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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비늘

와와에서의 생활...목하 번역중, 곰돌이 푸의 고향, 저녁놀 등

행복한 건 아이들 | 2004년 12월 8일 오전 8:08

자취집 근처에 있는 제임스 던 공립학교의 아이들

다시 눈이 내린다. 하루 종일 내렸다. 라디오를 들으니 북부 온타리오 전역이 온통 눈밭이다. 그냥 눈이면 좋겠는데 여러 곳은 비까지 섞인 '불량 눈'이다. 그만큼 도로 사정이 더 안 좋다는 이야기다. 

멀다! | 2004년 12월 10일 오전 9:37

'내륙의 바다'(Inland Sea)라는 별명을 가진 슈피리어 호의 망망한 풍경. 17번 고속도로 옆으로 펼쳐진 슈피리어 호수의 이미지는 카리스마 그 자체다. 압도적이다.

모든 게 너무 멀고 크다. 어제 다녀온, 와와에서 가장 가까운 도시 수 세인트-마리도 230km, 오늘 다녀온 혼페인(Hornepayne)이라는 '쥐씨알만한' 동네도 200km가 넘었다. 와와의 관할 구역으로 돼 있는 숲 한 번 다녀오는 데도 하루를 꼬박 소모해야 한다. 그것도 차를 몰고 다니는 상황에서 하는 이야기다. 

크리스마스 기분2004년 12월 10일 오전 9:42

MNR 오피스 근처, 와와 초입에 있는 Young's General Store 지붕에 얹힌 사슴 세 마리다. 크리스마스 기분 물씬 풍기는 풍경. 볼 때마다 그 코믹함에 저절로 빙그레 웃음이 나온다.

크리스마스. 그 의미가 캐나다인들에게 얼마나 크고 깊게 다가오는지, 나는 아직도 제대로 짐작하지 못하겠다. 다만, 그 연휴에 가족과 함께 보낼 수 있다는 사실이 고마울 따름이다.

토요일 - 심심한, 맑은 날씨 | 2004년 12월 12일 오전 5:35

골드 스트리트. 와와 호숫가로 난 길이다. 사진에 보이는 빨간 지붕 집은 그 거리의 1번지이다.

와와에서 이렇게 화창한 날씨를 만난 것도 처음인 듯싶다. 햇볕이 쨍하다. 그러나 막상 밖에 나와 서 보면 쨍~하는 것은 햇볕이 아니라 찌르는 듯한 추위다. 춥다. 영하 10도에 체감온도는 영하 16도란다. 햇볕이 별로 큰 도움이 못된다. 실내에서 창밖으로 밖을 내다본다면, 아마 조금은 더 그 맑은 날씨를 편안히 즐길 수 있겠지.

또 눈 | 2004년 12월 13일 오전 12:04

눈, 눈. 지붕들. 그리고 적막한, 눈뿐인 거리.

출입문을 가린 블라인드를 살짝 걷고 밖을 내다보니 뿌옇다. 온통 흰빛. 또 눈이다. 또. 싸래기 눈이 바람에 어지러이 춤을 추면서 쏟아지고 있다. 또 한 십몇 cm 쌓이리라는 예보. 
 
와인 2004년 12월 13일 오전 4:42

선물로 산 호주산 레드와인 '노랑 꼬리'

점심을 먹고, 저녁 식사 초대에 뭐든 사들고 가야겠기에, 다시 다운타운으로 행차를 했다. 눈은 여전히 흩날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눈을 와와 지역에다 대놓고 퍼붓는게 아닌가 잠시 의문을 품었다. 

目下 번역중 | 2004년 12월 14일 오전 9:23

당시 쓰던 컴퓨터는 고색 창연한 '파워북'. 애플은 당시까지도 인텔칩 대신 파워PC라는 칩을 쓰고 있었다.

본의 아니게 두 가지 일을 한다. 낮에는 MNR, 밤에는 번역. 'Big Russ and Me'라는 책. 지은이인 Tim Russert는 NBC 방송의 주요 시사 프로그램 중 하나인 'Meet the Press'의 진행자이다. 일요일 아침에 나오는 그의 프로그램을 몇 번 본 적이 있는데, 비교적 중립적으로 잘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아 호감이 갔다. 사전에 꽤 치밀하게 준비했으리라는 심증이 가는 질문들이 꽤 나왔다. 

베이컨 기름을 빼는 한 방법2004년 12월 16일 오후 12:01

아침, 입맛이 없어 토스트를 해먹기로 했다. 대충. 잼이나 버터로는 좀 성이 안차고, 달걀 프라이에 베이컨을 얹기로 했는데...

저녁놀 | 2004년 12월 16일 오후 7:57

MNR 사무실에서 바라본 저녁노을.

"케빈, 정말 아름답지 않아?" 

내가 앉은 자리 바로 뒤, 창가 쪽 사무실을 쓰는 Bob Pinder가 감탄 섞인 목소리로 내게 묻는다. 묻는다기보다는 한 번 감상하라는 제안이다. 그가 그렇게 알려주지 않으면 그로부터 등지고 앉은 내 자리에서는 그런 풍경이 연출되어도 고개를 돌리지 않는 한 볼 수가 없다. 

아기곰 푸(Pooh)의 고향 White River | 2004년 12월 18일 오전 1:19

"Winnie the Pooh"의 고향 White River의 초입에 선 입간판과 거대한 온도계. 그게 진짜로 작동하는 것인지는 어두워서 확인하지 못했다. 아마 진짜로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

어제 저녁 White River라는 동네에 업무차 다녀왔다. 집에 오니 어느새 10시가 넘었다. 왕복 200km가 넘는 길이었지만 그 동네는 와와에서 가장 가까운 곳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