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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버타

극과 극 - 3년전 오늘, 에드먼튼 페이스북의 새로운 기능 중 하나로 이용자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것은 1년전, 혹은 몇년 전 오늘의 기록이다. 페이스북을 이용한 기간이 길수록 과거사는 좀더 다양해진다. 어, 이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 이제사 생각난다... 페이스북이 알려주는 과거의 에피소드는, 현재의 상황과 더욱 표나게 대비되는 내용일수록, 강한 인상과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마련이다. 가령 지난 7일(월)의 경우, 3년전 알버타 주에서 직장을 다니던 시절인데 철 이른 폭설로 통근에 애를 먹은 내용이 나와 있었다. 이 내용을 보고 블로그를 뒤져보니 고생한 내용을 일기처럼 적어놓았다. 그런가 하면 3년전 오늘 - 역시 알버타 주에 살던 시절이다 - 에드먼튼의 기온이 영하 22도를 기록했단다. 11월, 그것도 아직 초순인데 그런 맹추위가 닥쳤.. 더보기
송별회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한국인 동료들. 온타리오 주정부에서 일하면서도 단 한 명의 한국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그보다 도리어 더 규모가 작은 앨버타 주정부에서는 제법 많은 한국 사람들을 만났다. 이번 주 내내 점심 도시락을 쌀 일이 없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덜 미안했다. 지난 한 달간 집을 팔기 위해 짐 싸고, 버리고, 옮기고, 숨기고, 정리하느라 무진 애를 쓴 아내는, 어제 저녁 결국 몸살 기운을 드러내고 말았다. 지난 월요일에 집을 사겠다는 제안(오퍼)이 두 개 들어왔고, 두 제안 모두 좋은 조건이어서 더없이 다행스러워했지만, 집을 완전히 팔기 위해서는 '주택 검사'(home inspection)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집에 큰 하자 - 특히 구조상의 결함 - 가 없다는 주택검사 전문가의 판정이 .. 더보기
이사 스트레스 어딘가에 분명히 저장해 두었다. 하지만 찾을 수가 없다. 명색이 '정보 관리'(information management) 전문가라는 자가, 자기 정보도 제대로 못찾아 쩔쩔매는 꼴은 민망하면서도 우습다. 워낙 자주 이사를 다녀서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실상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늘 다시금 괴롭고, 번거롭고, 피곤하다. 마치 처음 느끼는 감정인 것처럼 낯설게, 그렇게 괴롭고, 번거롭고, 피곤하다. 어머니는 날더러 "백말 띠라서 역마살이 끼었다"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역마살'(驛馬殺)은 결코 좋은 말이 아니다. 한자가 보여주듯 '살'(殺) 아닌가. 게다가 역마다. 역에 대기시켜놓은 말. 언제든 어디론가 떠나야만 하는 말에 사람을 견준 것이니 그 또한 썩 좋을 건 없다. 새알밭에 도착한 이삿짐. 2009년 .. 더보기
물난리 어렸을 때 본 만화가 종종 떠오른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고, 작가가 고우영이었는지 이두호였는지, 아니면 다른 누구였는지도 그저 아득할 따름인데, 초능력을 가진 세 남자 - 형제 사이였던가? - 의 이야기였다. 이들은 각각 바람, 불, 그리고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는 결국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올해 유독 그 생각이 자주 났다. 물의 위력, 아니 공포를 느끼게 하는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탓이다. 지난 6월에는 알버타주 남부가 사상 초유의 물난리로 큰 낭패를 보았다. 미국과 접경한 소읍 하이리버는 거의 동네 전체가 물속에 잠겼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로키산맥 근처의 캔모어와 밴프도 홍수로 큰 피해를 당했다. 그런가 하면 알버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 .. 더보기
구름 캐나다에서 산 하나 없이 평야만 광막하기 그지없게 펼쳐진 지역을 '프레어리'(Prairie)라고 부른다. 대초원이라는 뜻이다. 알버타 주는 사스카체완, 마니토바 주와 더불어 프레어리 주에 포함된다. 서쪽으로 로키산맥을 끼고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은 지평선이 보일 만큼 광활한 평야 지대이기 때문이다. 프레어리 지역의 소설가가 쓴 한 범죄소설의 첫 머리에는 주인공 형사가 먼 경치를 볼 때면 드러내는 실눈 뜨는 습관을 묘사하면서, 프레어리에서 오래 산 사람들은 누구나 그런다고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 소설이 집에 있는데, 이 블로그를 쓰면서 찾다가 포기했다. 책 정리를 해야 하는데...) 알버타 주로 옮겨와 살아보니 그 말에 공감이 간다. 프레어리 지역의 하늘은 높기만 한 게 아니라 넓다. 지평선까지, 혹은 .. 더보기
뒤숭숭한 금요일 “케빈, 어제 소식 들었어?” 동료 에버렛이 내 사무실 큐비클 안으로 얼굴만 쏙 내밀고 묻는다. “에버렛! 아니 어쩐 일이야, 이렇게 일찍?” 아직 7시30분도 안됐다. 나는 일찍 출퇴근하는 유연 근무제를 골라서 아침 7시30분 (대개는 7시15분)에 출근해 오후 3시30분(대개는 45분)에 퇴근하지만 에버렛은 보통 8시30분쯤에나 출근한다. “어제 소식 들었어?” 다시 묻는다. 어제 발표된 2013년 알버타 주정부 예산안 얘긴가? “어, 들었지.” “로스한테서?” “로스? 아니, 무슨 일인데?” 예산안 얘기가 아니었다. 그제사 문득, 어제 오전 10시쯤 디렉터의 호출을 받고 나서 로스의 종적이 묘연하다는 에버렛의 말이 떠올랐다. 혹시? “내 사무실로 가서 얘기하자.” 에버렛의 사무실로 갔다. 문도 닫아.. 더보기
6년의 비투멘 '겨울' 눈덮인 알버타주의회사당. 멀쩡한 저 돔을 얼마나 더 비까번쩍하게 손질하려고, 한겨울에도 덮개로 덮고 공사중이다. 이른바 '비투멘 거품'이 몰아치기 직전의 '돈 낭비' 사례 중 하나다. Bitumen Bubble. 모든 문제는 저기에서 비롯했다. 비투멘 거품. 10년쯤 전의 '닷컴 거품'을 기억하시는가? 비투멘 거품은 닷컴 거품의 알버타 판쯤이라고 보면 된다. 알버타산 석유를 뽑아내면서 기업들이 내던 로열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알버타 주 정부가 예측했던 매출액도 곤두박질친 것이다. 그렇게 로열티가 갑자기 떨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알버타가 석유 수출을 100% - 그렇다 100%다 90%도 아니고... - 의존했던 미국이 태도를 바꿔 그 동안 채굴하지 않았던 자국 석유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