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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과잉 표현의 시대 과공비례(過恭非禮), 라는 말을 좋아한다. 지나친 공손(恭遜)은 오히려 예의(禮儀)에 벗어난다는 뜻인데, 그 말을 요즘처럼 자주 떠올린 적도 드문 것 같다. 그만큼 지나친 공손, 아니, 더 정확히 말해 위장된 거짓 예의, 공치사가 많아졌다는 뜻이고, 그만큼 서로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마음은 도리어 더 줄었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너무'라는 말이 너무 남용되고, 뜻하지 않게 방구들이나 물이 존대어의 대상이 되고 - 이 방이 따뜻하십니다, 이 물이 시원하십니다 - 좀 예쁘장하다 싶은 연예인은 예외 없이 여신 몸매가 되고, 그저 그런 유행가 몇 곡 히트시켰던 가수는 전설이 되고 '국민 가수'가 된다. 좀 인기를 얻는다 싶으면 국민 여배우에 국민 할배, 심지어 국민 이모다. 너도 나도 국민 MC에 국민 오.. 더보기
'유럽 문학과 스피드 번역 시스템'에 대한 짧은 생각 일창님의 '유럽 문학과 스피드 번역 시스템'에 대한 나의 댓글 겸 잡생각: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작품이 꼭 영어 소설을 번역한 것처럼 읽힌다는 조르지오 팔레티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한국의 복거일 선생을 떠올렸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아마도 유일하게, 번역투 문장을 구사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읽기 어색하고 버거운, 나쁜 의미의 '~되어지다' '보여지다' 식의 번역투라는 뜻이 아니라(당장 티스토리 블로그의 공지에도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겹수동태 문장이 많습니다), 실로 유려하고 정돈되고 탄탄한 번역투라는 뜻입니다. 한국의 모든 문필가들이 복 선생처럼 글을 쓴다면 문제겠지만 당신만 유독 그런 글투를 고집하고, 또 그것이 대단히 완성된 형태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한국 문단을 살찌우..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