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커피

이젠 이별할 때 12월29일/화아직 빅토리아. 이른 아침, 뛸 때 내리던 비는 어느새 그치고, 낮이 되면서 햇빛이 구름 사이로 나왔다. 하지만 아직 따뜻한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바람까지 불었다. 어제 가보기로 한 부차트 가든을 수박 겉핥기로 둘러본다. 그러려니 미리 짐작은 했지만 가지각색 수천 종의 화려한 꽃들로 유명한 '가든'에 꽃 하나 피어 있지를 않으니 꽃을 보는 재미는 애시당초 글렀다. 꽃이 진 자리에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꼼꼼하고 세밀하게도 해놓았으니, 오히려 밤에 와야 꽃을 보는 느낌에 더 가까울 듯싶다. 그래도 볕이 좋고 사람이 거의 없으니 호젓하게 걷는 재미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아래 '성큰 가든' (Sunken Garden)의 본 모습은 이렇다. 부차트 가든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배를 타기 위해.. 더보기
TGIF - 일상 스케치 금요일은 '팀버 트레인 데이'다. 나한테가 아니라 룸메이트인 데이비드에게. 그는 아이티 보안 관리자로 정보 프라이버시 관리자인 나와 한 방을 쓴다. 창밖으로 그랜빌 광장과 밴쿠버 항구, 그리고 버라드 만(灣)과 그 너머 북해안이 보이는, 전망 좋은 3층 사무실이다. 팀버 트레인은 사무실에서 코르도바 거리를 따라 도보로 7, 8분 걸어가면 나오는 소담한 커피 전문점이다. 거기에서 내려주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스콘 (작고 동그란 빵의 일종)이, 데이비드의 말에 따르면 '밴쿠버 최고'다. 다만 스타벅스 사이즈로 치면 톨, 혹은 중간이나 그보다 조금 못 미치는 크기의 커피가 3달러나 하기 때문에 매일 마시긴 다소 부담스러워서 평소에는 사내에 설치된 큐릭 (Keurig) 캡슐형 커피 머신을 이용한다. 그래서 금요일.. 더보기
팀 호튼스, 밴쿠버의 '스타벅스 벽' 넘을까? 토론토에서 살다가 에드먼튼을 거쳐 밴쿠버에 와서 표나게 다르다고 느낀 점 하나가 커피 전문점이다.토론토와 에드먼튼뿐 아니라 캐나다 전역은 팀 호튼스, 팀 호튼스다. 압도적이다. 체감하기는 골목마다 팀 호튼스가 자리잡은 것처럼 느껴질 정도이다. 이런 그림은 밴쿠버에 와서 표변한다. 팀 호튼스, 팀 호튼스는 스타벅스, 스타벅스로 대체된다. 골목마다 스타벅스인 것 같다. 정작 팀 호튼스를 구경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그냥 느낌만 그런 건가, 밴쿠버가 유독 다종다양한 커피 전문점들로 넘쳐나서, 상대적으로 팀 호튼스가 드물다고 여겨지는 건가? 아니었다. 수상비행기로 빅토리아에 출장을 가면서 우연히 펼쳐본 'BC 비즈니스'라는 잡지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었다. 팀 호튼스가 맹주 노릇을 못하는 거의 유일한 지역이 밴.. 더보기
커피 광의 커피 장인 탐방기 '커피머니 메이커' 책을 고맙게 받은 지 넉 달이 넘어서야 되잖은 독후감을 쓴다. 책의 발신지는 토론토다. 지은이 성우제 씨는 시사주간지 시사저널(지금 나오는 짝퉁 말고 진짜 시사저널. 그 시사저널은 지금 '시사IN'이 되었다)의 선배이자, 토론토에서 가장 가깝게 지낸 이웃이고 친구이고 선배였다. 지금도 토론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이 성선배와 그 가족이다 (성우제 선배의 블로그는 여기). 성선배는 커피 광이고 전문가다. 거의 매주 주말이면 당신 댁이나 우리 집에서 만나 한주일의 회포를 풀곤 했는데, 커피는 그 자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이자 소통의 매개체였다. 당신 댁에서 만날 때와 우리 집에서 만날 때, 커피의 맛은 하늘과 땅이었다. 당신께서 손수 드립으로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제조해주신 커피와, 브라운 커피.. 더보기
내게는 풀 수 없는 미스터리 - 한국의 커피 광풍 저는 위 제목을 달면서 미칠 '광'자 광(狂)을 두꺼운 볼드체로 쓰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말 잠깐 들렀을 때도 일반적인 커피 값이 4, 5천원대인 것을 보고 허걱~! 했었는데, 며칠전 커피 전문가인 한 선배로부터 한 잔에 1만5천~1만8천원 씩 하는 커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민 온 지 좀 되고 보니 이제는 거꾸로 한국에서 얼마다, 하면 이를 달러로 환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15~18달러군요.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서 괜찮은 '앙트레' 시키면 이 정도 합니다. 도대체, 어떤 커피가 저런 값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저는 그런 커피를 파는 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최고급 원두를 운운에다, 원두를 또 어떤 특별한 공법과 비법으로 보관했는지 운운에다, 물을 몇 도에서 몇 분간 가열해 운운에다... 그래도 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