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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인 어 베러 월드...!!! 오. 마이. 갓!!! 요즘 한국에서도 유행하는 말이라고 들었다. 오늘 페이스북 지인께서 소개해 준 한 영화 제목을 보고, 내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한국에서, 또 요즘 이곳에서도 유행하는 말이 저절로 튀어나왔다. O.M.G... 정말 이 영화를 수입한 회사의 문을 확 닫게 하고 싶었다. 아니면 적어도, 이런 제목 붙인 자와 그를 승인한 자를 당장 잘라버리고 - 할 수만 있다면 - 싶었다. 그 영화 제목은 '인 어 베러 월드'였다. 위 그림에서 보듯이, 진짜다. 유머로 만든 게 아니다. In a better world의 한글 제목이랍시고 붙인 게 저거다. 아예 better를 저희 깐에는 발음대로 한답시고 베터가 아닌 '베러'로 표기하는 친절함(?)까지 보였다. 이럴 바엔 번역자나, 제목 고민할 사람을 따로.. 더보기
'유럽 문학과 스피드 번역 시스템'에 대한 짧은 생각 일창님의 '유럽 문학과 스피드 번역 시스템'에 대한 나의 댓글 겸 잡생각: 영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작품이 꼭 영어 소설을 번역한 것처럼 읽힌다는 조르지오 팔레티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한국의 복거일 선생을 떠올렸습니다. 한국에서는 가장 유명하고, 아마도 유일하게, 번역투 문장을 구사하시는 분입니다. 하지만 읽기 어색하고 버거운, 나쁜 의미의 '~되어지다' '보여지다' 식의 번역투라는 뜻이 아니라(당장 티스토리 블로그의 공지에도 보면 이런 말도 안되는 겹수동태 문장이 많습니다), 실로 유려하고 정돈되고 탄탄한 번역투라는 뜻입니다. 한국의 모든 문필가들이 복 선생처럼 글을 쓴다면 문제겠지만 당신만 유독 그런 글투를 고집하고, 또 그것이 대단히 완성된 형태로 구현되고 있기 때문에, 저는 한국 문단을 살찌우.. 더보기
내게는 풀 수 없는 미스터리 - 한국의 커피 광풍 저는 위 제목을 달면서 미칠 '광'자 광(狂)을 두꺼운 볼드체로 쓰고 싶었습니다. 지난해 말 잠깐 들렀을 때도 일반적인 커피 값이 4, 5천원대인 것을 보고 허걱~! 했었는데, 며칠전 커피 전문가인 한 선배로부터 한 잔에 1만5천~1만8천원 씩 하는 커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민 온 지 좀 되고 보니 이제는 거꾸로 한국에서 얼마다, 하면 이를 달러로 환산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15~18달러군요. 괜찮은 레스토랑에 가서 괜찮은 '앙트레' 시키면 이 정도 합니다. 도대체, 어떤 커피가 저런 값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저는 그런 커피를 파는 자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최고급 원두를 운운에다, 원두를 또 어떤 특별한 공법과 비법으로 보관했는지 운운에다, 물을 몇 도에서 몇 분간 가열해 운운에다... 그래도 저.. 더보기
먼 길을 떠나는, 먼 길을 오는...그러나 늘 투명한, 혹은 투명하고 싶은... 물건을 사서 그것이 배달되어 오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 혹은 반품한 제품이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좇는 일. 의외로 재미있다. 가령 아래 이미지는 페덱스의 배달 과정. 저 멀고먼 중국 셴젠에서 출발해 홍콩 란타우로 들어와 첵랍콕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 아니 비행기에 실려 -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로 갔다가, 캐나다 미시사가 (토론토 옆에 있는 '베드타운'...겸 공장 도시)로 올라온 다음, 다시 캐나다를 가로질러 캘거리에 닿았다. 거기에서 다시 차로 에드먼튼까지... 맨 위 메시지가 재밌다. '배달 나갔다.' 오늘 중에 내 손에 닿을 거라는 메시지. 참 편리하디 편리한 세상. 한국의 한 광고 문구마따나 'e-편한 세상'이다. 다만 이 물건이 사람으로 바뀐다면 좀 섬뜩한 상황이 될테고, 그중에서도 그 사람.. 더보기
'종이 신문'식 사고의 틀을 벗지 못한 뉴욕타임스의 유료화 정책 뉴욕타임스의 가격 정책에서 느껴지는 사고는 뉴미디어적인 것이 아니라 고루한 보수적, 잉크냄새 풀풀 풍기는 종이신문적 사고입니다. 값을 잘 보시면 어느 쪽이든 하루 1달러 선에서 멀지 않습니다. 가판대의 신문값이죠. 물론 정기 구독자는 정가의 30~40% (많게는 그 이상도 가능) 할인된 값에 신문을 보고요. 뉴욕타임스의 유료 벽이 꼭 그 모양새입니다. 그리고 방향 자체도 뉴미디어 지향이 아니라, 종이 신문 지향이고, 모험수를 쓰기보다는 현행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는 안간힘이 보입니다. 어차피 기존 인프라와 그로부터 나오는 매출이 가 워낙 크고, 그게 지주이니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간 숱한 뉴미디어 실험을 보여 온 뉴욕타임스 치곤 너무나 실망스러운 정책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더보기
