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25분 비행기조차 예정보다 30분 넘게 떴다. 짙은 안개, 얼음비 같은 악천후 탓. 그러나 아무리 해도 에어 캐나다는 용서가 안된다. 나쁜 놈들...!
최악이다. 일이 이렇게 꼬일 수가 없다. 8시45분발 비행기를 놓쳤다.
토론토와 수 세인트 마리 사이를 오가는 비행기는 '재즈'(Jazz)라는 이름의 소형 쌍발기다. 이름과 달리 재즈스러운 흥겨움은 전혀 없는, 형편 없는 서비스. 대안이 없어 이용할 수밖에 없는...
7시30분부터 한 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그 줄에서 도저히 일이 해결될 것 같지 않아 8시30분쯤 도움을 청했더니 이미 늦어 버렸다. 줄이 그렇게 길었다. 아마 8시10분쯤, 일찌감치 지상요원에게 도움을 청했어야 옳았을 것이다.
아니, 그 때만 해도 희망은 있었다. 도움을 청한 에어캐나다의 지상 도우미 두 명 모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어깨만 으쓱하는 사이 5분이 지나가버렸고, 세 번째 도우미가 나름대로 돕는다며 내 예약 번호를 체크했을 때는 이미 비행기의 화물 선적 시간이 끝난 뒤였다. 당연히 와와까지 얻어타고 가기로 했던 차편도 지나가버렸다. 그는 이미 8시45분 비행기를 탔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편인 11시25분발 비행기 표로 바꾼 것까지는 좋았다. 그러나 막상 수에 도착해도 와와까지 갈 길이 막막하다. 그곳까지 가는 그레이하운드 편이 낮 12시와 밤 12시 둘 뿐이다. 그곳에 도착하면 아마도 1시가 채 안되었을 시간이다. 대체 10시간 이상을 어디에서 무엇을 하며 수에서 시간을 죽여야 할지 다만 기가 막힐 따름이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슈피리어 호수의 한 자락.
와와와 토론토 사이가 이렇게 멀다.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이용해 왕복해 보아도, 비행기 편을 이용해 보아도, 이렇게 힘들고 이렇게 피곤하다. 토론토에 도착할 당시에도 그런 생각을 했지만, 정말 에어캐나다는 재난 그 자체다. 무엇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국내선을 하나로 묶어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게 만들고, 그 줄에 묶여 비행기를 놓치는 사태까지 나와도 그들은 나 몰라라다. 정말 확 폭파시켜버리고 싶다. 진심이다. 에어캐나다, 재발 파산해 버려라!
<추신> 오후 2시20분쯤 수 공항에 도착. 같은 비행기를 탄 17명 중 와와까지 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혹시 와와에도 렌터카 지점이 있는지 물어 보았다. 있단다. 거금 188달러를 내고 공항에서 차를 빌려 와와의 지점에 돌려주기로 했다. 3시간여 운전 끝에 와와에 도착. 삭신이 노골노골하다. 비행기니 그레이하운드니 생각하지 말고, 오늘 집에서 나온 똑같은 시각에 내 차를 몰고 쉬엄쉬엄 왔더라도 이맘 때면 와와에 닿았겠다. 그런데 실제로는, 200달러 가까운 가외의 비용에다, 그 정도 비용과는 견줄 수조차 없는 스트레스와 조바심, 분노, 짜증, 실망, 좌절, 증오, 체념 같은 온갖 부정적 감정으로 심신을 갉아 먹으며 정말 어렵게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