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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얘기

혹한 경보


밤새 바깥이 어수선했다.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 바람이 집 벽을 때리고 지붕을 훑는 소리였다. 낮고 서늘한 휘파람 소리 같은 그 북풍의 기세는 위압적이고 불길하고 불안했다. 그 위협적인 바람 소리에 문득문득 잠이 깼고, 그 때마다 바깥은 도대체 얼마나 추울까 궁금했다. 실내 온도를 22도로 맞춰놓았지만 외풍 때문에 실제 체감 기온은 그보다 낮을 게 분명했다. 이불 밖으로 팔을 내놓으면 금세 서늘함이 느껴졌다. 


어제 오후부터 점점 추워지던 날씨는 밤을 지나 새벽으로 오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오늘 아침 기온은 영하 27도에 체감온도는 무려 영하 40도! 바람이 시속 45킬로미터 속도로 불어대니 당연히 체감 온도도 곤두박질칠밖에...


출근하자마자 자주 찾는 캐나다 웨더네트워크에 접속해 보니 기온은 더 낮아져서 영하 28도 (체감온도 영하 43도)였다. 오후부터 다시 풀리기 시작하리라는 예보지만 극한 추위를 직접 체감하는 느낌은 단순히 '춥다'가 아니라 '까딱 잘못하면 얼어죽을지도 모른다'라는 두려움이다. 공포다. 


웨더네트워크의 혹한 경보 내용을 읽으며, 내가 머나먼 북쪽 캐나다에 살고 있음을 확인한다. 


'추운 북극 공기가 앨버타 주 북부와 중부로 내려왔다. 영하 30도 가까운 저온에 시속 20~30킬로미터의 바람이 더해져 영하 40도 이하의 극한 체감 기온을 나타내고 있다. 체감 온도는 오후 들어 바람이 잦아들면 영하 40도 이상으로 다소 회복될 전망이다. 이런 극한 체감 기온에서는 피부를 밖으로 노출할 경우 10분 안에 동장에 걸릴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압.'


날씨가 계속 영하 20~30도를 유지하는 것도 사람들에게 고달픔이겠지만, 누구 널 뛰듯 고온과 저온 사이를 수시로 오가는 변덕 날씨도 괴롭긴 마찬가지다. 가령 맨 위의 그림에서 보면 목요일의 기온이 영하 1도(!)와 영하 30도다. 최고 기온 영하 1도, 최저 기온 영하 30도라는 얘기다. 게다가 그 다음 며칠 동안은 기온이 영상으로 회복된다. 아, 다행이다, 라고 안도해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가 못하다. 그렇게 잠깐 풀린 날씨로 녹기 시작하던 눈이, 곧바로 다시 곤두박질친 영하의 기온 속에 다시 얼어붙으면서 길을 빙판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이다. 운전하거나 걷거나 뛰기에는 도리어 더 위험한 상황이 되는 것이다. 


요즘은 그야말로 'cold, bleak mid-winter'다.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한 혹한의 한겨울. 그래도 나날이 조금씩 길어지는 낮의 길이가 한 가닥 위안이라면 위안이고, 이렇게 쨍한 날씨에 걸맞은, 청정하기 그지없는 공기가 복이라면 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