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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속에 콕 박히게 하라: 성공하는 공부법의 과학

Make It Stick: The Science of Successful Learning

한글 제목 (가제): 머리 속에 콕 박히게 하라: 성공하는 공부법의 과학

지은이: 피터 C. 브라운 (Peter C. Brown), 헨리 L. 로디거 3세 (Henry L. Roediger III), 마크 A. 맥대니얼 (Mark A. McDaniel)

출간일: 2014년 3월31일 출간 예정

출판사: 벨크냅 프레스 (하버드대 출판부의 한 부문)

종이책 분량: 280페이지


다양한 실제 사례들과, 그간 축적돼 온 인지 과학 부문의 여러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말로’ 효과적인 학습법은 무엇인지 일러주는 책. 우리가 이른바 ‘상식’으로 여기고 효과적이라고 믿는 암기식 공부법, 옛 선현들이 이구동성으로 일러주는 반복 학습법, 학교 선생님들이 때로는 강압적으로 시키던 주입식 공부법, 일선 대학들이 신입생들에게 권하는 학습법들이 실제로는 전혀 효과적인 것이 아니어서 단지 시간 낭비의 도로(徒勞)에 불과하며, 당사자들에게는 ‘열심히 공부했다’라거나 ‘여러 번 되풀이해 읽고 암기했으니 제대로 이해했다’라는 착각과 환상만을 잠시 심어줄 뿐임을 지은이들은 구체적인 증거와 사례들로 보여준다. 


“외워라. 당장은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내용을 머릿속에 완전히 암기하고 나면 이해는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치고 이런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사서삼경을 달달 외워 과거 급제한 이야기는 또 어떤가?


한국만이 아니다. 미국 조지 메이슨 대학은 신입생들에게 이런 공부법을 일러준다. “무엇인가를 배우는 열쇠는 반복이다. 공부하는 자료나 책을 더 자주 볼수록 그 내용을 머릿속에 영구적으로 기억하게 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그런가 하면 어린이들의 공부를 북돋우는 한 미국 신문은 책에 코를 박고 있는 어린이의 사진과 함께 ‘집중하라’ (Concentrate)는 단어를 제목처럼 달고 있다. ‘한 가지, 오직 한 가지에만 집중하라. 반복, 반복, 반복하라! 암기해야 할 것을 반복하면 당신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라는 설명이 뒤따른다. 반복 학습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주장과 믿음은 우리 사회 전반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그렇게 공부했고, 자녀들에게 그렇게 하도록 시킨다. 


브라운, 로디거, 맥대니얼 세 저자는, 그러나 그런 학습법이 심각하게 틀렸다고 주장한다. 그간의 인지 과학 연구들이 밝혀낸 사실, 그리고 여러 유력한 실제 사례들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반복/암기 학습법, 각 학생의 학습 스타일과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학습법이 실제로는 거의 효과가 없음을 증명한다는 것이다. 


간단한 한 사례로 인터넷에 떠도는 ‘페니 기억 시험’ (한국식으로 옮기면 ‘10원(혹은 100원) 기억 시험’이 되겠다)이 있다. 조금씩 다른 동전의 이미지를 열두 개 늘어놓고, 그 중에서 진짜 이미지를 찾게 하는 시험이다. 사람들이 수없이 보고 만졌을, 그래서 지극히 익숙할 법한 동전이지만 실제로 열두 개 중에서 진짜 하나를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 그런가 하면 한 연구자는 UCLA의 심리학과 빌딩에 연구실을 둔 교수와 학생들에게, 각자의 연구실에서 가장 가까운 소화전을 찾도록 주문했다. 대부분 시험을 통과하지 못했다. UCLA에서 25년간 근무한 한 교수는 그 시험을 계기로 소화전을 찾았는데, 놀랍게도(?) 소화전은 그의 사무실 문 바로 옆에 있었다. 문 손잡이에서 채 1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소화전이 있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25년간 사무실을 드나들면서 소화전을 봤을텐데도, 그의 기억은 이를 배반한 것이다.


차례는 이 책의 구성을 명료하게 보여준다. 


서문

1장 가장 효과적인 학습 전략은 실은 반(反)직관적이다

2장 기억 검색 방식은 학습 효과를 높이고 망각을 막는다 

3장 시간 두기, 교차 학습법, 변주 등은 이해도를 높인다(가령 암기를 위해 책을 되풀이해서 읽는 경우라도 곧바로 읽기보다는 어느 정도 시간 간격을 두는 게 좋으며, 밑줄 치고 하이라이트를 하기보다는 중간 중간 퀴즈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애쓰고 기억을 되짚어 보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

4장 어느 정도는 어렵고 힘든 게 도리어 유익하다 (내용이나 해답을 보기 전에 혼잣힘으로 풀고 이해하려 분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부법일 뿐 아니라 기억이 오래가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

5장 ‘안다’는 착각에서 헤어나라 (되풀이해서 읽고 또 읽으면 텍스트와 구성 등에 익숙해지면서 마치 알았다거나 이해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이는 대부분 착각에 불과하다는 것)

6장 학습 스타일을 넘어서

7장 모든 지적 능력은 고착된 것이 아니다 (뇌 구조조차 노력을 통해 변하고 바뀌고 성장한다는 이른바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 여기에서 다시 강조된다.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이 관심을 가진 분야를 의식적인 노력으로 계속 학습하면 두뇌도 그에 맞춰 변화한다는 점을 여러 사례와 연구 결과로 논의한다)

8장 효과적인 공부법

추천 도서


책 전체를 찬찬히, 깊이 있게 읽지는 못했지만 발췌독만으로도 책의 재미, 책 속에 든 정보의 유용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다. 그리고 충격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우리의 기존 직관에 반(反)하는 내용도 다수 담고 있는데, 그간의 상식과 어긋난다고 해서 내칠 수도 없는 것이, 분명한 증거와 연구 사례로 그 주장이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큰 미덕 중 하나는 가독성이다. 문장이 평이해서 쉽게 읽힌다. 또 재미있다. 다양한 실제 사례를 곳곳에 배치해 독자들이 지은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더 강렬하게, 더욱 효과적으로 기억할 수 있게 했다. 말하자면 책의 구성 자체가, 책이 전하는 효과적인 공부법을 잘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효과적인 공부법을 알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될까마는 그 열망의 강도에서 한국 사람들, 특히 한국의 학생과 학부모들을 앞지를 독자는 별로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매력은 더없이 크다. 책이 전하는 공부법이 우리가 익히 아는 – 혹은 안다고 믿는,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는 – 종래의 방식과 사뭇 다르다는 점에서, 독자들 중에는 ‘아, 그래서 밤새워 책을 읽고 또 읽었는데도 막상 시험 볼 때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구나!’라거나, ‘아, 그래서 나는 제대로 이해했다고 믿었는데 D학점이 나왔구나!’라고 무릎을 칠 사람도 적지 않을 듯하다.


이 책의 결론이자 핵심이라 할 수 있는 8장은 효과적인 공부법의 ‘요점 정리’이다. 학생, 평생 학습자, 교사, 트레이너, 네 부류로 대상을 나누고, 각 대상에게 맞는 학습법을 구체적이고 과학적으로 일러주고 있기 때문이다. 꼭 어느 분야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해도 참고할 만한 대목이 많다.


책이 다루는 주제의 (특히 한국적인) 매력뿐 아니라 그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 (다양한 실제 사례와 그간의 연구 성과들), 그에 뒤이은 해법의 심층성과 실용성, 그리고 과학성 면에서, 이 책은 주목할 만하다. 입시를 앞둔 학생이나 학부모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꼼꼼하게 정독해서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별점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