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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먼 길을 떠나는, 먼 길을 오는...그러나 늘 투명한, 혹은 투명하고 싶은...

물건을 사서 그것이 배달되어 오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 혹은 반품한 제품이 다시 돌아가는 과정을 좇는 일. 의외로 재미있다. 가령 아래 이미지는 페덱스의 배달 과정. 저 멀고먼 중국 셴젠에서 출발해 홍콩 란타우로 들어와 첵랍콕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 아니 비행기에 실려 -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로 갔다가, 캐나다 미시사가 (토론토 옆에 있는 '베드타운'...겸 공장 도시)로 올라온 다음, 다시 캐나다를 가로질러 캘거리에 닿았다. 거기에서 다시 차로 에드먼튼까지...

맨 위 메시지가 재밌다. '배달 나갔다.' 오늘 중에 내 손에 닿을 거라는 메시지.



참 편리하디 편리한 세상. 한국의 한 광고 문구마따나 'e-편한 세상'이다. 다만 이 물건이 사람으로 바뀐다면 좀 섬뜩한 상황이 될테고, 그중에서도 그 사람이 나라면 더욱 무서운, 아마 조지 오웰의 1984년을 찜쪄 먹는 상황으로 발전할텐데...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페덱스나 UPS의 경우처럼 표나게 누구에게나 공개되어 있지 않다뿐이지, 어느 정보 기관이나 첩보 기업에서는 이미 이런 트래킹, 위치 추적을 하고 있지 않을까? 

아니 아니, 그렇게 무슨 첩보 영화 같은 상황을 상상할 필요도 없이, 당장 트위터나 페이스북만 봐도 본인 스스로 어디에서 뭘 하는지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이 어디 한둘인가. 어디에 발도장 쿡 - '콕'이던가? -이라든가, 어디에 '체크인' 했다든가, 어디어디에서 뭘 하는 중이라든가... 그중에는 그 장소에 가장 먼저 가서 찜한 덕에 그곳의 (버추얼) 시장 자리를 주는 서비스도 있는데, 정말 내로라 하는 명문대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으시고, 그 분야에서 다시 '내로라' 자리를 차지하신 분들조차 그 시장 자리 서로 차지하겠다고 내가 먼저 왔네, 아 선수를 빼앗겼네, 찧고 까부신다. 하하 참...!

그런데 이런 사람들 - 여기에서 나 자신도 자유롭지는 못하다 -의 심사를 보면 '야누스'나 '모순', 혹은 심지어 '위선'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것이, 프라이버시가 중요하다고 보세요? 하면 아 이 사람이 그걸 말이라고 하나, 당연하쥐. 우리나라, 이거 잘못됐어요. 사람들 프라이버시를 너무 가볍게 여겨..운운. 그러다 고객님, 휴대전화 번호 알려주시면 구매하신 물건 10% 할인해 드려요. 어, 그래요? 제 번호는...

다시 그런데, 아니 그렇지만, 그게 곧 사람의 자연스러운 마음이라는 것이다. 앞에 한 말과 뒤에 한 말이 충돌하는 일, 앞에 먹은 마음과 뒤에 먹은 마음이 어긋나는 일, 비일비재하다. 사람이 기계와 다르다는 한 증거. 프라이버시 보호가 어려운 이유도, 그게 마치 연체동물처럼, 혹은 물처럼, 늘 변한다는 것. 상황과 맥락과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 사실은 그래서, 프라이버시는 더이상 없다, 죽었다, 운운이 어느 한 쪽만을 본, 일차원적 시각이라는 것.

(아래 만화를 보실 것. 그냥 하하 웃고 잊어버리기에는 뭔가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하실 게다). 출처는
The Joy of Tech.