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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미줄라, 몬태나

미줄라 시의 공식 홈페이지.

올해 여름 휴가를 보내기로 한 곳이다. 가는 김에 하프 마라톤도 뛰기로 했다 (사실은 그 반대로,
마라톤 대회 일정에 맞춰 휴가 날짜를 잡았다 하하). 보스와 미리 상의하고, 허가를 '득'했음은 불문가지.

미줄라 (Missoula)는 몬태나 주의 한 도시. 주도는 아니지만 몬태나 주에서 가장 번성하는 도시가 아닐까 싶다 (주도는 그보다 훨씬 더 작은 헬레나 (Helena)다. 인구가 채 3만도 안된다). 도시 인구는 7만이 조금 못되고, 그 주변까지 더하면 10만이 조금 넘는 정도지만 몬태나 대학이 있는 대학 도시답게 무척 개명한 동네로 꼽힌다. 아웃도어 전문 잡지인 '아웃사이드'는 미줄라를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살기에 좋은 동네' 중 하나로 꼽기도 했다. 로키산맥과도 멀지 않고, 인구 밀도가 낮아 야외 생활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최적인 것 같다. 다만 몬태나라는 주가 미국에서도 손꼽히게 보수적이고 총기 소유에 대해 가장 관대한 곳이라는 점이 나같은 이방인, 관광객들에게는 작지 않은 심리적 부담이다.

몬태나에는 딱 한 번 가봤다. 겨울 스포츠로 유명한 화이트피시칼리스펠만 잠깐 들렀다 온, 아쉬움이 많이 남는 여행이었다. 짧은 여행이기는 했지만 전체적인 인상은, '자연은 풍요로우나 사람들은 가난하다'는 것이었다 (가계 수입 수준으로 따지면 미국 50개주 중 43위, 빈곤율로는 36위다). 경기 침체로 활기가 없어 보였고, 도로 곳곳은 제때 보수되지 못해 비포장 길을 연상케 했다. 그래도 이방인의 눈으로 본 풍경은 퍽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였다. 그 때도 몬태나 대학이 있는 미줄라까지 가볼까 말까 아내와 고민하다가, 그만 피곤해서 '다음에...' 해버렸다. 그 '다음에'가 올 여름이다.

한편 돌아오는 날인 7월8일(일)의 마라톤 대회는, 풀 마라톤을 뛰면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아 하프로 정했다. 하프면 21km 남짓, 마일로 따져서 대략 13.1마일쯤 된다. 요즘도 일요일마다 그 이상의 거리를 뛰고 있으니까 별로 부담이 없다 (마라톤 지침이 권하는 주말 중 하루의 '롱런' 거리는 13~22마일이다). 달리기 마치고 점심 무렵에 출발해 앨버타주 남부 어디쯤에서 - 아마 레쓰브리지? - 하루 더 묵고 다음날 집까지 올 계획이다 (우리 집에서 미줄라까지는 1,000km쯤 된다).

주중에는 다운타운이며 이런저런 풍물을 구경하고, 아이들 물놀이에도 데려가고 (물 미끄럼틀이 제법인 것처럼 보인다), 일요일에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뛰다가 돌아올 참이다.

미줄라 마라톤 홈페이지. 고작 6년밖에 안됐다. 올해 대회가 6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