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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돌아오니 밴쿠버는 어느덧 가을! 알람을 꺼놓고 잤다. 눈을 뜨니 커튼이 부옇다. 어느새 날이 밝았다. 시계를 보니 막 8시가 지난 시각이다. 피로가 많이 가신 느낌이다. 역시 자연스럽게 눈이 떠질 때까지 자는 게 좋아! 아내와, '오늘 밤만' - 대체 이런 말을 얼마나 되풀이했는지! - 엄마 아빠랑 자겠다며 우리 방에 들어온 성준이는 아직 꿈나라다. 부엌으로 가 커피를 내린다. 8시30분. 뛸까? 오늘도 쉬고 내일 뛸까? 그러면 이틀을 쉬게 되는 셈인데... 자전거 통근을 핑계로 하루 건너씩 달리겠다는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거고... 뛸까? 말까? 오늘 두 시간 넘게 장거리를 뛰고 오면 페더러의 유에스 오픈 테니스 경기를 놓칠지도 모르는데... 그렇게 마음속에서 티격태격 하는 와중에 주섬주섬 옷 갈아 입고, 벨트용 미니 물병 두 개.. 더보기
노쓰밴의 가을 일요일 아침, 빅토리아 마라톤 이후 2주 만에 다시 달리기를 시작했다. 회사 동료인 존과 함께 달리기 위해 그의 집까지는 자전거로 간 뒤 (왕복 15km 정도), 10km 남짓을 뛰다 걷다 했다. 노쓰밴쿠버는 어느덧 깊은 가을이었다. 그러고 보니, 한 주만 더 지나면 11월이고, 일광시간절약제도 끝난다. 벌써 한 해가 이울었구나! 점심 때는 자전거 용품을 사러 스포츠용품점 MEC에 들렀다가, 린 계곡 (Lynn Creek) 트레일을 따라 걸어서 집으로 돌아왔다. 풍성한 가을 풍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마침 브리지만 공원 표지판에 트레일의 주요 단풍나무들인 Vine maple 잎과 Bigleaf Maple 잎이 간밤의 비바람 결에 붙어 제법 운치를 냈다. Big Leaf Maple은 이름 그대로 잎이 엄청 .. 더보기
떠나는 사람들, 혹은 떠나게 하는 회사 이젠 가을 햇살한낮의 햇살이 어느새 다시 반갑고 살갑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땡볕이 짜증스럽고 견디기 어려워 나무나 건물의 그늘만 찾아 걷던 게 불과 몇 주 전인데, 어느새 그 ‘한여름’이 지나간 게다. ‘8월 염천’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민망한 밴쿠버지만, 직사 광선의 따가움이 불편하고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였고, 그래서 점심 시간의 산보는 늘 그늘이 잘 형성된 트레일로만 다니는 것으로 굳어졌었다. 그 시간의 정규 프로그램인 달리기도 새벽 시간대로 옮겨진 지 오래였다. 새벽 달리기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 게 언제였더라? 가민 커넥트(Garmin Connect)의 기록을 보니 7월8일부터다. 이제 두 달 남짓 된 셈이다. 그 사이에 낮의 길이는 점점 더 짧아지는 대신 밤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졌다.. 더보기
달리기...깊어가는 새알밭의 가을 월요일이지만 출근하지 않았다. 재택 근무다. 아내가 에드먼튼의 글렌 로즈 병원에서 하는 오티즘 관련 강좌를 들으러 가 있는 동안 내가 성준이와 동준이를 건사해야 하기 때문이다. '건사'라고 해야 하교하는 아이들을 마중나가는 일, 아내가 다 준비해둔 점심을 데우는 일, 그리고 아내를 데리러 병원에 가는 일 정도니까 사실 별로 내세울 일도 아니다. 시간이 어정쩡해 아침 10시쯤 동네 근처를 달렸다. 마라톤을 뛴 지 일주일 남짓 지났으니 이제 슬슬 다시 본 궤도로 진입할 시기다. 첫 주는 팍 쉬고, 둘째 주는 평소 주행 거리의 30% 정도, 셋째 주는 60-70%, 그리고 넷째 주부터 정상 수준으로 복귀하는 게 마라톤 이후의 '회복의 정석'이다. 지난 토요일에 6마일 정도를 뛰었고, 일요일 하루를 쉬었다. 오.. 더보기
새알밭의 가을 일요일인 어제 가족과 나들이를 나갔다. 가을 나들이였다. 잎들 다 지기 전에 가을 끄트머리라도 놓치지 말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언제 왔다고 벌써 간단 말이냐?!). 내가 먼저 뛰러 나간 지 1시간30분쯤 뒤에, 트레일 끝자락에 있는 정자에서 만나기로 했다. 다음 주 일요일이 마라톤이라 요즘은 숨고르기('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부른다) 중이다. 일주일 남짓 기간 동안 체력을 아끼는 것이다. 그래서 앞뒤로 몸 풀기, 정리 운동 빼고 8마일 남짓 (약 13km)만 뛰었다. 이곳 가을은 어찌나 짧은지 아직도 어리둥절하기만 하다. 정말 벼락같이 와서 야반도주하듯 사라진다. 어느날 잎 빛깔이 노랗게 바뀌는가 싶더니 어느새 잎을 속절없이 지우기 시작했다. 주변 물푸레 나무들의 절반쯤은 이미 잎을 다 지운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