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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달리기

알차게 보낸 주말 어떻게 주말을 보내야 '알차게 보냈다'라는 평가를 받는가? 나만의 사전에 따르면, 뭔가 집안일을 하나 둘쯤 해서 아내에게 생색을 낼 만한 '표'가 나야 한다. 내가 얼마나 먼 거리를 뛰었느냐, 자전거를 탔느냐 따위는 '알차게 보냈다'라는 판단의 기준에 들기는 하지만 가산점이 거의 없다. 우선순위에서도 한참 밀린다. 점수를 많이 따려면 뭐든 집안일을 해야 한다. 일요일 아침에 뛰다가 만난 새들. 템플턴 고등학교 앞 보도에 조성된 장식물인데 유난히 올빼미가 많았다. 아마 올빼미가, 그 진실 여부와는 상관없이, 지혜나 지식을 상징하는 것처럼 돼 있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튼 이미지 관리 면에서는 올빼미가 가장 남는 장사를 한 새다. 각설하고, 그런 기준에 따르면 이번 주말은 퍽 알찼다.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 더보기
돌아오니 밴쿠버는 어느덧 가을! 알람을 꺼놓고 잤다. 눈을 뜨니 커튼이 부옇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시계를 보니 막 8시가 지난 시각이다. 피로가 많이 가신 느낌이다. 역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게 좋아! 아내와, '오늘 밤만' - 대체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 엄마 아빠랑 자겠다며 우리 방에 들어온 성준이는 아직 꿈나라다.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린다. 8시30분. 뛸까? 오늘도 쉬고 내일 뛸까? 그러면 이틀을 쉬게 되는 셈인데... 자전거 통근을 핑계로 하루 건너씩 달리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고... 뛸까? 말까? 오늘 두 시간 넘게 장거리를 뛰고 오면 페더러의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놓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음속에서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 주섬주섬 옷 갈아 입고, 벨트용 미니 물병 두 개.. 더보기
If you have no love for the place where you live... 빗속 달리기. 라이온스 게이트 다리를 건너 스탠리 공원의 씨월(Seawall)을 거쳐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돌아오는 경로를 잡았다. 약간의 우회로 때문에 총 거리는 예상보다 다소 긴 30 km 정도였다. 사진은 달리기의 막바지, 세컨드 내로우즈 다리로 올라서기 전이다. 호우 경보가 내렸다. 비가 밤새 내렸다. 일요일 아침, 창밖으로 들리는 빗소리가 퍽 세찼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전 중에 23-30 mm, 오후에 또 그만큼의 비가 내릴 것이었다. 오늘 하루를 통째로 거르지 않는 한, 비를 피해 뛸 재간은 없게 생겼다. 이런 상황이면 늘 그렇듯이, '뛰지 말까?' 하는 생각이 잠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와 거의 동시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날씨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냥 나간다'라는, 한 .. 더보기
Just do it! 일요일 아침 여섯 시.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다. 기온도 뚝 떨어져 긴팔 재킷에 타이즈를 입었어도 을씨년스러웠다. 처마 밑에 서서, 멀리 가로등 불빛 아래로 쉼없이 그어지는 사선의 빗줄기를 보며 잠시 망설였다. 아 뛰지 말까? 몇 시간 뒤면 비가 갠다는 일기 예보인데 그 때까지 기다릴까? 몸도 찌뿌둥하고 컨디션도 별로인데 그냥 쉬어버릴까? 창밖으로 보이는 비나 눈은 실제보다 더 세차 보이고 더 을씨년스러워 보인다는 말은, 대개는 맞지만 오늘 아침만은 예외인 듯싶었다. 무엇보다 바람이 문제였다. 그 바람을 안고 언덕을 천천히 뛰어 올라가는데, 불과 몇 분 안돼서 가슴 께가 축축해지는 느낌이었다. 어느 정도 방수가 되는 재킷을 입었는데도 그랬다. 아, 다른 방향으로 먼저 갈 걸 그랬나? 하지만 갈 때든 올.. 더보기
누군가와 '함께' 달리기 일요일 아침, 직장 동료 J, D와 함께 스탠리 공원을 뛰었다. 그 친구들은 나처럼 마라톤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고, 주 4, 5일씩 자주 달리지도 않았기 때문에 너무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10km 정도만 함께 돌기로 했다. 지금까지 누군가와 함께 페이스를 맞춰 달린 적은 다섯 손가락으로 꼽을 만큼 드물었고, 그래서 때로는 누군가와 '함께' 달려보고 싶었다. 이 친구들은 그런 대로 달리기에 관심들이 있어서 고맙게도 'O.K.'였다. 하지만 막상 함께 뛰어보니 쉽지 않다. 저마다 다른 페이스와 기초 체력 때문인데, 그러다 보니 처음에는 페이스 조절하기가 쉽지 않았다. 누군가 쫓아오는 것도 아니고, 서둘러야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마일당 10분 정도의 느린 페이스를 유지했다. 아침 7시에 잉글리시 베이에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