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세월호 사태 이후 벌써 1년이 지났다고 한다. '사태'라고 일컫는 게 과연 온당한지도 잘 모르겠다. 비극, 참사, 참변... 무슨 표현을 쓰든, '세월호' 석 자가 갖는 무게는 실로 크다. 한국 사회가, 한국 국민 전체가 짊어지고 가야 할 업보라는 생각이다. 세월호 희생자들, 그 뒤에 남은 희생자들의 가족들, 친지들, 친구들의 눈물을 닦아주지 못했기 - 너무나 많은 경우는 의도적으로 '않았기' - 때문이다. 그 죄업을 다 어떻게 감당하려고, 아직도 세월호를 정치적 도구로, 정말 믿기 어렵게도 심지어 좌우 이념의 무기로 쓴, 쓰는, 쓰려는 자들이 있다. 이들에게는, '인간'이나 '사람'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이라고 하자니 애먼 수(獸, 짐승)들에게 미안할 지경이다. 내 바로 위의 누이..
더보기
어둠 속의 아이
동준이가 또 발작을 일으켰다. 어젯밤, 아니 오늘 새벽 3시쯤이었다. 갑자기 아내가 벌떡 일어나더니 후닥닥 동준이 방으로 뛰어간다. 왜, 왜? 동준이? 두 팔을 좀비처럼 앞으로 뻗은 채 꺼억 꺼억... 동준이는 발작하고 있었다. 눈은 초점을 잃었고, 입에서는 피와 침이 흘러, 베갯잇을 적시고 있었다. 온몸이 요동하고 있었다. 아내와 나는, 동준아, 동준아, 가망없이 이름을 부르면서, 팔을 잡고, 어디 숨구멍이 막히지 않을까 확인해 주는 일말고는 달리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속절없이, 무기력하게, 발작이 끝나기를 지켜보는 수밖에, 그 수밖에는 없었다. 다시, 머릿속은 텅 비었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어떤 감정이 솟았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다. 다시 잠자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