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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 자전거 비가 내렸다. 단비다. 너무 오래 기다렸다. 비 많기로 유명한 - 대체로 ‘악명 높은’에 가까운 - 밴쿠버에서, 이토록 애타게 비를 기다린 적도 드물었던 것 같다. 빗속 달리기부러 알람을 꺼놓고 잤더니 평소보다 조금 늦은 시각에 잠이 깼다. 여섯 시가 막 넘었다. 평소의 출근 시간에 맞추자면 조금 서둘러야 했다. 평소보다 조금 더 빨리 뛰어야 한다는 뜻. 주룩주룩이 아니라 투둑투둑, 아직까지는 간헐적으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마운틴 하이웨이를 잠시 타다가 커크스톤 애비뉴를 거쳐 동준이가 다니는 서덜랜드 중고등학교 (세컨더리) 트랙에 갔다. 트랙은 바닥이 고르다. 뛸 때 발목의 긴장감이 훨씬 덜하다. 그만큼 속도를 내기도 좋다. 집까지 가는 길이 3km쯤 되니까 1마일만 뛰고 가자. 부러 시계를 안 본 채 .. 더보기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빗속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거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약간의 우회로 때문에 총 거리는 예상보다 다소 긴 30 km 정도였다. 사진은 달리기의 막바지,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올라서기 전이다. 호우 경보가 내렸다. 비가 밤새 내렸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퍽 세찼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전 중에 23-30 mm, 오후에 또 그만큼의 비가 내릴 것이었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거르지 않는 한, 비를 피해 뛸 재간은 없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이,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간다'라는, 한 .. 더보기
Just do it! 일요일 아침 여섯 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도 뚝 떨어져 긴팔 재킷에 타이즈를 입었어도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밑에 서서,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로 쉼없이 그어지는 사선의 빗줄기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아 뛰지 말까? 몇 시간 뒤면 비가 갠다는 일기 예보인데 그 때까지 기다릴까? 몸도 찌뿌둥하고 컨디션도 별로인데 그냥 쉬어버릴까? 창밖으로 보이는 비나 눈은 실제보다 더 세차 보이고 더 을씨년스러워 보인다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오늘 아침만은 예외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문제였다. 그 바람을 안고 언덕을 천천히 뛰어 올라가는데, 불과 몇 분 안돼서 가슴 께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재킷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아, 다른 방향으로 먼저 갈 걸 그랬나? 하지만 갈 때든 올.. 더보기
습관의 힘 여러 달 전, 집 근처 키스 로드(Keith Road)를 뛸 때 찍은 사진. 이 때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밴쿠버에 오래 살면 오리발이 될 거야." 밴쿠버 직장에 출근한 첫날, 한 동료가 던진 농담이다. 밴쿠버가 그만큼 비가 잦고 축축한 동네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올 겨울은 건조한 편이다. 밴쿠버 인근의 스키장 세 곳- 마운트 시무어, 그라우스, 사이프러스 -은 눈이 없어 난리다. 코스의 절반도 채 열지 못한 상태란다. 심지어 눈 많기로 유명한 휘슬러조차 누적 적설량이 채 1m가 안된다고 했다. 보통 이맘때면 족히 4~5m는 되는 산간 지역이 그러니 울상을 지을 만도 하다. 1월이 열리면서 정상 기후를 보여주려는 걸까? 이번 주 내내 비가 내렸다. 다음 주까지 이어지리라는 예보다. 물론 가봐야 알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