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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우제

이젠 이별할 때 12월29일/화아직 빅토리아. 이른 아침, 뛸 때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낮이 되면서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나왔다. 하지만 아직 따뜻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까지 불었다. 어제 가보기로 한 부차트 가든을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다. 그러려니 미리 짐작은 했지만 가지각색 수천 종의 화려한 꽃들로 유명한 '가든'에 꽃 하나 피어 있지를 않으니 꽃을 보는 재미는 애시당초 글렀다. 꽃이 진 자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꼼꼼하고 세밀하게도 해놓았으니, 오히려 밤에 와야 꽃을 보는 느낌에 더 가까울 듯싶다. 그래도 볕이 좋고 사람이 거의 없으니 호젓하게 걷는 재미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래 '성큰 가든' (Sunken Garden)의 본 모습은 이렇다. 부차트 가든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더보기
빅토리아 1박2일 성우제 선배네와 함께 빅토리아에 간다. 새벽같이 일어나, 집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호스슈베이 (Horseshoe Bay)의 페리 터미널로 이동. 영하의 날씨에 길이 반들반들 얼었다. 호스슈 베이의 아침 풍경. 아직 날이 밝기 전, 밖으로 새어나오는 카페와 레스토랑의 불빛은, 밖이 춥고 황량할수록 더 따뜻하고 안락해 보인다. 호스슈 베이에서 내다본 바다 너머, 설산준령이 펼쳐져 있다. 하얗게 눈을 인 설산들이 장려하다. 그 설산준령 위로 햇빛이 축복처럼 내린다. 따뜻해 보이는 햇살, 그래서 바닷물은 더욱 차 보이고... 페리에 올랐다. 동준이는 이 사진을 찍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발작으로 쓰러졌다. 넉달 만인가? 페리에선 난리가 났다. 응급처치 요원이 달려오고, 간호사가 달려오고, 승객들 중에 끼어 .. 더보기
2015년의 마지막 주말은... 토론토 사시는 성우제 선배댁이 크리스마스 연휴를 이용해 밴쿠버를 찾아 오셨다. 말 그대로 '有朋自遠方來'다. 나와 성우제 선배는 시절 인연을 맺었다. 1991년에 입사했으니 24년 째인 셈. 아내는 형수님을 친언니처럼 따르고, 형수님은 친동생처럼 아내를 예뻐해 주시고... 토론토와 밴쿠버의 거리는 비행기로도 다섯 시간을 날아야 하는 멀고 먼 거리. 그만큼, 여간만한 일이 아니면 찾아가 볼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 그래서 더욱 고맙고... 지난해 이맘때와 달리 올해는 비행편이 두 시간 넘게 연착되는 바람에 양쪽이 다 애를 먹었다. 8시 도착 예정이던 비행편은 11시가 다 돼서야 밴쿠버에 닿았다. 항공 여행은 너무나 자주, 예상을 배반한다. 항공 여행의 가장 큰 이유가 속도인데, 비행 시간의 앞과 뒤에서 허비.. 더보기
반가운 벗이 멀리서 찾아주니... 시사저널 선배이자 토론토 이웃이던 성우제 선배 가족이 엿새 동안 밴쿠버로 놀러 오셨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보여드릴지는 뚜렷이 계획해 둔 것이 없지만, 그저 반가운 사람들이 그 먼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날아오신다는 사실만으로도 고맙고 마음 설렌다. 밴쿠버 공항에 미리 나와서 성선배 댁을 기다리는 중.형수와 자매처럼 친하게 지내고 의지했던 아내가 누구보다 더 기대감에 가득찼을 듯. 크리스마스 날 아침. 성준이는 자신한테 온 선물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안달을 했지만 에리카 누나 (성선배 댁 딸)가 오면 그 때 열어보자는 제안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오후, 마침내 열었다.산타 할아버지께서 어찌 내 마음을 아시고...!! 그렇게 바라던 히로 팩토리의 Jet Rocka를 얻었다! 커피 구루 (Cof.. 더보기
마음은 아직 2013년에... 크리스마스 연휴, 그리고 새해. 그러나 마음은 여전히 2013년 언저리에서 서성거린다. 날짜는 이미 해를 바꿨지만 기억은 여전히 며칠 전에, 12월 하순의 한가했던 연휴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그 12월 한 때의 기억. 그 기억의 비늘들. 이웃 블로거 벙이벙이님의 블로그에서 우연히 보고 마음이 끌려 구입한 'Robot Tea Infuser.' 겉볼안 아닌 안볼겉이었다. 모양은 이쁘지만 실용성은 별로... 차를 울궈내는 기능보다 성준이의 로봇 장난감으로 더 적극 활용되는 듯. 아무려나, 따뜻한 물에 몸 담근 저 로봇이 문득 부럽다 ㅎ. 성준이의 쑥국새 머리 모양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자마자 벽난로 곁으로 달려간 두 녀석. 성준인 산타께 부탁했던 'Switch and Go Dinos'.. 더보기
커피 광의 커피 장인 탐방기 '커피머니 메이커' 책을 고맙게 받은 지 넉 달이 넘어서야 되잖은 독후감을 쓴다. 책의 발신지는 토론토다. 지은이 성우제 씨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지금 나오는 짝퉁 말고 진짜 시사저널. 그 시사저널은 지금 '시사IN'이 되었다)의 선배이자, 토론토에서 가장 가깝게 지낸 이웃이고 친구이고 선배였다. 지금도 토론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성선배와 그 가족이다 (성우제 선배의 블로그는 여기). 성선배는 커피 광이고 전문가다. 거의 매주 주말이면 당신 댁이나 우리 집에서 만나 한주일의 회포를 풀곤 했는데, 커피는 그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이자 소통의 매개체였다. 당신 댁에서 만날 때와 우리 집에서 만날 때, 커피의 맛은 하늘과 땅이었다. 당신께서 손수 드립으로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제조해주신 커피와, 브라운 커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