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얘기

'클래식 카'들에 혼이 빠지다

지난 일요일 캘거리 마라톤에서 달리기를 마치자마자 고속도로를 타기에 앞서 길가 팀 호튼스에서 아침 뚝딱 먹어치우고, 3시간여 달린 끝에 점심 무렵 에드먼튼 남쪽의 중국집 '원정각'에 다달아 짜장면 점심을 먹고, 이른 오후, 새알밭 집으로 막 향하던 길이었다. 동네에서 가장 큰 쇼핑몰 단지인 '새알밭 센터' (St. Albert Centre)의 주차장이 사람들로 빼곡한 게 눈에 띄었다. 뭐지? 클래식 카 (빈티지 카) 전시회가 막 열리는 참이었다. 피곤한 것도 잠시 보류하고 차를 돌렸다. 작년에 성준이에게 저 행사를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게 걸리던 참이었다. 


뒤늦게 어딜 가는지 알게 된 성준이는 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혼이 반 넘어 나갔다. 클래식 카아!!! 


새알밭에 이렇게 사람이 많았었나 싶을 정도로 행사장은 사람들로 빼곡했다. 성준이는 어느 차부터 봐야 할지 몰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Dad, we're not ready yet!"을 연발했다. 집에 갈 준비가 아직 안됐다는 뜻. 그러니까 집에 가자는 소리는 아예 꺼내지도 말라는 단도리였다. 


이 날 행사는 새알밭 크루저 클럽에서 주최한 '오토라마'(Autorama)라는 행사로, 8월에 하는 클래식 카 전시회보다는 다소 작은 규모였다. 그래도 백여 대가 후드(본넷)를 열고 반짝반짝 빛나는 속살(엔진)을 내보이는 그 정도 수준의 전시회만으로도 감탄할 만했다. 1925년, 1938년 등 자동차의 출생 연도를 볼 때마다 입이 딱 벌어졌다. 100년 가까이 된 차가 저렇게 눈부신 새 차로 복원되어 굴러다닐 수 있다니! 몇몇 차들은 복원 전과 후를 비교하는 사진을 앞에 세워놓았는데, 말 그대로 고철에서 보물로, 환골탈태였다. 저렇게 복원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과 정성과, 무엇보다도 돈이 들었을까? 아무튼 이 날, 성준이는 더없이 행복했다.


폼이 제법 그럴듯하다. 점퍼가 좀 노인스러운 느낌이어서 더 웃기다.


성준인 다른 차 보러 가려고 마음이 바쁘고, 동준인 주위 소음과 복잡한 인파가 싫어 차로 돌아가자고 "get in the car" 타령이다. 엄마는 말 그대로 'torn between to lovers' 아니 'kids'의 상황.


사진 찍자면 늘 딴전 피우고 싫다더니 차 앞에서 사진 찍자니까 제꺽 오케이다. 하이~ 하고 손까지 흔든다.


여기서도 손을 흔드는데, 엉뚱한 방향을 보고 있다. 저 뒤에 있는 차는 1925년산이라는데, 이름을 잊어먹었다.


반들거리는 범퍼에 비친 우리 가족을 찍었다. 성준이가 단연 걸리버다.


옛날에는 저렇게 종업원이 마실 음료수와 햄버거 따위를 쟁반에 들고 자동차에까지 왔다고 한다. 차가 '드라이브 스루' 하는 게 아니라 큰 주차장에 서 있으면 패스트푸드 종업원이 쪼르르 달려와 주문을 받고, 주문한 음식을 날라다주는 식이었다는 것. 미국의 지극한 자동차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진에서 엄마 얼굴이 잘렸다 쯧쯧.


2001년 플리머스 프라울러 옆에서. 엄밀한 의미에서는 '클래식 카' 혹은 '빈티지 카'라고 보기 어렵다. 대개 1925~1945년 어간의 차를 그렇게 부르기 때문.


노란 머스탱 (무스탕). 참 그럴듯해서 나도 모르게 군침이 돌았다 ㅋㅋ.


진초록 클래식 카. 색깔이 퍽 자극적이었다.


얘들아 뭐하니, 숨바꼭질 하니? 인형 둘을 세워놓았는데 하도 그럴듯해서 크기만 작지 않았다면 진짜 애들로 착각할 뻔했다. 나도 그림자로 나왔다.


또다른 클래식 카. 노란 색이 참 잘 어울렸다.


전시장 초입에 세워놓은 소방트럭. 아이들이 직접 안에 들어가 구경할 수 있게 해놓았는데 소방대원 아저씨들이 무서운지 들어가자마자 다시 나왔다. 나와서 동준 형아랑 손잡고 - 엄마의 연출 - 사진을 찍었다. 동준이가 워낙 큰 건지, 성준이가 워낙 작은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