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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닝|사이클링

밴쿠버 10K 레이스

이번엔 10 km였다. 달리기를 시작하고 나서 제일 처음 해본 게 새알밭의 10마일러 (약 16 km)였고 (참가기는 여기), 이어 곧바로 하프 마라톤, 마라톤을 뛰었다. 그러다 작년 12월에 처음으로 15K 레이스를 해봤다 (참가기는 여기). 그러니 10K 거리의 경주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번 15K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주최측은 아웃도어용품 판매 회사인 MEC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된다). 


혹자는 10K가 달리기 경주 중 가장 어렵다고 주장한다. 아니, 5K였나? 거리로만 따지면 하프 마라톤이나 마라톤보다 짧아서 수월할 것 같지만 거리가 짧은 만큼 달리는 속도와 페이스는 그만큼 더 빨라지기 때문에, 결국 몸이 받는 부담과 피로는 마찬가지일 수 있다는 논리다. 아니, 도리어 짧은 시간 동안 막대한 육체적 부담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더 힘들다는 주장이다. 


아무려나, 10 km 경주는 싱겁게 끝났다. '경주'라고 하지만 누구를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그냥 여러 사람이 참여한 '분위기'를 느끼려던 것이었기 때문에. 최종 기록은 44분16초. 마일당 7분 남짓 되는 페이스. Not bad. 하지만 마무리 운동을 게을리한 탓인지, 오후 내내 온몸이 찌뿌등, 몸살 기운이 몰려왔다.


1월19일(일) 오전 9시가 출발 시간이었다. 종목은 5 km와 10 km. 나는 후자를 골랐다. 참가 인원이 1백명 안팎이다 보니 번호표도 당일날 받을 수 있었다. 사진은 경주가 열리는 리치몬드의 리버 로드 제방이다. 이곳에서 출발해 5 km 지점에서 반환해 이곳에서 마친다. 오른쪽 안내판은 다음 경주 정보다. 


한편 리치몬드는 밴쿠버 남서쪽에 이웃한 도시로, 밴쿠버 국제공항이 있는 곳이다. '리치'(rich)라는 표현이 들어간 데다, 리치몬드의 지형이 마치 용이 여의주를 문 형상에서 여의주에 해당한다는 풍수지리적 해석 때문에 중국인들이 주민의 다수를 이루는 곳이다. 하지만 해발 고도가 0-8m로 너무 낮아 약간의 해일만 닥쳐도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고 있다는 풍문도 도는 곳이다. 그게 '풍문'일 수도 있는 것이, 리치몬드의 해발 고도는 그 도시가 면한 해수면과 거의 차이가 없지만, BC주의 수도인 빅토리아가 있는 밴쿠버 아일랜드가 마치 병풍처럼 밴쿠버 일대를 막고 있기 때문에 해일 피해가 날 가능성은 매우 낮기 때문이다. 


리버 로드라는 이름대로 길은 프레이저 강을 따라 이어진다. 그 리버 로드가 오늘 뛸 코스다 (아래 지도 참조).


지도의 맨 오른쪽 'River Rd'가 출발점이고, 맨 왼쪽의 'Unknown road'라고 표시된 곳이 반환점이다. 프레이저 강 위가 밴쿠버 국제공항이다. 


프레이저 강 위에 건설된 자잘한 창고들. 물결이 잔잔해서 물이 거울처럼 건물들을 되비춰 주었다. 


오늘 경주에 참가한 사람들이 주차해둔 승용차들. River Rd와 Cambie Rd가 만나는 지점이 출발점인데, 캠비 로드는 밴쿠버 다운타운을 가로지르는 간선 도로 중 하나이다. 일요일 아침인 데다 모두들 피곤해서, 나 혼자 차 몰고 와서 달린 뒤, 집으로 돌아갔다. 아내도 심상해질 만큼 심상해져서, 이제 웬만한 대회나 경주는 내가 말해주지 않으면 알지도 못한다. ^^;


밴쿠버 비엔날레를 기념한 조형물 (제목이 'Water #10'이란다)이 리버 로드 제방 위에 이렇게 서 있다.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