이면 다 마를 것이다.


어디 미래 세계에 나올 법한 모양의 아파트. 스터전 개울 바로 곁에 있어서 위치는 그만이다.


그 날 저녁에 마신 버드와이저 맥주의 '꼬다리'. 저희들 깐에는 '맥주의 왕'이라고 근거없는 주장을 펼치며 꼬다리 모양까지 무슨 왕관식으로 꾸몄다. 내 입맛으로는 그 신하 뻘도 못되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