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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읽은/읽는 것들 블로그를 일기처럼 매일은 아니더라도 가능하면 자주 업데이트하고 싶은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생각은 자꾸 쪼개지고, 독서는 자꾸 짧아지고 얕아지면서 넓게 퍼지다 보니, 어느 하나를 진중하게 '주제'로 붙들고 글을 쓰기도 어렵다. 그런 분절적 행태의 원인을 몇 가지 꼽자면 분주한 일상과 페이스북, 그리고 게으름이다. 지난 며칠 간의 행적을 - '지적' 행적이라고 감히 불러도 될까? - 되짚어 봤다. 요즘 가장 뜨거운 뉴스가 되고 있는 대규모 난민 사태에 대해 유명 철학자이자 저술가인 슬라보예 지젝 (Slavoj Žižek)이 런던 리뷰 오브 북스에 기고한 글을 퍽 흥미롭게 읽었다 (글은 여기). 난민 사태의 역사적 배경뿐 아니라 유럽 선진 국가들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명쾌하게 짚었다. 한국에서.. 더보기
데이트 월요일 휴가. 내일 출근하면 수요일을 다시 쉬고, 다음 주 월요일도 또 쉰다. 이렇게 징검다리 휴가를 쓰고 있는 것은 올해 회계연도가 끝나기 전까지 (그러니까 3월31일 전까지), 내년으로 이월되지 않는 휴가를 소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 쓴 휴가에 해당하는 돈을 지불할 수도 있지만 그건 회사 쪽에서 원하는 바가 아니란다. 그래서 일이 바쁘든 말든 어쨌든 3월이 가기 전에 휴가를 써야 하는 거다. 한국쪽 정황에 견준다면, 애먼 보도 블록을 뒤집는 형국이랄까? 게으르게 일어나, 아침 굶고 커피 굶은 채로, 동준이는 스쿨버스에 태워 보내고, 성준이는 차로 학교에 내려준 다음, 아내와 함께 '피 뽑으러', 그러니까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갔다. 린 밸리 클리닉이라는 워킨클리닉 - 예약 없이 그냥 들어가 자기 차례.. 더보기
책장난 시각, 말 그대로 '보는 각도'를 조금만 바꾸어도 세상이 사뭇 다르게, 혹은 새롭게 보일 때가 많다. 그 때 느끼는 놀라움은 퍽 신선하면서도 반갑다. Steve Han 박사께서 과분하게도 나를 페이스북을 통한 (태그) #책장난 의 상대 중 하나로 지목해 주신 덕택에 오늘 다시 그런 신선한 발견과, 깨달음과 만날 수 있었다. 아하, 이런 재미가 있구나. 이런 장난이라면 얼마든지 더 해보고 싶다, 라고 생각한다. 한박사님, 이런 기회를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책장난 의 규칙은 이렇답니다: '현재 자기 옆에 가까이 있는 책들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책 한 권을 집어 자기 나이 페이지를 펼치는 거다. 그리고 그 페이지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문장을 옮겨보는 것이다. 태그로 #책장난 이라 넣어주고. 또 숙.. 더보기
나는 책을 정가로 살 수 있을까? 내가 근무하는 직장 근처에 '오드리 서점' (Audrey's Bookstore)이 있다 (위 사진). 요즘 보기 드문 이른바 '독립 서점'이다. 캐나다의 경우 인디고-챕터스 (Indigo-Chapters) 프랜차이즈가 서점계를 독점하고 있어서, 독립 서점이 살아남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웬만한 도시마다 독립 서점들이 한두 개씩 있기는 하지만 인디고-챕터스의 위세에 눌려 거의 힘을 쓰지 못한다. 문 닫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하긴 인디고-챕터스마저 아마존닷컴 (캐나다는 아마존.ca)의 무차별 온라인 공세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지만... 각설하고, 오드리 서점은 에드먼튼뿐 아니라 알버타 주에서도 손꼽히는 전통의 독립 서점이다. 1975년에 생겼으니 40년이 다 돼 간다. 에드먼튼은 물론 알버타를 연고로 한.. 더보기
요즘 읽는/듣는/훑는 책들 종이책으로 읽는... 마이클 코널리의 'The Drop.' 명불허전. 범죄 소설계의 거장답다. 해리 보쉬는 여전히 매력적이고, 코널리가 꾸며내는 이야기의 사실성과 속도감, 긴장, 스릴 또한 여전하다. "다른 작가들과는 차원이 달라"라는 게 아내의 촌평. 동의. 대체로 플롯의 기발함과 신선함, 범죄 소설의 공식을 다소 변주한 여느 범죄 작가들과 견주어, 코널리는 거기에 문학성을, 현실성을, 사회성을, 그리고 정치성을 녹여낸다. 진도가 빨라 조만간 끝낼 수 있을듯. 현재까지는 당근 10점 만점에 10점. 이 제목도 이중적이다. 하나는 피 한 방울이라는 뜻, 다른 하나는 건물에서 떨어지는, 추락. 해리 보쉬가 수사하는 두 사건을 한 마디로 잘 요약한 제목이다. 전자책으로 읽는... 테리 팰리스(Terry Fa.. 더보기
어떻게 하면 더 많이 읽을까: 한 애서가의 조언 오늘 우연히 본 한 블로그의 글. 내용이 마음에 들어 대충 우리말로 옮겨봤다. 제목과 달리, 그 내용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한 독서 경험을 쌓을 수 있을까'에 더 가깝다. 원문은 여기에 있다. 아래는 '나대로' 번역 글. 좋은 책을 읽는 일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소설은 타임머신이고, 다른 차원으로 가는 웜홀이며, 매혹적인 사람들의 마음과 몸 속에 나를 집어넣는 특별한 마법이고, 세계를 여행시켜 주는 이동 수단이며, 사랑과 죽음과 섹스와 음습한 범죄의 지하세계와 마법의 세계에 대한 탐험이자, 새로운 절친을 만들어주는 창조자이다. 그 모든 게 책 속에 있다. 나는 그 경험을 사랑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그것이 강력한 인생의 스승이기 때문에 책을 읽고, 그것이 나를 변화시키기 때문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