지진 금요일, 밴쿠버에 잠시 다녀왔다. TV는 일본 지진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다 (보스턴닷컴의 '빅 픽처' 이미지들). 아비규환이 거기 있었다. 지옥이 거기 있었다. 인간의 삶, 인간이 세운 것, 모든 인공의 것들이 파도에 휩쓸리고, 땅속으로 꺼지고 있었다. 대개는 섬광처럼 짧고 부박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지나갔다. 아 저 불쌍한 사람들...저들은 얼마나 무섭고 참담하고 괴로울까! 내가 저기에 있지 않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인간의 탐욕스럽고 지나친 간섭이 심각한 기후 변화를 낳았다더니, 이게 그 한 증거인가? 밴쿠버 지역도 지진대인데 괜찮을까? 쓰나미 경보가 내렸던데, 여기에도 그 여파가 미칠까? ... 어떻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반응을 보여야 좋을지 (특히 대외적으로), 도무지 명료한 생각이 들지를.. 더보기
너무나 매혹적인... 2007년 10월23일치 딜버트 만화를 먼저 보자. 딜버트가, 사악한 HR 담당자 - 혹은 카운슬러? - 에게 고백한다.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인터넷이 너무나 매혹적이기 때문이에요." 인터넷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는 바람이 업무 생산성마저 떨어진 사람의 고백치고는 더없이 솔직하고 직설적이다. 인터넷 어디선가에서 이 만화를 본 뒤로, 나는 이것을 잊어버릴 수가 없었다. I can't work because the Internet is too fascinating... 방송과 신문, 잡지의 수많은 기사들이, 인터넷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의 업무 생산성이 떨어지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업무 시간에 일은 않고 인터넷만 쓴다고 이유로 해고 당했다는 보도를 내보냈지만, 정작 '왜'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아.. 더보기
태블릿 전쟁, 그러나 김 빠진... 바야흐로 태블릿 홍수다. 불과 2, 3년 전만 해도 그 홍수의 주체는 '넷북'이었다. 넷북...그 때를 아십니까? 그 때 이미 많은 이들이 전망했다시피 일반 랩탑을 꾹꾹 찍어눌러 10인치 대로 크기를 줄인 뒤, 성능 면에서는 그야말로 차 떼고 포 뗀 넷북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이젠 태블릿이다. 태블릿을 둘러싼 상황 변화를 보면 좀 웃긴다. 처음 태블릿을 선보였고, 바로 그 '아이팻' 태블릿으로 지금의 호떡집 불장난을 불러일으킨 그 주인공 - 장본인? -인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태블릿이 다 뭐냐, 그거 시장에서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단언했었다. 물론 지금 돌이켜보면 다른 컴퓨터 회사가 '딴짓' 못하게끔 '뼁끼'를 친 것이었지만 말이다. 아이팻이 예상 외의 대성공을 거두자, 아니나다를까, 진작.. 더보기
오직 한 권의 책만 존재하는 당신들의 '디지털 유토피아'...그러나 내겐 디지털의 지옥 먼저 '디지털 휴머니즘' (You are not a gadget)에 나오는 한 대목을 보자. 케빈 켈리는 과거 특정 작가들이 정연한 책으로 엮어내곤 했던 모든 아이디어와 세목(細目) 들이 이제는 단 하나의, 전지구적인 책으로 통합될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작가가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자인 크리스 앤더슨은 과학계가 더 이상 과학자들 만이 이해할 수 있는 이론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제안한다. 어쨌든 ‘디지털 클라우드'가 그 이론을 더 잘 이해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전략)...2006년 존 업다이크와 케빈 켈리가 저술의 문제를 놓고 논쟁할 때 유례없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케빈은 전세계의 모든 책이 스캔되어 클라우드 컴퓨팅에 저장됨으로써 언제든 검색 가능하고, 마음대로 뒤.. 더보기
재론 레이니어 - 책과 음악 오늘 음반을 정리하다 슬몃 웃음을 자아내는 음반을 발견했다. 바로 아래 사진. 재론 레이니어 (Jaron Lanier)의 1994년 음반 '변화의 악기들' (Instruments of Change). Instruments는 비단 악기뿐 아니라 도구, 수단으로도 해석될 수 있겠다. 그의 형형한 눈빛, 가닥가닥 딴 머리 모양은 그대로다. 근래 들어 살이 많이 붙기는 했지만... 음악을 들어보니 의외로 괜찮다. 깊고 다양한 실험. 음악에 대한 그의 진지한 접근이 뚝뚝 묻어나는 음반. 며칠전 그의 책 You are not a gadget을 번역한 '디지털 휴머니즘'이 한국 서점가에 깔렸고, 우리 집에도 어제 도착했다. 책은 잘 팔릴까?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노릇은 아니지만, 적어도 출판사에 누가 되지 않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