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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berta

물난리 어렸을 때 본 만화가 종종 떠오른다. 제목도 기억나지 않고, 작가가 고우영이었는지 이두호였는지, 아니면 다른 누구였는지도 그저 아득할 따름인데, 초능력을 가진 세 남자 - 형제 사이였던가? - 의 이야기였다. 이들은 각각 바람, 불, 그리고 물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강력한 이는 결국 물을 다스릴 줄 아는 사람이었다. 올해 유독 그 생각이 자주 났다. 물의 위력, 아니 공포를 느끼게 하는 사건 사고가 유난히 많았던 탓이다. 지난 6월에는 알버타주 남부가 사상 초유의 물난리로 큰 낭패를 보았다. 미국과 접경한 소읍 하이리버는 거의 동네 전체가 물속에 잠겼고,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로키산맥 근처의 캔모어와 밴프도 홍수로 큰 피해를 당했다. 그런가 하면 알버타주에서 가장 큰 도시 .. 더보기
흙먼지여도 좋다...봄이다! 드디어 봄이 온 모양이다. 아니 봄이 왔다. 그렇게 믿고 싶다. 이번 주 들어 기온이 10도 안팎까지 올라갔다. 잔설이 빠르게 녹아 사라졌다. 며칠 전까지도 찬기운 완연하던 바람에서, 이제는 따뜻함이 묻어난다. 7개월 만이다. 지난해 10월초에 첫눈이 내렸고, 겨울은 그렇게 예년보다 일찍 왔지만 좀체 떠날 줄을 몰랐다. 봄이 오려나, 하면 눈이 퍼붓거나 빙우를 뿌리거나, 싸늘한 바람이 몰아쳤다. 이제는 제발 봄이기를...! 오늘 점심때 근처 강변을 산보했다. 간간이 거센 바람이 불었지만 훈훈했다. 겨우내 눈 위로 뿌리고 또 뿌린 모래가, 이제는 바람과 함께 날리면서 먼지바람을 만들었다. 그래도 봄이다. 좋다. 커머스플레이스에서 도서관으로 통하는 소로다. 오른쪽 귀퉁이의, 운두 높은 중절모를 쓴 남자의 얼.. 더보기
6년의 비투멘 '겨울' 눈덮인 알버타주의회사당. 멀쩡한 저 돔을 얼마나 더 비까번쩍하게 손질하려고, 한겨울에도 덮개로 덮고 공사중이다. 이른바 '비투멘 거품'이 몰아치기 직전의 '돈 낭비' 사례 중 하나다. Bitumen Bubble. 모든 문제는 저기에서 비롯했다. 비투멘 거품. 10년쯤 전의 '닷컴 거품'을 기억하시는가? 비투멘 거품은 닷컴 거품의 알버타 판쯤이라고 보면 된다. 알버타산 석유를 뽑아내면서 기업들이 내던 로열티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알버타 주 정부가 예측했던 매출액도 곤두박질친 것이다. 그렇게 로열티가 갑자기 떨어진 직접적인 원인은 알버타가 석유 수출을 100% - 그렇다 100%다 90%도 아니고... - 의존했던 미국이 태도를 바꿔 그 동안 채굴하지 않았던 자국 석유를 활용하기로 결정한 탓이다... 더보기
꼭꼭 싸매라, 살 보일라...Bundle Up Warm!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하긴 이상 난동이 너무 오래 갔다. 12월부터 겨울이 시작된 것으로 쳐도 한 달 반 동안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던 셈이니, 에드먼튼과 새알밭의 겨울이 좀 유난스럽긴 했다. 그러더니 지난 토요일 밤, '한랭전선이 서부 프레어리 (Prairie) 주로 향하고 있다'라는 경고가 날씨 사이트에 떴다. 드디어 시작이다. 지난 일요일 아침 식료품을 사러 집을 나서는데, 미니밴에 달린 온도계가 차고를 나서자마자 금새 -16도를 가리킨다. 그러더니 영하 19도와 20도 사이를 오락가락... 체감온도는 영하 25도였다. 간밤에 내린 눈을 치우는데, 밖에 노출된 볼이 금세 얼얼해졌다. 그 얼얼함의 감각이, '이런 날씨에서는 도저히 못 뛰겠다'라는 판단을 내려주었다. 그래서 새.. 더보기
Weather can often be an abusive lover 에드먼튼, 앨버타에 사는 사람들의 심리가 꼭 이렇지 않을까? 하도 절묘하고, 그러면서도 유머러스해서, 통째로 옮겨 왔다. 메트로 에드먼튼 5월2일치에 실린 칼럼이다. Terence Harding | 02 May 2011 05:54 Given our weather, living in Edmonton is like being in a dysfunctional relationship with someone we love but who has trouble living up to the promise of fair treatment and respect that is inherent in any relationship. I suspect that, during the depths of winter, every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