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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설거지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 만든다"를 찾아서 오늘, 참 우연하게 한국 언론의 '까이꺼 대충...'주의를 새삼 확인하고 퍽이나 씁쓸했다. 말로만 팩트 팩트 외칠 뿐 실제로는 적지 않은 기자들이 팩트를 확인하는 데 너무 게으르다는 한 증거를 보고 만 탓이다 (기자들이 왜 '사실'이라고 안 하고 굳이 '팩트'라고 말하는지도 나는 자주 궁금하다. '지식인'이라고 해도 되는데 굳이 '인털렉추얼'이라고 고집하던 한 언론인도 문득 떠오르는 순간). 오늘 본 기사는 이거다. "설거지하는 아빠가 성공하는 딸 만든다"라는 제목의 연합뉴스 2014년 5월30일치 기사. 좋아하는 한 후배의 비디오 포스팅을 보고 찾아본 기사다. 먼저 이 문장. "29일(현지시간) 미국 '심리과학' 학회지 최신호에 실린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의 연구 논문을 보면 어머니가 양성 평등 의식을 어.. 더보기
SMELL 요즘 내가 지인들과 만나는 창은 페이스북이다. 친하게 지냈던 벗들, 같은 일터에서 지지고 볶았던 동료와 선후배들, 그들을 통해 혹은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을 거쳐 알게 된 이른바 '페친'들 (페이스북 친구), 그리고 '좋아요'(Like)를 누르는 바람에 매일 접하게 되는 여러 언론매체 등등을 다 페이스북에서 만난다. 페이스북을 하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일면식조차 없으면서도 그 사람의 성정이나 취향을 알게 되기도 하고, 제법 잘 알았다고 생각했다가 그게 착각이었음을 깨닫게 되기도 한다. 또는 별로라고 여겼던 사람들에게서 새로운 면모, 심지어 감동적인 면모를 발견하고 나 자신의 섣부른 편견을 타박하게 되기도 한다. 말랑말랑한 연성(軟性) 뉴스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것도 페이스북의.. 더보기
'팩트'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비겁한 한국 언론 신입 기자 시절엔 이상하고 어색했다. '팩트'(fact)라는 말이 마치 밥 속에 들어간 작은 돌처럼 마음 속에서 버석거렸다. 왜 '사실'이라고 안하고 '팩트'라고 하지? 더 멋있게 들려서? 기자들만의 직업적 언어(jargon)인가? 그러면서도 한 해 두 해 가면서 '사실'이라는 말보다 '팩트'를 더 애용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솔직히 나는 아직도 그 이유를 잘 모른다. 하지만 기자들이 저 말을 애용하고 사랑한다는 사실은 잘 안다. 기자는 오직 '팩트'를 전달해야 한다는 말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말이 쉽다. 실천은 어렵다. 세상이 엄혹하고 체제가 살벌한 시대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요즘 언론을 보면 그런 사회 상황이나 엄혹한 현실을 핑계로 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건에서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