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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늙어서 더 멋진 배우들 '늙어서도 멋진 배우', 라고 하면 말이 되지만 '늙어서 도리어 더 멋있어진 배우'라는 게 말이 되나? 나이 든다는 것, 늙는다는 것은, 어느 나라의 문화를 들여다보든 ‘추하다’거나 ‘약하다’, ‘슬프다’와 같은 이미지와 대체로 동일시되는 마당 아닌가. 늙을수록 더 현명해진다거나, 노인을 공경해야 한다는 식의 말이나 캠페인은, 역설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더) 많거나,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다소 거칠게 말한다면, 단정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러나 지난 주말 아내와 함께 넷플릭스로 케빈 코스트너를 보면서, 그가 주인공으로 출연한 디즈니의 교훈성 다분한 스포츠 영화 ‘맥팔랜드, 미국’ (McFarland, USA, 2015년)를 보면서, ‘아, 늙어서, 늙어가면서, 도리어 젊은 시절보다 더 멋있.. 더보기
인터스텔라 지난 화요일에 본 크리스토퍼 놀란의 걸작 '인터스텔라' (Interstellar)의 영상, 대사, 대화가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 근래 본 영화/드라마들 가운데, 인터스텔라만큼 가슴을 뒤흔든 것은 없었다. 우리는 한때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을 보며, 인간은 얼마나 티끌처럼 사소한 존재인가, 저 별들 중 어디엔가 혹시 다른 생명체가 살지 않을까 궁금해 하곤 했다. 그리고 이 세상이, 아니 우주가 얼마나 크고 깊고 넓은가, 제대로 가늠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경이로워 하곤 했다. 저 별들 중 어떤 것은 이미 사라져 버렸고 우리는 단지 그것이 날려 보낸 몇백년, 혹은 몇천년 전의 빛을 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등골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갖곤 했다. 황량하게 메말라 먼지만이 자욱하게 날리는 지구에서, 쿠퍼는 한.. 더보기
2014년 연말에 본 영화들 빈 필 신년음악회 유튜브에 재빨리도 올라왔다. 그것도 고화질로. 덕택에 잘 봤지만 저작권법을 준수한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얼마나 오래 살아 있을지는 자못 의심스럽다. 나는 음악보다 도리어 그 음악을 배경 삼아 보여주는 오스트리아의 풍경이 더 인상적이었다. 예전보다 더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이미지 - 특히 오스트리아의 아름다운 풍경 - 그리고 자잘한 재미를 안겨주는 이벤트가 포함된 것은 사줄 만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움'이나 '신선함'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그리고 어쩔 수 없이, 또 주빈 메타야?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찾아 보니 그 동안 무려 다섯 번이나 - 이번 공연 포함 - 신년 음악회를 지휘했단다. 워낙 친화력이 뛰어난 지휘자로 알려진 사람이어서 이해는 하지만 빈필은 다른 소위 .. 더보기
거대 로봇의 로망 '퍼시픽 림' 영화는 까만 화면 위에 두 단어를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카이주 (Kaiju): ‘괴수(怪獸)’를 가리키는 일본 말. 예거 (Jaeger): ‘사냥꾼’(hunter)을 뜻하는 독일 말. 그 두 단어는 영화 전체를 요약하는 핵심어이기도 하다. 카이주와 예거의 싸움. 괴수와 거대 로봇의 싸움. 올해 가장 기대하고 고대했던 영화 ‘퍼시픽 림’ (Pacific Rim, 환태평양)을 아내와 함께 보았다. 그것도 아이맥스 3D로. 우리보다 더 그 영화를 고대한 사람 – 우리집 막내 성준이 –이 있었지만 ‘부모 지도하에 13세 이상 관람가’(PG-13)라는 등급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실은 우리가 그 영화를 보러 간다는 사실조차 까맣게 몰랐다. 적어도 내 딴에는 먼저 보고, 혹시 다소 무리를 해서라도 보여줄.. 더보기
'로봇 사랑'도 대물림? 레고를 이용한 성준이의 로봇 제작 기술도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이 사진 속의 로봇은 영화 'Pacific Rim'을 아직 알기 전에 만든 것이다. 개그콘서트의 '거제도' 코너에 보면 신보라와 정태호가 서울 아저씨 - 때로는 우체부 아저씨 -가 한 말을 중얼중얼, 열심히 반복 학습하는 장면이 있다. 요즘 성준이가 그렇다. "I want Gypsy Danger, but it won't be available on my birthday, because the movie Pacific Rim will not open until July, but once the toy robot is available, daddy and mommy will buy it for me..." 토씨까지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대충 저.. 더보기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A Good Day to Die Hard) 외국 영화의 제목을 번역하지 않고 고스란히 한글로 써버리는 요즘의 풍토를 결코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지만, 이 영화만은 제대로 뽑았다고 생각한다 (사실은 맨끝 'hard'를 뺌으로써 전혀 엉뚱한 뜻이 돼버렸지만). 물론 영화를 다 보고 난 다음에 내린 결론이었다. 정말 브루스 윌리스와 그 아들을 비롯해 다이하드라는 영화 프랜차이즈 자체가 다 이번 편으로 죽고 끝나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으니까... 2주에 한 번씩, 아내와 토요일 오후의 다섯 시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두 아이를 놀이센터에 맡길 수 있기 때문이다. 오티즘 아이들을 위한 센터여서 큰 애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작은 애는 또 작은 애대로 제 또래 아이들과 신나게 놀 수 있으니 아이들로서나 그 부모들로서나 '윈-윈'인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