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아넷’등 음란물접속차단 SW 잇따라 개발…청소년 전용 프로그램도 곧 선봬 | NEWS+ 1997년 12월25일치
홍등가(紅燈街). 국어사전에는 「술집이나 유곽 따위가 늘어선 거리」라고 풀이되어 있다. 인터넷의 한 켠이 꼭 이런 꼴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사이버 홍등가」는 시간과 국경의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리고 무엇보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는 점에서 현실의 홍등가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음란물 홈페이지마다 적혀 있는 「18세 이상인 사람만 이곳을 클릭하시오」라는 문구는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美선 어린이보호 온라인정상회담 열려
인터넷 음란물의 문제가 위험수위에 올랐다(어쩌면 이미 넘었는지도 모른다). 12월1~3일 미국 워싱턴에서는 인터넷 음란물로부터 어린이를 보호하기 위한 「어린이 온라인 정상회담」(Kids Online Summit)까지 열렸다.「생색내기」라는 일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앨 고어 부통령과 재닛 리노 법무장관, 리처드 라일리 교육부장관, 윌리 엄 데일리 상무장관 등이 대거 참석했다.
인터넷 음란물의 심각성과 그에 대한 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온라인 환경이 어린이들에게 매우 심각한 위해를 가할 수도 있다는데 우리 모두 공감한다』고 고어 부통령은 말했다.
『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의 풍요로움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하는 한편 그 위험성을 제거하기 위해 교육계는 물론 사회 각 계의 협력과 도움이 필요하다』「정상회담」에서는 실생활에 곧바로 이용할 수 있는 몇가지 대책도 나왔다.
전미도서관협회(ALA) 산하 「어린이 사서(司書)팀」은 인터넷의 방대한 사이트들을 뒤져 700개 남짓한 「추천 사 이트」를 가려 뽑아 한곳에 모았다 (http://www.ala.org/parentspage/greatsites/). 예술 역사 과학 등 공부에 관련된 것은 물론 공룡, 게임, 탐험 등 정서함양에 좋은 「정보의 보고」가 분야별로 잘 정리되어 있어서 유익한 인 터넷 홈페이지를 찾는 부모들에게 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영어로 돼있다는 점만 빼면 우리나라 부모들에게도 매우 좋은 자료가 될 듯하다.
전세계적으로 1000만명 이상의 가입자를 가진 세계 최대의 부가통신 서비스업체 아메리카온라인(AOL)은 새로 내놓을 전용 통신프로그램 「AOL 4.0」에서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통신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부모의 개입 여지를 넓혔다.
13~15세의 어린이들이 이용할 때는 부모가 반드시 이를 감독하도록 했고, 안전하고 건전한 온라인 통신문화를 위해 「이웃 감시 지역」을 만들어 이곳에 대한 어린이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게 했으며, 불건전한 정보를 즉시 신고할 수 있 도록 「AOL에 알리세요」(Notify AOL)이라는 버튼도 만들었다.
인터넷 음란물과 유해정보를 자동으로 걸러주는 소프트웨어들도 여럿 선보였다. 새롭게 선보인 「가디아넷」(GuardiaNet)의 경우, 음란-유해정보의 등급을 평가하는 RSACi의 기준에 맞춰 사 이트를 걸러낼 뿐 아니라 문장과 문맥을 심사, 평가해주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또다른 프로그램인 「사이버패트롤」(CyberPatrol)은 웹의 대화방과 게시판에 대한 자녀의 접속을 통제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분야의 대표적 소프트웨어인 「서프워치」(Surf Watch)는 「인터넷 내용물의 등급을 평가하는 규약」(PICS)을 지원하는 모든 브라우저에서 여과 기능을 수행한다.
부모용 자녀지도 웹사이트도 등장
대표적 인터넷 검색도구 기업인 야후와 인포시크, 그리고 웹TV 등이 합작해 만든 「현명한 부모」(SmartParent, http://www.smartparent.com) 사이트도 주목을 받았다.
이 웹사이트는 부모들로 하여금 자녀들이 건전한 온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이끄는 방법, 불건전한 사이트 접속을 막는 소프트웨어의 종류와 사용법, 인터넷과 관련된 현안 등을 제공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는 1400만가구가 인터넷을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대부분 아메리카온라인이나 AT&T, 커퓨서브 등을 이용한 접속이다. 이들은 거의 무료로 음란물접속차단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를 실제로 이용하는 가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한 컴퓨터 잡지가 750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음란물접속차단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는 가 정은 4%에 지나지 않았다. 미국내에서만 14%의 어린이들이 정기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 비추면 매우 위험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일반 가정이 인터넷 음란물에 무방비로 노출된 현실은 크게 두가지 문제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부모들이 아직 인터넷과 인터넷 음란물의 문제에 대해 무지하다는 것, 그리고 둘째는 그러한 현실을 알고 있다 하더라 도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음란물접속차단 프로그램이 앞다퉈 등장하고 있지만 얼마나 효과적인지, 또 얼마나 쓰기 쉬운지는 별개의 문제다.
인터넷 음란물을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도 하루빨리 합의점을 찾아야 할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 6월 미 대법원에 의해 위헌소지가 있다며 기각된 이른바 「통신품위법」(CDA) 논란에서 보듯 이 인터넷은 검열이 필요하다는 쪽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쪽의 팽팽한 공방에 휩싸여 있다. 김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